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저축은행 퇴출, 금융권 ‘태풍 속으로…’
대형 저축은행 퇴출, 금융권 ‘태풍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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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안팎, 저축은행 4~5개 가량 퇴출 대상 거론돼

지난 4월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실 저축은행들에 대한 검사를 마무리 짓고 문제가 된 저축은행들로부터 이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를 토대로 저축은행들의 마지막 자구계획을 받은 뒤 늦어도 5월 1일에 경영평가위원회를 열어 최종 퇴출 명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퇴출 명단 조만간 발표

이런 방침에 따라 퇴출 명단은 이르면 이번 주 초, 늦어도 주말 무렵에 확정·발표된다. 현재 퇴출 대상으로 거론되는 곳 가운데는 자산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대형 저축은행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금 유입 등 확실한 자구방안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실 저축은행의 영업정지가 임박한 가운데 5월 구조조정설 또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미 지난해 적기 시정조치가 유예된 저축은행에 대해 충분한 심사를 마친데다 더 이상 퇴출 결정을 늦출 경우 하반기 정치적 일정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금감원이 너무 가혹한 잣대로 여신평가를 함에 따라 상당수 정상·요주의 여신이 부실여신으로 바뀌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졌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저축은행들의 입장을 거의 수용하지 않을 계획으로 알려졌다. 검사 결과를 토대로 BIS 비율을 충족할 정도의 자구계획을 요구해 실현되지 않을 경우 퇴출을 단행할 방침이다.

저축은행들 자구노력 안간힘

상황이 이런 가운데 치명적인 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형 저축은행들의 몸부림이 심상치 않다. 일부 저축은행들은 금융당국의 자산 건전성 기준을 맞추기 위해 계열사 매각·외자 유치·사옥 매각 등 자구책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고 있다.
H저축은행 등은 지난해 말 사옥 매각·유상증자로 이미 1,200억 원을 조달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저축은행은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현재 계열 저축은행의 외자 유치 등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이 같은 대형 저축은행의 고육지책이 생존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나마 지난해 적기시정조치 유예 대상에 포함된 일부 저축은행은 최근 계열 저축은행을 매각하는 데 성공하는 등 고비를 넘긴 상태다.
유예 대상에 포함된 또 다른 저축은행의 상황은 훨씬 급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매각이 장애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들 저축은행의 몇몇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대손충당금을 지난해에 비해 더욱 많은 약 1,000억원 이상을 적시해 반강제적으로 쌓으라고 하는 바람에 압박감을 느끼고 있다”며 “건전한 계열 저축은행부터 우선 매각 대상에 올려놨는데 총선이 겹치면서 진행이 잘 안 되다 보니 금융당국의 압박이 유난히 거세진 것 같다”라고 털어놓았다.

‘아직 뱅크런 조짐은 없어’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관계자들은 “업계에서는 대형 저축은행 중에서도 추가 검사가 마무리돼 사실상 퇴출이 결정된 곳이 한두 곳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며 “수도권 소재 모 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가 1~2개월 내 경영권을 매각하지 못하면 바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을 것이란 말이 돈다. 그래서 대주주가 계열 저축은행 중 한 곳이라도 팔려고 뛰어다니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고 털어놓았다.
현재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저축은행은 총 3~4곳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소재 저축은행 외에도 대전·충남 지역에서 영업 중인 저축은행 1~2곳, 경남 지역 1~2곳이 포함됐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영업정지를 받으면 파장이 더욱 커질 것이란 점이다. 이렇게 될 경우 상대적으로 건실한 계열 저축은행들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고민도 여기로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칫 총선 전에 영업정지라도 하면 인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추가로 문 닫는 곳이 생길 수 있고 이럴 경우 자칫 민심이 동요할 수 있다”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발표를 못 했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이렇게 금융당국이 기울인 노력 아닌 노력은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총선 전 저축은행이 크게 이슈가 안 됐던 것이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3월 초 발표한 93개 저축은행들의 2011 회계연도 상반기(2011년 7~12월) 경영 실적이 비교적 잘 나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저축은행 업계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6.38%. 1%대인 제1금융권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지만 지난해 6월 말 19.06%에 비해서는 소폭 떨어진 모습이다.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9.79%로 지난해 6월 말 5.86%에 비해 현저히 개선됐다.

대선 등 정치적 일정도 ‘문제’

“표면적으로 점차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이니 총선에서도 부각되지 않았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고 도려내야 할 썩은 곳을 도려내지 않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이런 인식이 총선이 지난 시점부터 점차로 힘을 얻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중에서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거란 얘기가 나돌자 문의전화가 많이 들어오는 건 사실”이라며 “4월 내 발표한다고 정해놓은 것은 없다. 시장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만 확인해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일단 영업정지 발표는 5월은 되어야 한다”고 보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영업정지 대상 저축은행은 경영평가위원회를 열더라도 2주간의 소명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이후 자구책을 이행하는 등 실질적인 조치 여부를 금융당국이 또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3주 이상은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예금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원리금 합계 5,000만원이 넘는 예금액에 대해선 분산 예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적기시정조치 유예판정을 받았던 저축은행 중 경영정상화 조치가 미흡하다고 판단된 최소 2군데 이상의 저축은행이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당국은 해당 저축은행으로부터 약 2주간 이의신청기간을 갖고 경영평가위원회를 개최해 대주주 및 경영진 면담을 통해 퇴출 대상을 최종 결정한다.
이런 일정을 감안하면 5월 중 구조조정이 이뤄질 거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이미 수차례 구조조정을 연기한 데다 영업정지 결정이 하반기로 넘어갈 경우 12월 대선 등 정치적 일정이 부담이다. 게다가 결정을 더 늦출 경우 대량 예금인출 사태(뱅크런)를 대비해 추가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정상 저축은행의 불만도 높아지게 된다.
익명을 요구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저축은행의 추가 퇴출이 거론되던 지난해 말부터 평소의 120% 수준으로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연기 없이 이번 기회에는 결정이 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서민들 피해는

한편 현재까지 이른바 뱅크런 조짐은 없는 모습이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예금자들의 학습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금융당국 및 업계의 예금자보호제도에 대한 홍보도 예금자들의 차분한 대응에 일정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의 영향으로 그간 업계가 인터넷 홈페이지 및 지점 등에서 5,000만 원 이상의 예금은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다는 내용을 꾸준히 알리고 경각심을 제고했다”며 “실제 5000만원 이상 예금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해 예금자보호제도와 관련한 문의 건 수가 줄어들었다”며 “5,0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저축은행에 맡겨 불안하다면 가족 또는 다른 은행에 분산 예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이처럼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했지만 예금자들은 지난해와 달리 차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형저축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결과가 5월초 발표될 예정인 가운데 구조조정 후보에 오른 저축은행 예금자들의 동요는 거의 감지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영업정지 후보가 아닌 서울의 한 대형저축은행의 경우 전체 예금에서 5,000만원 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초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터진 이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월말 현재 총 예금은 2조1,476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이중 5,000만원 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8% 수준인 600억 원, 계좌는 650여개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나기 전 지난 2010년 말 기준 5,000만원 초과 예금 비중은 8.4%였다. 영업정지 후보로 거론되는 대형저축은행 관계자들도 “5,000만원 초과 예금의 비중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정지 된 7개 저축은행의 5,000만원 초과 예금 규모는 1,560억 원, 예금자수는 2만5,766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개인 예금은 1,433억 원, 법인 예금은 128억 원으로 예금자수는 각각 2만5,535명, 231개 법인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번 저축은행 퇴출 작업이 마무리되면 오는 6월 말 회계결산을 기준으로 하반기에 다시 한 번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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