매년 ‘청렴’ 외치는 SH공사, 올해도 공염불?
매년 ‘청렴’ 외치는 SH공사, 올해도 공염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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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체제 이후 각종 논란 재점화…경영 능력도 올해 시험대

 

▲ 방만경영, 비리 등의 논란이 해마다 반복됐던 SH공사(사장 변창흠·사진)가 올해도 청렴 대책을 내놓았지만 연초부터 잇따라 논란에 휘말리면서 공염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10년 청렴도 꼴찌라는 불명예를 차지한 서울시 산하 공기업 SH공사가 올해도 부패 척결을 다짐하고 나섰지만, 여전히 각종 논란에 휘말리면서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새롭게 취임한 SH공사 변창흠 사장은 지난 11일 ‘SH공사,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 조직을 과감히 혁신해 시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주거 복지와 도시재생 전문기관으로 환골탈태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날 변창흠 사장은 주거복지, 도시재생, 안심주거서비스, 건전재정, 청렴·인사혁신 등 5개 분야의 혁신을 약속했다.

특히 SH공사는 비리의 온상으로 꼽히던 과거에서 탈피하기 위해 부정·비리를 근절하는 ‘원아웃’ 제도를 실시하기로 해 관심이 모아졌다. SH공사가 야심차게 내놓은 ‘원아웃’ 제도란 입찰비리나 불공정거래 행위를 저지르면 예외 없이 파면·해임 등 중징계 이상의 처벌을 내리는 시스템이다.

SH공사는 이를 위해 입찰공개시스템을 시행하고 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신문고에 입찰비리 신고센터도 추가로 설치한다. 여기에 사장·감사·노조위원장을 연결하는 핫라인을 구축, 임직원의 고충처리 해결에도 적극 나선다.

변창흠 사장은 앞서 지난 6일 서울시의회의 SH공사 주요업무보고에서도 “주택에 하자가 발생할 경우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겠다”며 저조한 평가를 받은 분양 서비스 과정·결과 등의 점수 및 하자처리 지연 등에 대한 불만 증대를 개선하기 위해 하자관리시스템·점검 강화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청렴은 매년 외치지만...
SH공사가 잇따라 내놓는 강한 부패·부실 척결 의지 하나만큼은 높이 칭찬할 만하지만 이 방침들이 실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SH공사는 지금까지 거의 매년 부실시공과 비리 근절 강화 대책을 내놓았음에도 큰 실효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1989년 설립된 SH공사는 서울특별시 산하 지방공기업으로 전신은 서울시도시개발공사다. 지난해 매출액 4조3651억원, 영업이익 2조4084억원, 당기순이익 1044억원을 기록했고 1000명이 넘는 임직원과 9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받고 있는 SH공사는 지금까지 부패와의 연결 고리를 완전히 끊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조사에서 ‘매우 미흡’ 등급을 받아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을 당시에도 이미 SH공사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시행하고 있었지만, 그 해에만 마곡지구 브로커에게 직원이 수천여 만원의 뇌물을 받고, 송파 문정도시개발지구 내 불법 보상 브로커와 전·현직 직원이 수억여원을 받고 결탁한 사건이 잇따라 적발됐다. 앞선 2009년에는 강남 세곡지구 보상금 지급 과정에서 SH공사 보상담당 직원이 허위 신고 보상금을 눈감아주는 대가로 천여만원을 받은 일도 있었다.

다음해인 2011년에도 SH공사(당시 사장 유민근)는 고강도의 비리 근절 대책을 내놨다. 당시까지 2000만원이던 비리신고 포상금을 2억원으로 10배 가량 올리고 직원재산등록 의무제도를 실시했다. 또한 비리취약현장을 상시 감찰하는 ‘청렴암행어사제도’도 시행, 감사·감찰 경험이 풍부한 감사원 퇴직공무원 2명을 위촉했다. 청탁 및 부당한 업무지시를 근절하기 위해 365일간 청탁·부당 업무지시를 제보할 수 있는 ‘3650’(365일간 청탁·부당업무지시 ‘0’) 전화의 감사 핫라인을 개설했고 모든 임직원에게 청렴서약서를 받았다.

하지만 이 해에는 전해 우여곡절끝에 개장한 가든파이브의 방만경영과 낙하산 인사, 입점업체 협력사 비리 문제가 한꺼번에 터져나왔다. 국정감사에서는 가든파이브에 입점한 이랜드리테일의 수의계약·헐값·인테리어비용 과다지원 의혹도 제기됐다.

