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의 근절, 가능하긴 한 것일까? 지난 2004년 정부의 대대적인 성매매 단속 이후 성매매 덩어리는 뿔뿔이 흩어져 사회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그후 8년, 사방에 변종 성매매가 활개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성매매 근절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떠들어댄다. 성매매 근절에 대한 부작용인지 욕정에 대한 작용인지 성매매는 급기야 품격과 품위 그리고 고급스러움에까지 파고들었다. 잇따른 고급호텔 성매매, 지역주민들조차 지역상권이 죽는다며 쉬쉬하는 품격 있는 성매매가 연일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요즘 사창가도 강남스타일이 대세이다.
강남 특급호텔, 유흥주점과 공조해 성매매 알선
강남의 라미르 호텔이 유흥주점과 연계해 한 층을 통째로 내줘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사실이 경찰 조사 밝혀졌다. 지난 18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미르 호텔 사장 고모(56)씨와 호텔 내 유흥업소 업주 이모(35)씨를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성매매 현장에서 적발된 정모(40)씨 등 매수남 7명과 성매매 여종업원 7명, 호텔 지배인, 주점 직원 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호텔 사장 고씨는 2010년 7월부터 지난 14일까지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무궁화 4개급 호텔에서 10층 객실 19개를 성매매 장소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유흥업소 업주인 이씨의 경우는 이 호텔 12~13층에 200평 규모 유흥업소를 운영하면서 성매매를 원하는 고객에게 34만원씩 받고 10층 객실로 보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다. 경찰조사결과 주점 직원이 호텔 프런트에서 10층 전 객실의 열쇠를 받아 갖고 있다가 손님을 객실로 직접 안내하는 방식으로 공조해온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호텔과 유흥업소가 연계해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민원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 14일 오후 11시40분께 해당 업소를 급습해 성매매 현장을 적발했다. 경찰 조사결과 라미르 호텔은 지난 10월 강남구청으로부터 지하 1∼3층과 지상 12∼13층에 대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적발된 것으로 드러났고 호텔 측은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영업을 계속해왔다. 경찰은 관할구청에 이 호텔에 대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예정이라 밝히며 "호텔과 유흥업소 측의 수익 배분 등 유착 관계에 대해 추가로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호텔이 제공하는 품위있는 성매매 서비스
강남경찰서는 올해 들어 성매매 업소 등 635개 풍속업소를 단속해 1천376명을 검거했다. 강남 숙박업소 51곳에 있는 유흥주점 수는 79개, 이 중 이 중 유흥업소와 연계해 성매매를 알선한 것으로 확인된 호텔은 8곳에 이른다.
이번에 적발된 라미르 호텔의 경우 대부분 지하에 유흥주점을 둔 다른 호텔과 다르게 호텔 12, 13층 별도의 공간에서 영업을 했다. ‘답답한 지하를 벗어나 강남 전망이 시원하게 보이는 곳에서 스트레스를 풀라’는 광고가 버젓이 붙어있는 유흥주점 ‘5OO’는 일부 관광객 사이에서 ‘한국에서 한 번 가볼 만한 명소’로 입소문 났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여성 종업원이 속살을 드러낸 채 속옷만 입고 접대해 주변에서는 ‘17% 란제리 클럽’ 혹은 ‘슬립(원피스형 속옷) 클럽’으로 불렸다.
단속에 적발된 성매수 남성은 총 7명, 대부분 의사나 대기업 간부들이었다. 이들은 신분 노출을 꺼린 탓에 정문이 아닌 지하 주차장 엘리베이터로 올라가 술을 마신 것으로 드러났으며 성매매를 원하는 손님은 미리 업소가 미리 준비한 10층 객실로 이동해 여성 종업원을 기다렸다. 경찰은 “오후 7시경 영업 시작 시간에 맞춰 업소 직원이 호텔 프런트에서 10층 객실 열쇠 19개를 모두 받아 성매매 알선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성매매 비용만 1인당 34만 원, 이른바 호텔이 제공하는 품위있는 성매매 서비스 비용이다. 그간 고급스러움과 품격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호텔이 서울 강남에 있는 일부 특급호텔들의 차별화된 서비스 덕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는 비아냥을 들을 만큼 성매매 실태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항간에서는 경찰 단속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객실 한 층을 통째로 성매매 장소로 제공하는 등 호텔이 하나의 거대한 성매매 업소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성매매를 옹호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음지에 있던 성매매가 드디어 양지로 뛰쳐나와 품격있는 성매매로 변모한 것으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른바 성매매도 '강남스타일'인 것이다.
서울 강남구 소재의 특급호텔이 대규모 유흥업소와 연계해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단속된 것은 지난 7월에 이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다. 지난 7월 서울 강남의 특2급 호텔 가운데 하나인 라마다서울 호텔 역시 지하 유흥업소에서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가 포착되어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 중이다. 라마다서울 호텔의 경우 2009년 4월에도 지하층 임대 유흥업소에서 성매매 행위가 적발돼 벌금형 등 공중위생관리 법령에 따른 처벌을 받고, 이로 인해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음에도 끝까지 품격 있고 차별화된 성매매 서비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성매매 한 곳에서만 9만회, 올해 검거 수는 고작 1천여명
지난 7월 강남구는 관내 불법 성매매를 뿌리 뽑겠다며 불법퇴폐행위 근절에 대한 TF를 발족시켰다. 그동안 강남구는 특별사법경찰 수사관과 민간 감시원을 투입해 수백 곳에 달하는 유흥업소를 집중 단속했다.
