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정리함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초석을 밟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본격적인 지배구조 개편과 정의선 현대차 그룹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그동안 정 회장의 유력한 후보자인 외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권을 어떤 식으로 승계할 지는 세간의 관심이었다. 그 중 하나로 순환 출자구조인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를 현대모비스를 최대지주로 하는 지주사 체제도 거론돼 왔다. 순환 출자구조는 경영권 승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현재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0.67%뿐이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확보와 정 회장의 지분 상속까지 풀어야할 숙제들이 많아 보인다.

정의선, 경영권 승계위한 핵심계열사 지분 보유‘지적’
글로비스·모비스 등 이용한 지주사 전환 시나리오 나와
정 부회장, 글로비스-모비스 지분 확보 “자금 부족이 해결과제”
현대·기아차, 현대위아-유네스코 지분 변동 ‘지배구조 개편’ 시작
최근 현대차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며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건 모습이다.
경영 승계 작업, 난제는?
정 회장의 외아들인 정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후계자로 현재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의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또한 기아차, 현대엔지비, 현대오토에버 등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더욱이 지난 16일엔 현대차그룹이 정 부회장을 현대제철의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자동차와 부품, 철강 등 주력계열사를 모두 아우르게 됐다.
이에 정 회장은 정 부회장에게 현대차그룹 전반에 걸쳐 정 부회장의 영향력을 더욱 강화해 정 부회장 체제로 돌입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을 띄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후계자로서 자리를 굳히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핵심계열사 지분 확보다.
현재 정 부회장은 글로비스(31.88%), 엠코(25.06%), 이노션(40%), 오토에버(20.10%), 위스코(57.87%), 서림개발(100%)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핵심계열사인 기아자동차 지분은 1.73%에 불과, 현대자동차 지분도 미미한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지배구조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이 현대건설과 현대엠코, 현대제철,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09년 8월 현대제철의 현대차 지분 5.84%를 인수하면서 현대차 지분을 20.78%로 높여 일반지주회사의 요건(자회사 지분 20% 보유)을 갖췄다.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정 부회장이 일정량 보유한다면 경영권 승계에 문제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재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경영권 장악을 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현실은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비스를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 0.67%를 간접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나 기아차 지분이 미미한 수준”이라며 “결국 정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여러 가지 시나리오
이처럼 정 부회장이 현대자동차나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의 지분을 거의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정 부회장의 대권 승계를 위한 각종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일단 현대차의 지분 20.78%를 소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한다면 경영권 승계는 탄탄대로로 흘러갈 것이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자금이 넉넉지 않다. 정 부회장이 충분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사려면 6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정 부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의 지분은 대략 3조원이 덜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정 부회장이 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현대글로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가진 현대 글로비스 지분 각각 20.29%, 31.88%로 두 지분을 합치면 47.8%이다.
따라서 글로비스를 순환출자구조의 핵심으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정 회장의 현대 모비스 지분 일부를 현대글로비스가 매입하고 또 일부는 정 부회장이 상속을 받는다면 현재의 순환출자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 부회장이 별도의 지분승계 없이 그룹 지배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기아차와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22.52%를 확보하는 방법이 거론됐다. 이렇게 되면 글로비스→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할 만한 자금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가 충분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려면 수조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4947억원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방법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늘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즉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기아차, 현대엠코, 이노션 등의 지분을 계열사 등에 매각, 그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걸림돌은 작용한다.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했다는 비판여론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 회장의 재산을 정 부회장에게 상속하는 방법도 제기된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정 회장은 현대차 5.17%, 현대모비스 6.96%, 현대제철 12.52%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상장사 주식 지분 가치만 6조5399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상속세 등을 감안하면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와 이 방법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지주사전환’ 첫 단추는
최근 현대차그룹의 행보를 보면 지주회사 전환으로 지배구조를 돌리기 위해 지분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6일 현대차와 기아차는 현대위아 지분 10%를 블록딜로 매각했고 일본 JFE스틸의 현대하이스코 지분 4.98%를 매입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차는 하이스코 지분을 각각 29.37%, 15.65%로 끌어올렸다.
현대차 그룹 측은 현대위아 매각은 내달 출범할 현대차전자의 유상증자를 위한 출자자금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규모는 각각 600억원과 200억원 수준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내부의 지분 변동은 지주회사로의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 현대모비스를 정점으로 하는 지주사 체제로의 변화를 예상하고 있다.
즉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지분 스왑(맞교환)을 통해 그룹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의 첫 단계라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교차 소유하고 있는 현대위아, 현대다이모스, 현대파워텍, 현대오토에버 등 4개 계열사의 지분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따라서 현대차가 이번 현대하이스코 지분 매각자금으로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추가 확보한 뒤 기아차에 40%의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주고, 위에 언급한 4개 계열사의 지분을 받아오는 맞교환을 해야 지분 정리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간 교차소유 문제가 해결되면 정 회장 부자가 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라고 말했다.
정 회장과 정 부회장이 가진 현대 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하면 현대모비스는 최대지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의 구조로 전환할 수 있다.
그 후 현대모비스를 인적 분할하고 현대차 지분 등은 지주사에, 기존의 부품사업 등은 현대모비스에 남겨 지주사 체제가 완성될 것이라고 업계는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정 회장 부자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23.8% 갖게 되고 인적 분할 뒤 추가적인 지분 맞교환으로 60%까지 지주사 지분을 늘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정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위아 매각과 관련, “내달 출범할 현대차전자의 유상증자를 위한 출자자금 마련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것은 경영권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면서 “책임경영의 일환일 뿐”이라고 전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