2012년(당시 사장 이종수)에는 ‘청렴암행어사제도’를 ‘청렴옴부즈만제’로 개선했다. 감사원 퇴직 4급 공무원 출신의 청렴암행어사를 비리 발생 가능성이 있는 보상·공사 현장에 투입, 암행감찰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를 고충미원 조사·조정·중재 역할까지 확대·시행하고 금품·향응 요구 또는 정기·상습적인 수뢰·알선 유도의 경우에도 해임 이상의 중징계로 처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 식사비 대납과 청탁을 근절하기 위한 ‘청렴식권제’를 도입하고 비리행위업체를 제재하기 위한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하지만 같은 해 2007~2009년 당시 SH공사 사장이던 최영 전 사장이 건설현장식당(함바) 운영권 알선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과 추징금 4500만원을 최종 선고받았다. 일명 ‘함바비리’ 사건이다.

2013년(당시 사장 이종수)에도 SH공사는 아파트 부실공사 등을 근절하기 위해 품질혁신팀을 구성, 부실시공 하자 발생시 임·직원, 설계자, 감리자, 시공사에 벌점을 부여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한 ‘3금(禁)-원아웃’ 제도를 시행해 내부 비리 근절 방안을 강화하고 금품 및 향승 수수, 하도급 관여 및 청탁, 자재 선정 알선 및 청탁에 관여되면 한 차례만 적발돼도 해임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같은 해 SH공사는 직원이 노래주점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사실이 적발돼 체면을 구겼다.

 

▲ 지난 11일 변창흠 사장이 SH공사 혁신방안을 설명하는 모습. 변창흠 사장은 주거복지, 건전재정, 청렴혁신 등 5대 혁신을 발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다.

◆변창흠號 SH공사, 취임 4개월만에 의혹 폭발
이처럼 거의 해년마다 유사한 청렴도 향상 대책을 반복하면서도 비리와 부실경영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SH공사에 ‘청렴 대책의 선두주자’라는 조롱 섞인 별명을 붙이기까지 했다. 아울러 그나마 최근 몇 년 중 잠잠했던 지난해에 비해 올해 다시 연초부터 각종 논란이 한꺼번에 폭발, 그간 외쳐온 구호들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변창흠 사장 체제가 적응기를 채 마치기도 전인 지난 2월 SH공사는 김우진 경영기획본부장(상임이사) 임명을 놓고 내홍을 겪었다. 기획경영본부장을 내·외부에서 공모하면서 변창흠 사장의 압력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당시 노조 및 복수의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변창흠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에 본부장 선임을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설날 연휴를 틈탄 인사를 단행하는 등 편법을 동원햇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우진 본부장이 부사장을 지냈던 우림건설이 부도가 난 것 때문에 살림을 총괄하는 기획경영본부장에 앉히는 것에 대한 반발도 컸다. 노조 측은 “기획경영본부장은 창사 이래 지난 27년간 단 한 번도 외부 인사로 채워진 적이 없다”며 “교수 출신이라는 대표이사가 자기 사람을 앉히기 위해 꼼수를 동원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우진 본부장은 결국 기획경영본부장에 선임됐지만 낙하산 인사의 여파는 내부적으로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일에는 마케팅 전문인력 일부의 해고를 놓고 ‘갑질’ 논란이 일었다. 2013년 3월 SH공사가 채용한 마케팅 전문직원 7명은 ‘1년 근무 후 실적평가를 통한 무기계약직 전환’이라는 조건을 수용하고 입사했고, 지난해 3월 1년 더 계약을 연장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이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은 수용되지 않을 전망이다. SH공사가 무기계약직 전환에 “정원 반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해당 직원들은 성과를 내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준다는 말을 믿고 성실히 근무해 어느 정도의 성과도 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게 됐다. SH공사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의 계약 종료는 성과 여부와 상관 없이 이미 예정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에는 지난해 12월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 단지의 절반이 등기부등본상 연립주택으로 표기된 것으로 확인돼 아파트인줄 알고 분양받은 입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등기부등본상 아파트가 아닐 경우 은행 대출에서 금리나 대출한도 등에서 아파트보다 각종 불이익을 받는다.

SH공사는 “세부적인 안내가 미흡했던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연립주택이라고 표기는 하지 않았지만 1종 일반주거지역이라고 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연립주택이라고 알릴 경우 분양이 되지 않을 것을 염려한 SH공사가 해당 사실을 확실히 알리지 않는 ‘꼼수’를 쓴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졌다.

