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그룹이 일부 비상장계열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본난에 시달리는 등 어려움에 처한 비상장계열사에 올해 들어서만 몇 차례 자금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LS엠트론은 캐스코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0억원을, LS전선은 알루텍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3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또 LS산전에서는 자본잠식에 처한 플레넷의 채무를 면제하기로 한 사실이 전해졌다. 자금난에 시달리는 비상장계열사를 지탱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LS그룹의 행보를 짚어봤다.
캐스코, 시작은 3社합작 지금은 LS그룹 지분 94%
알루텍 등 비상장계열사 유상증자 참여해 자금수혈
채무면제 통해 자본잠식 플레넷 재무구조 개선 도와
LS그룹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이뤄지는 일” 선긋기
7월 16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LS엠트론은 주철품의 제조 및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는 캐스코에 100억원을 출자했다. 캐스코가 주주배정 방식(628만1000주, 119억원 규모)으로 실시한 유상증자에 LS엠트론이 100억원을 투입한 것이다. 이로 인해 LS엠트론의 캐스코 지분율은 83.8%에서 93.5%로 늘어났다.
캐스코 ‘잡음’
캐스코는 2005년 LS그룹, 삼양그룹, 두산그룹이 합작해 설립된 회사로 3사가 합작했다는 점 때문에 초기부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출자비율은 LS전선이 50%, 삼양엔텍(구 삼양중기)이 37.7%, 두산엔진이 12.3%였으며, 회사 운영형태는 LS전선과 삼양중기가 사업상 협력하고 두산엔진이 고객사로 참여하는 방식이었다.
업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시작했지만, 캐스코는 매년 적자를 기록하며 각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실제로 캐스코의 당기순손실은 ▲2009년 7,580억원 ▲2010년 6,447억원 ▲2011년 6,568억원, 영업이익은 2009년 1,075억원에서 ▲2010년 -1,023억원 ▲2011년 -3,586억원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또한 부채비율은 ▲2009년 169%(부채총계 370억원, 자본총계 218억원) ▲2010년 330%(514억원, 155억원) ▲2011년 482%(459억원, 122억원)로 점차 증가했고, 2010년부터는 자본금이 자본총계를 뛰어넘는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상태다.
이에 삼양그룹은 3월 13일 보유지분 33.79%를 LS엠트론에 전량 매각했고, 그 결과 LS엠트론은 캐스코의 지분 83.8%를 보유하게 됐다. 캐스코가 계속 적자를 기록하자 삼양그룹은 발을 빼는 결정을, LS그룹은 품안에 깊숙이 넣는 결정을 각각 한 것이다.
LS그룹의 이러한 방침은 이번 유상증자 때도 드러났다. LS엠트론은 캐스코의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100억원이라는 전폭적인 투자를 한 것. 반면, 두산엔진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기로 해 보유지분이 16.21%에서 6.5%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사 합작으로 설립됐지만, 결국 LS그룹이 떠안는 모양이 된 셈이다.
LS그룹의 캐스코 살리기는 이전부터 계속됐다. 2월 19일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LS엠트론은 캐스코 유상증자(25억원 규모) 주요내용을 누락해 과태료 1200만원을 물기도 했다. 공정위가 점검한 기간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였다.
이 외에도 LS그룹은 해당기간 지알엠, 오디캠프, 코스페이스, E1컨테이너터미널 등이 실시한 유상증자 주요내용을 누락 혹은 미공시해 과태료 총 4억원 정도를 부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누락된 내용 대부분이 유상증자와 관련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LS그룹이 캐스코를 비롯한 계열사 살리기에 분주했음을 알 수 있다.