호텔과 같은 숙박업소가 성매매 장소를 제공하는 등 성매매 알선 혐의로 적발되면 1차 적발 시 영업정지 2개월, 2차 적발 시에는 3개월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세 번째로 적발될 경우에는 영업장 폐쇄 조치가 내려진다.
하지만 이러한 행정처분에도 강남구의 성매매 관련한 경찰의 단속 건수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서울 강남에서 대형 오피스텔 방 수십 개를 빌려 성매매를 알선하고 수십억 원을 챙긴 기업형 성매매 조직원 11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에 있는 오피스텔 방 24개를 임대해 30억 원 상당의 수익을 얻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조직에게 성매수를 한 남성은 하루 평균 남성 65명으로, 한 사람당 13만 원의 화대를 지불했으며 총책 김 씨를 중심으로 성매매 여성을 모집하는 관리업무, 전단지 배포를 맡는 광고업무, 성매매를 연결해주는 알선 업무로 역할을 철저히 분담, 기업체 못지 않은 조직적인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성매매 룸살롱 ‘어제오늘내일(YTT)’과 S호텔의 실소유주 김모 씨와 동생이 구속기소됐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며 소위 ‘사창가 강남’을 수면 위에 띄운 대표적인 사건인 YTT의 소유주 김씨 형제는 2010년 7월부터 지난 6월까지 1년 11개월 간 YTT를 운영하면서 여성 종업원과 남성 손님들 사이에 8만8천000회 이상의 성매매를 알선해 61억 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김씨가 직접 밝힌 YTT 규모는 룸 106개로 종업원은 웨이터 300여명, 마담 50여명, 여종업원 400여명, 밴드연주가 40여명. 이 중 400여명의 여종업원들이 2010년 하반기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받은 급여는 신용카드 매출로 확인된 것만 116억 7천8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20억 원대의 금액이 매달 400여명에게 지급된 것으로 여종업원당 월 500만 원 상당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50여명의 마담들은 여종업원의 두 배에 달한다. 2010년 하반기 지급된 급여는 26억 7천800만 원으로 마담 한 사람당 월 900만 원에 육박하는 급여를 받은 셈이다.
강남구에 있는 룸살롱 개수는 무려 360개, 그중 YTT 한곳에서만 2년 동안 약 9만회의 성매매가 이뤄졌다. 그리고 올해 강남경찰서가 ‘집중단속’해 검거한 성매수자와 종업원들의 수는 1천376명이 고작이다. 결국 쫓고 쫓겨도 돈은 돌고 즐길 사람은 계속 즐기고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도 환영하는 사창가 강남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발효 이후 경찰의 집중적인 단속으로 불야성을 이루던 집장촌이 쇠락의 길을 걸은 지 8년이 지났다. 지난 2009년을 기점으로 성매매 위반 사범 수는 감소로 돌아섰지만 성매매에 대한 지대한 열광은 오피스텔, 휴게텔, 안마방 등 유사 성행위 업소 등으로 표출되며 사회 곳곳에 파고들었다.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된 오피스텔 성매매나 안마방 등은 현재도 버젓이 운영되고 있고 강남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난 풀살롱 역시 1인당 수십만원을 지불해야 하는 고가임에도 여전히 성황중이다.
지난 3월 경찰은 ‘강남 풀살롱의 황제’ 이모씨(40. 구속 수감 중)의 주변 수사를 통해 국내 최대 규모의 룸살롱을 압수수색했다.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했던 Y룸살롱은 2010년 7월 오픈과 동시에 재벌들과 고위급 인사가 자주 찾아 강남의 D룸살롱과 함께 ‘빅3’로 등극하였던 곳이다.
지상 18층, 지하 5층 규모의 평범한 관광호텔인 Y룸살롱의 실상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룸 규모만 180개가 넘는 초거대 룸살롱이었다. 웨이터들의 수만 무려 700명, 여성 접대부는 500명이 넘는 등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근무한 Y룸살롱은 법인으로 위장하여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고 사업을 하는 등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였으며 접대부들까지도 허위 인적사항과 급여를 기본으로 ‘4대 보험’까지 가입시킨 이른바 성매매 대기업이었다.
또한 지난 8월 9일에는 유흥주점과 모텔이 결탁한 강남권 대형 ‘풀살롱’ 업소 9개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팀에 적발되어 48명을 검거되기도 했다. 적발된 9개 업소는 불법 성매매로 인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10억 원대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파악되었다.
‘성매매 추방 범국민 운동’이 강남구를 샘플지역으로 성매매 업소 실태를 파악한 결과 이러한 풀살롱 외에도 안마시술소는 100%, 노래방과 단란주점을 비롯한 모든 유흥업소는 80%가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류역사상 어떤 정권도 성매매와의 전쟁에서 이긴 정권이 없었다.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인결과 오히려 성이 문란해 졌고 더욱더 어두운 곳으로 숨어들었다.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직업이라는 매춘부, 여성가족부가 2011년 조사한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유흥업계 종사자 수는 100만명, 그리고 연간 매출규모는 무려 12조원에 달했다. 그리고 지금 강남은 키스방, 안마시술소, 노래방도우미, 풀살롱, 오피스텔로도 모자라 특급호텔마저도 품위 있는 성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사창가로 거듭나고 있다.
한 여자의 남편, 아이들의 아버지들이 야근과 회식, 술자리로 핑계를 대며 돈다발을 들고 찾아오는 곳, 경찰이 불법 룸살롱을 폐쇄시키면 지역 경제가 흔들린다며 동네 사람들이 경찰에 항의하는 일들이 곧잘 벌어지는 곳. 이것이 오늘날 강남의 현주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