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문정지구 축산업자 특혜?시프트 입주자 선정 오류
택지개발지구 내 주유소 용지 사용료 부과 안 해 방만 운영
가든파이브, 1조3천억원 투자, 9천700억원 회수하는데 그쳐
서울시 산하의 공기업인 SH공사가 문정도시개발사업구역(이하 문정지구) 보상업무를 진행하면서 부적격자들에게 과도한 혜택을 준 것으로 감사원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한 SH공사는 지난해 장기전세주택 입주자 선정과정에서 주택 소유자들에게 입주 자격이 주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만이 아니다. SH공사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남권유통단지 가든파이브도 부동산 경기침체와 사업성 분석실패로 상권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SH공사의 대규모 투자 사업으로 부채가 13조 원에 육박, 하루 이자만 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SH공사는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오는 9월부터 공급할 예정인 강동구 강일지구 등 장기전세주택(시프트) 중 대형물량의 상당분을 분양으로 전환키로 했다.
<시사신문>은 빚더미의 늪에 빠진 SH공사의 현주소를 집중 취재했다.
서울시의회, SH공사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부채 키워…행정사무조사권 발동해 집중 감시
SH공사가 문정지구 보상업무를 진행하면서 부적격자들에 과도한 혜택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지난 17일 SH공사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SH공사 문정지구
축산업자에 특혜
감사원에 따르면 가든파이브 상가 원주민들에게 전용면전 11.5㎡만 공급하는데 비해 축산업자들에게 23.1㎡까지 공급하고, 일반 공급과 달리 2년 임대 후 현재의 감정가격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분양전환 할 수 있게 하며 전세로 공급받는 상가를 전대할 수 있게 하는 등의 특혜를 주는 조건으로 가든파이브 미분양 상가를 특별 공급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
그 결과, 비닐하우스조차 존재하지 않아 보상 및 이주대책 대상자로 선정될 자격이 없는 A 씨 등 48명을 포함, 문정지구 축산업자 300명에게 보상적격 심사도 없이 가든파이브 상가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감사원은 SH공사 사장이 지방공기업 사장으로서 지켜야 할 성실경영 의무를 위반했다고 서울시에 통보했고, 관련 팀원 3명에 대한 징계를 공사 측에 요구했다.
택지개발지구 내 주유소
용지 사용료 부과 안해
감사원 조사결과 강동구 강일2택지 개발사업지구 내 주유소 용지 매매계약을 B 씨와 체결하고 같은 날 토지사용승낙을 했다. 그런데 공사에서는 용지 매수인과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만 받고 매매대금 잔금에 대한 ‘미납대금 지급 이행보증서’를 받지 않은 채 토지사용승낙을 했을 뿐 아니라, 지난 3월까지 토지 사용료 2억5600만원을 부과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감사원에 따르면 주택 공급을 위한 동점자 추첨 프로그램 운영에 대한 부적정성을 문제 삼았다.
SH공사에서는 국민임대주택, 장기전세주택 등을 공급하면서 입주신청자 중 합산점수가 동일한 경우 추첨에 의해 입주자를 선정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추첨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용하고 있다.
추첨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입주자를 선정할 때는 공정성을 기하고 임의적인 조작 등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에 예측이 불가능하도록 무작위 추첨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SH공사에서는 추첨 프로그램을 운용하면서 난수(특정한 배열순서나 규칙을 가지지 않은 연속적인 임의의 수)를 생성하기 위한 초기 값을 추첨일자로 고정시켜 운영해왔다.
