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부의 대물림’ 백태 …브레이크 없다
재벌가 ‘부의 대물림’ 백태 …브레이크 없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환사채(CB) 이용부터 일감몰아주기까지 온갖 편법 동원

공정거래법으로 단속할 근거 있지만 사실상 손 놓고 있어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비상장 계열사들로부터 50억원 가량의 현금배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에스디에스(15억원), 삼성에버랜드(31억원), 서울이동통신(5억원) 등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들이 지난해 뛰어난 실적을 거둔 덕분이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역시 비상장 계열사인 현대엠코로부터 현금배당으로 125억원을 챙겼다. 재벌가 자제들의 돈 버는 방법은 남달랐다. 하지만 자세한 내막을 들여다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재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대부분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이에 재벌들의 부의 대물림을 위한 갖가지 방법에 대해 살펴봤다.

재벌들이 부의 대물림을 하는 정확한 이유는 바로 경영권 승계에서 비롯된다. 경영권은 주식의 소유에서 연유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의 주식을 헐값에 재벌 2세에게 넘기는 방법을 찾기 마련이다.

온갖 편법 동원되는 후계자 밥그릇 키우기

첫 번째 방법은 아주 단순하게 싸게 넘기는 방법이 존재했다. 이 방법은 이병철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에게 주식을 넘기는 방법에서 잘 드러난다. 이 전 회장은 1977년 3남 이건희 회장를 후계자로 선정한 후 공익재단에 주식을 출연한다. 이후 공익재단은 다시 이건희 회장에게 되파는 방법으로 세금없이 경영권을 이전했다. 공익재단 출연에는 증여세가 면제된다는 점을 악용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현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속세·증여세법에 따르면 계열사 주식의 공익 법인 출연에 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지분 5%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지배 주주가 공익 재단에 지분을 출연해 증여세를 회피한 뒤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한편 현대그룹은 ‘물타기 증자’ 방법을 주로 이용했다. 비상장 계열사가 증자를 실시하면서 액면가로 2세에게 주식을 배정하고, 상장을 통해 시세차익을 거두게 하는 방법이다. 이후 세법상으로 물타기 증자에 대한 규제가 이루어졌으나 많은 기업들이 이 방법을 사용한 후였다.

또 하나는 전환사채(CB) 및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주식을 바로 넘기는 것은 금방 눈에 띄니,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로 한번 세탁하는 방법이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삼성그룹 이재용 부사장 사건이 이 방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은 당시 이건희 회장에게서 증여받은 60억원과 주식매매에 따른 시세차익 563억원을 마련해 에버랜드 CB 96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에버랜드는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이를 사들이지 않아 제3자인 이 부사장에게 주당 7700원의 헐값에 팔았다. 당시 신주 배정을 하지 않은 에버랜드 주주는 이 회장을 비롯 삼성가 사람과 삼성 계열사들이었다.

이렇게 이 부사장은 에버랜드의 지분 25.1%를 보유하게 됐다. 이어 지난 1998년 에버랜드는 삼성계열사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삼성생명 주식을 9000원에 구입하면서 삼성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가 됐다.

결국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이 부사장이 실질적 지주회사인 에버랜드의 대주주가 되면서 삼성의 3대 승계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 부사장이 산 신주는 주당 8만5000원으로 추정됐다.

현재 대법원이 에버랜드 경영진에 대한 배임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CB 헐값 발행을 통한 경영권 승계의 전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일감 몰아주기’ 신종방법도 등장

그리고 마지막은 최근 한창 논란이 되는 ‘일감 몰아주기’ 방법이다. 수익 전망이 좋은 사업기회를 기초로 새로 회사를 설립하면서 그 주식을 2세들에게 넘기고, 이후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주어 매출과 수익을 올리게 하는 것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장녀와 차녀가 18.6%의 지분을 보유한 식음료회사 롯데후레쉬델리카의 경우 지난해 매출 584억원 가운데 97.5%인 569억원이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나왔다. 매출은 2000년 37억원에서 10년 만에 16배로 늘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의 아들 이현준씨 등이 대주주로 있는 시스템통합(SI)업체 티시스와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장남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최대 주주인 SI업체 대림I&S의 내부거래 비율도 각각 90.5%, 82.4%로 높았다.

이와관련 재벌닷컴은 지난 4월4일 자산순위 30대 그룹 가운데 재벌 총수 자녀들이 대주주로 있는 20개 비상장사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총매출 7조4229억원 가운데 내부거래가 3조4249억원으로 절반에 가까운 46%였다고 밝혔다. 이는 30대 그룹 전체 계열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율인 28.2%를 훨씬 웃도는 것이다. 재벌닷컴은 “이 회사들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매출을 늘리는 게 아니라 계열사의 일감을 받아 매출을 올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거액의 배당을 받거나 비상장사를 상장해 부를 쌓고,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인수해 그룹의 지배권까지 확대하는 전개는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이같은 편법 승계가 벌어지는 이유는 대기업 대주주의 경우 상속세율이 65%에 달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재벌의 오너 지분은 평균 10% 미만이다. 65%의 상속세를 내고 나면 지분이 채 3.5%도 남지 않는다. 이 지분으로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비상장사와 계열사를 동원하는 식의 편법을 통한 상속과 경영권 승계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과세 의지 있나?

반면 물론 신세계 일가처럼 1조원이나 되는 증여세를 내고 경영권을 물려준 사례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이처럼 재벌들은 사회의 따가운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방법으로 부의 대물림에 급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재벌에 대한 세무조사와 함께 편법증여에 대한 감시망을 두텁게 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재벌에 대한 감시망에도 불구하고 편법증여는 경영권 승계라는 목적으로 갖가지 형태로 진행돼 온 게 사실이다.

게다가 일감 몰아주기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제동을 걸 수 있지만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대해 업계 관계자는 “편법으로 주식이나 경영권을 물려주기 어려워지자 물량 몰아주기 등의 사례가 늘게 됐다”며 “이처럼 부와 경영권이 부당하게 이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향후 그룹을 이끌 재벌 2·3세가 손쉽게 부를 이루면서 자칫 그룹의 미래까지도 불안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