유상증자 통해
올해 들어 LS그룹은 캐스코 뿐만 아니라 알루텍 살리기에도 힘쓰는 중이다. 알루텍은 창호 및 커튼월링 사업을 위한 도안, 설계, 시공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6월 14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알루텍은 주주배정 방식(600만주, 30억원 규모)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LS전선은 28억원을 출자했다. 이로 인해 LS전선의 알루텍 보유지분은 100%에서 98.9%로 감소했지만, 주식 수는 2035만6000주에서 2605만6000주로 증가했다. LS전선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함으로써 재무구조 상 어려움에 처한 알루텍의 자본금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비상장계열사인 알루텍은 부채비율이 2011회계연도 기준 1,448%(부채총계 542억원, 자본총계 37억원)를 기록하는 등 최근 급격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2009년 559%(433억원, 77억원)였던 부채비율이 단순수치 상 3년 만에 3배로 뛴 것이다.
또한 2009년 알루텍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7억2600만원, 7억7700만원이었으나 2010년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영업손실은 2010년 23억원, 2011년 5억원, 당기순손실은 2010년 28억원, 2011년 23억원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로 인해 LS전선이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알루텍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함이라는 풀이가 나온다.
LS그룹은 2011년에도 자본잠식 상태에 놓인 리앤에스, 케이제이모터라드 등 비상장계열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재무구조 개선을 꾀한 바 있다. 당시 리앤에스는 한성이 138억원을, 케이제이모터라드는 LS네트웍스가 32억원을 출자했다. 양사는 최근 적자를 기록해왔으며, 특히 리앤에스의 경우는 자본총계가 최근 3년간 마이너스를 기록해 심각한 재무구조 상태에 놓여 있다.
‘돈 빌려주기’도
LS그룹의 비상장계열사 지원은 차입금을 면제해주는 방식을 통해서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29일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LS산전은 플레넷의 차입금 10억원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면제사유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채무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앞서 플레넷은 LS산전으로부터 2012년 3월 24일부터 1년간 32억원을 빌리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플레넷은 홈 네트워크 시스템 등의 연구개발, 제조 및 판매를 주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며, LS산전의 보유지분은 63%다.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재무구조 상태가 좋지 않다. 플레넷의 당기순손실은 ▲2009년 15억원 ▲2010년 17억원 ▲2011년 19억원으로 점차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2009년 15억원 ▲2010년 16억원 ▲2011년 15억원을 기록해왔다. 특히 자본금은 50억원이며, 자본총계는 ▲2009년 10억원 ▲2010년 -10억원 ▲2011년 -30억원 추세로 대폭 줄어 자본잠식 상태에 놓였음을 알 수 있다.
5월 2일 플레넷은 LS산전에 영업양도를 결정하기도 했다. 양도가액 10억원에 전력선통신기술을 비롯한 전력선통신기술사업부문을 양도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플레넷은 전력선통신기술부문의 기술은 물론 자산, 부채 등도 넘기게 됐다. LED사업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번 영업양도의 목적이었다.
LS산전 관계자는 “플레넷은 LED분야와 전력선통신기술분야를 영위해왔는데, 최근 동반성장위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LED분야가 많이 포함돼 LED는 플레넷이 전력선통신분야는 LS산전이 영위하기로 했다”며 “플레넷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최근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채무면제 결정은 신사업 추진분야이고 이 부분에 대한 사업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기 때문에 투자차원에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더스도 최근 가온전선으로부터 차입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가온전선의 위더스 보유지분은 79.4%다. 2011년 위더스는 가온전선으로부터 장기차입금 명목으로 9억원을, 단기차입금 명목으로 33억원을 빌리는 계약을 각각 맺었다. 상환일은 두 계약 모두 2012년 12월 31일까지다.
2012년 7월 19일에는 단기차입금 명목으로 가온전선에 1년 뒤 10억원을 상환하는 계약을 맺어 가온전선으로부터 총 54억원(당해사업연도 기준)의 빚을 진 상태다. 또 최근 위더스의 실적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2011회계연도 기준 매출액 40억원 중 이자비용만 29억원에 달해 차입금을 상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LS그룹 관계자는 “불법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테두리 내에서 행해지고 있는 사항이라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딱 잘라 말했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