그 결과 입주자 모집공고문에 공고한 특정 추첨일자를 순위결정프로그램에 입력하면 언제든지 특정한 난수 값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동점자 명부와 결합시켜 오름차순으로 정렬하면 사전에 예상당첨자 순위를 미리 알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뿐만이 아니다. 전산프로그램을 개발할 때에는 일반 공급 신청자의 합산점수가 동일한 경우 접수일자, 접수번호 등으로 입주자를 결정해서는 안 되고 반드시 추첨을 통해서 선정되도록 개발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산오류를 범하게 만들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그 결과, 지난해 2월 131가구의 경우 신청자 합산점수가 15점을 받은 동점자가 46명이 있어 이 중 추첨을 통해 39명을 입주자로 선정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프로그램 오류로 추첨이 되지 않은 채 접수일자, 접수번호순으로 선정된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시프트 1세대
2채 분양 적발
시프트 임대조건이 1세대 1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시프트에 입주한 사례도 감사원에 적발됐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 4조 제 1항의 규정에 따르면 국민주택 등은 입주자 모집공고일 현재 해당 주택건설지역에 거주하는 세대주에게 1세대 1주택의 기준으로 공급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공사의 임대주택 입주자 모집 공고문과 ‘임대차계약 일반조건’에 따르면 공사 임대주택을 포함한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 또는 입주자로 선정된 자는 당첨된 주택에 입주하기 전 기존 임대주택을 명도하는 조건으로 공급을 신청하도록 되어 있고 부정한 방법으로 임대주택을 임대받는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지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SH공사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및 관리업무를 전산화하기 위해 2001년 12월 구축한 공사 ‘재무건설 통합정보시스템’에 임대주택 중복 당첨세대를 조회하는 기능이 있어 이를 이용하면 손쉽게 중복당첨 세대를 조회, 기존주택을 명도하도록 조치할 수 있는데도 이를 철저히 하지 않은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강일지구의 경우 10단지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한 후 다시 같은 해 아버지를 세대주로 하고 본인을 세대원으로, 강일지구 7단지 장기전세주택에 입주해 2채의 임대주택을 공급받은 일이 적발됐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SH공사 사장은 한 세대에 2채의 임대주택이 공급된 채로 남아 있는 5세대에 대해 임대차계약 일반조건에 따라 기존 임대주택을 명도하도록 조치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마곡도시개발사업 이주대책수립 업무 처리 부적정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SH공사에서는 지난 2008년 12월22일 마곡도시개발구역 내 토지협의양도자에게 주거대책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으로 이주대책을 수립하고 다음날 이를 공고했다.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 19조 제 3항의 규정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 토지협의양도자로서 당해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를 공급받지 못한 자에게는 전용면적 85㎡ 이하의 분양주택을 특별 공급할 수 있다.
그런데 2007년 12월28일 마곡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된 강서구 마곡동과 가양동 일대 336만4000㎡ 부지는 종전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 아니었다. 따라서 마곡도시개발사업은 공급규칙 제 19조 제 3항의 적용 요건인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토지협의양도자가 비록 마곡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를 공급받지 못하더라고 주택을 특별공급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SH공사에서는 공급규칙 적용 요건을 충족하는지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마곡도시개발구역 안의 토지협의양도자에게 주거대책으로 전용면적 85㎡ 이하 분양아파트를 공급하는 것을 이주대책으로 수립하여 공급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앞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 도시개발사업을 시행하는 경우가 아닐 때는 당해사업구역 안의 토지협의양도자에게 주택을 특별 공급하는 일이 없도록 이주대책수립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촉구했다.
13조 부채 줄이기 안간힘
한편, SH공사는 자체적으로 강도 높은 부채 줄이기에 돌입했다. 서울지역 공공주택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프트 대형평형(114㎡)의 절반인 1134가구를 분양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부채를 현재의 절반인 6조 원대로 줄이고, 마곡지구는 워터프론트(수변공간) 구역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SH공사는 일단 13조에 달하는 부채를 감축하기 위해 9월 공급할 예정인 강동구 강인지구 등 장기전세주택 중 114㎡ 이상 대형 물량의 상당분을 분양으로 전환시키기로 했다. 또한 수익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임대료를 갱신기간과 시기에 따라 최대 인상폭만큼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서울시 전역에 공급되는 시프트와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도 연간 최고 5%까지 인상되며, 2년이 기본계약기간인 것을 감안하면 계약 갱신 때마다 최대 10%까지 오를 수 있다.
문제는 SH공사의 이 같은 부채 줄이기 정책이 공공임대주택인 시프트의 임대료 부담이 늘고, 서민용 분양주택 공급도 위축돼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이번 대책에 따라 서울 시내 시프트 공급은 올해가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약 9000억 원이 투입된 강서구 마곡워터프로트의 수변공간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원래 취지인 첨단사업단지를 살리는 범위에서 수변공간은 시민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조성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SH공사의 부채는 각종 개발사업으로 빚이 1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 이자만 15억 원을 내고 있다. 여기에 가든파이브의 경우 1조3000억 원을 투자해 건설했지만, 분양률 75%에 9700억 원을 회수하는데 그쳤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회에서는 서울시와 산하기관인 SH공사가 무분별한 개발사업으로 부채를 키워왔다며 행정사무조사권을 발동해 집중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SH공사에서는 감사원이 지적한 각종 사안들에 대해 “현재 답변을 준비 중에 있다”고 답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시사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재 서울시와 협의 중에 있으며 서울시에서 대표로 입장발표를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