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태블릿PC와 관련하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에서 희대의 특허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지난 8월에는 한국, 미국, 일본에서 특허소송 관련 판결이 나온데 이어 유럽권의 판결마저 잇따라 바야흐로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여론에서는 자국 기업인 삼성에 애국심의 잣대로 편을 들며 스포츠 중계를 보듯 ‘승패’의 결과에 주목하기 바쁜 가운데 이번 국정감사 때 지난 2009년 대한상공회의소 특허분쟁 관련 자료를 들며 변화하는 국제경제 대응에 늦어도 한참 늦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촉구되었다.
1,000개의 기업의 23%가 특허분쟁, 33%는 이겨도 피해
지난 2009년 10월에 발표한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 따르면 국내기업 1,00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 최근 3년간 분쟁을 겪은 기업이 22.6%, 이중 손해를 본 기업은 58.9% 그중 분쟁에 이기고도 손해를 본 기업은 33.2%, 분쟁에 져 손해를 입은 기업이 25.7%에 달해 특허분쟁은 승․패에 관계없이 기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밝혀진 바 있다. 이 2009년의 통계가 전하는 바는 크다. 바로 세기의 소송이라고 불리는 애플과 삼성의 스마트폰․태블릿PC 특허권 분쟁의 손해배상액에서 한국은 4천만원, 미국은 1조 2천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실감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배상액의 차이는 곧 특허권에 대한 인식의 차이
한국 지방법원에서는 삼성이 1건, 애플이 2건의 특허 침해를 인정하면서, 삼성 2억5천만 원, 애플 4천만 원을 배상하도록 판결이 내려졌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삼성이 애플의 특허․디자인 6건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고, 삼성에 10억 5천만달러(한화 약 1조2천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특허와 디자인 관련 제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침해 여부에 대한 각국 법원의 판단 결과가 다를 수 있지만, 특허 등 지식재산권 침해에 있어 4천만원과 1조2천억원이란 손해배상액의 엄청난 차이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단순히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련 제도의 차이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 특허라는 분야가 사회적으로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으며 실효성을 확보하기도 어려운 사법제도 안에 갇혀있는지를 느끼게 해 주는 중요한 사건이다.
특허실효에 대한 제도적 모순
우리나라와 미국의 손해배상액의 차이에서도 볼 수 있듯 기업이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입하여 개발한 기술에 대하여, 우리 스스로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손해배상액을 지나치게 낮게 산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특허 손해배상액이 지나치게 낮아 국내의 특허권자가 특허권을 보유하고도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있다.
우리나라의 특허 손해배상액은 평균적으로 미국의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의 경우 특허 손해배상액 결정에 대한 모든 권한은 해당 법원의 판사에게 있으나, 한국의 경우 시장 규모와 특허 침해로 입은 잠재적 이익을 환산하여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는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천문학적인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특허권은 아직은 잠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라도 시기에 따라서 그것의 파급력은 시장전체를 좌우한다는 인식과 그에 대한 판단이 껴들 여지가 없는 것이다.

특허소송 일원화가 절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은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내의 이러한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하며 “특허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특허 손해배상액의 현실화뿐만 아니라 특허분쟁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정확한 분쟁 해결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밝혔다.
특히 “우리나라는 특허무효소송 등 심결취소소송과 특허침해소송에 대한 관할 법원을 다르게 운영하고 있어 효율적이지 못하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일본, 미국 등 특허 선진국을 보면, 특허침해소송과 심결취소소송의 관할을 특허전문법원으로 집중하는 등 특허소송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특허소송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의 경우는 이미 82년 이러한 법적인 제도를 마련했고 가까운 일본의 경우도 2005년에 관련 제도 개편을 완료했다.
우리나라도 이미 통계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해 특허권 시장에 대한 인식과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요구되었으나 이마저도 묵과해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형국이 되었다. 자국에서는 고작 4천만원의 가치를 가진 특허가 미국에서는 1조 1천억의 가치를 지닌다는 점은 사각지대에 놓은 자국 특허기술에 대한 관심이 ‘애플 VS 삼성’의 볼거리로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