 

▲ 최근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자체 감사팀에 포착됐던 이방향 중공슬래브 신공법의 적용 모습. 이 기술은 SH공사와 한 중소건설업체가 공동개발했음에도 기술료를 2년여간 받지 않아 논란이 됐다. ⓒ해당업체 제공

◆감사팀엔 신공법 특혜 의혹 적발
가장 최근인 지난 10일에는 특정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지난 10일 <한겨레>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SH공사가 2012년부터 아파트를 지을 때 사용하는 ‘이방향 중공슬래브’ 공법을 적용하면서 중소건설업체S에 사실상 독점권을 부여했다는 감사 결과가 지난해 11월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술은 2011년 SH공사(당시 사장 유민근)와 이 업체가 공동으로 개발, 같은 해 국토해양부로부터 건설신기술 지정을 받은 기술이다. 철근 콘크리트 슬래브의 중앙부에 내부가 빈 캡슐형·땅콩형 특수 경량중공체를 삽입해 구조적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중량을 40% 정도까지 줄이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건축기술이다.

감사보고서에는 신공법 공동연구자로 등재된 해당 업체가 SH공사가 신공법의 적용 범위를 넓힐 때마다 공급 단가를 크게 올려 SH공사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낭비하거나 낭비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업체에 따르면 이 기술은 전국 지식산업센터, 호텔, 병원, 연구소 등 다양한 용도의 건물에 적용되고 있고 해외 수출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감사보고서에는 이 업체는 2010년부터 SH공사 도시연구소 건설기술TF의 한 팀장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SH공사  팀장 주도로 사장 결재 없이 연구소장 결재로 기술료 협약을 맺었고, 2년여 간 기술료를 지불하지 않다가 감사가 시작되자 지난해 4월부터 기술료를 지급하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아울러 이 팀장은 2011년 국토교통부에 건설신기술 신청을 하면서 대기업 등 3곳을 공동연구자로 추가해 이 업체들이 신공법을 자신의 공사에 사용해도 기술료를 내지 않아도 되게 됐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공동연구자 추가는 팀장 전결로 이뤄져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된다.

SH공사 감사팀에 따르면 현재 신공법의 독점권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해당 업체의 독점권은 깨진 상태지만 그간 받지 못한 기술료나 앞으로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기술료의 낭비는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부채 심각한데 복지 전환? 경영 능력 시험대
창립 이래 지속적으로 지적받던 방만 경영을 어느 정도 줄였다고 평가받던 것도 올해 어떻게 될지는 미지수다. 거의 해년마다 지적받던 SH공사의 방만 경영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SH공사의 채무는 2005년 2조5919억원 규모이던 것이 2009년 13조5671억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2011년 10월 13조5789억원을 기록한 이후 채무 규모가 꾸준히 감소, 이종수 전 사장 취임 이후 2년6개월여간 3조2000억원이 감소했고 지난해 4월 기준 10조3345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이종수 전 사장의 공으로 돌려 왔다. 현대건설 사장 재임 시절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달성한 바 있는 이종수 전 사장은 SH공사 경영정상화에 방점을 찍고 채무감축에 큰 공을 세웠다.

아울러 지난해 5월 이종수 전 사장은 연내 채무를 7조원 이상 줄이겠다며 더욱 속도를 올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해 SH공사는 마곡·은평·문정지구 개발 사업에 대한 선 투자금 상환, 토지 매각 등에 힘입어 총 6조8000억원의 채무를 감축,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 지난해 말 채무잔액은 6조7300억원이었다.

하지만 이종수 전 사장이 서울시의 무리한 채무 감축 요구와 충돌하면서 돌연 사임해 올해 채무 감축 전망은 미궁 속으로 빠질 전망이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변창흠 사장은 경영 방침을 기존의 부채 감축에서 주거 복지로 전환하면서 “앞으로 채무감축 자체가 공사의 유일한 경영목표가 될 수 없음”을 강조하며 “적은 비용을 투자하면서도 서울시민의 주거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도록 재원조달방안과 사업추진모델을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변창흠 사장이 대학교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마당에 이 같은 섣부른 방향 전환이 부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당장 변창흠 사장은 지난 11일 2018년까지 3조원의 부채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는 데 그쳤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복지도 중요하지만 시장상황도 함께 보면서 부채가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지금도 여전히 부채가 높은 상황인데다 가든파이브 등 대형 악성사업이 많기 때문에 곪아터지지 않게 잘 정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사업을 시장흐름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민간임대 등 시장을 적극 활용한다면 주거복지도 잘 되고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SH공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전망했다.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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