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선임을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LH는 정인억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 부의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LH가 정 부사장을 선임한 데 대해 의아함을 보이고 있다. LH에서 부사장을 뽑으려고 했던 이유가 재무부문을 강화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져 왔는데, 정 부사장은 이에 부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 부사장은 경제학을 전공하기는 했지만, 오랜 시간 정보통신 전문가의 길을 걸어온 인물이다.
정 부사장은 국제경제연구원의 연구원으로 근무한 이후 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ICCP) 한국대표단,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정보통신부문 자문위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보통신실무그룹 부의장,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원장, 국가정보화 전략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해왔다.
LH는 지난해 130조원을 상회하는 부채를 기록했다. 이는 2010년에 비해 9조원이 증가한 수치다. 이자만 한 달에 수억에 달하는 등 재무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LH가 재무가 아닌 정보통신 분야에 정통한 인물을 부사장으로 선임하자, 의외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정 부사장은 공모공고를 내고 외부 심사위원을 꾸려 뽑힌 3명 중 이지송 사장과 개인면담을 통해 선출됐다. 낙하산 인사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 뒤 “정보통신에서도 IT기술개발을 한 것이 아니라 정책과 관련해 일을 했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얻었다. 부사장은 사회경제 등 전반적인 흐름을 알아야 하기에 적절한 인사”라고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LH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임원진의 기본급은 지난해 대비 증가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LH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지송 사장의 기본급은 1억472만원, 정인억 부사장을 포함한 상임이사의 기본급은 9512만원, 상임감사는 8378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 임원진의 기본급은 이 사장 1억110만원, 상임이사 9183만원, 상임감사 8088만원이었다. 기본급이 1년 새 3.5% 가량 오른 것. 당시 이들은 성과급을 포함해 연봉으로 2억2243만원, 1억3469만원, 1억2941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LH 관계자는 “물가상승률과 호봉상승분을 반영해 상승한 수치인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진은 지난 2년 동안 연봉의 5%를 반납하는 등 재무안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