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구,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 상생의 하모니
구로구,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 상생의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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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애경·에덴복지재단,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도 요즘 일자리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장애인 구직자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 최근 몇 년간 정부는 장애인 일자리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다양한 일자리 창출에 주력해 왔다. 매년 전국의 지자체들은 장애인들을 위한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며 대대적인 언론 보도를 해왔지만 사실상 흡족할만한 결과를 내는 지자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6년째 장애인 고용 창출 1위’라는 결과로 보여주며 장애인 일자리 문화에 앞장서는 지자체가 있으니 바로 서울시 구로구(구청장 이성)다. 구로구(구청장 이성)는 애경산업(회장 장영신)과 손을 잡고 지난 29일 구청 강당에서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구인업체 45개사가 552명을 채용하는데, 직업을 찾기 위해 몰려든 장애인의 수는 2300여명에 달했다.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 성황리에 마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열린 이번 박람회는 오후 1시가 되자 구청 주차장이 만석이 될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 개인, 혹은 가족·친구 단위로 전국에서 방문한 2300여명의 장애인들로 행사장은 그 어느 때보다 붐볐다.

이날 박람회에 참석한 업체는 총 45업체다. 박람회에서는 일반사무, 고객상담, 생산,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장애인 구직희망자를 모집했다. 조리보조 배식서비스 직종을 모집하는 ‘AK플라자’,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 ‘형원’, CJ 오쇼핑 상담전문 업체 ‘CJ 텔레닉스’ 이 밖에도 ‘삼화플라스틱’, ‘(주)평생건강’ 등이 참여했다. 특히 경비원·미화원·보안원 직종 관련 150명을 모집하는 ‘(주)건장시스템’의 20번 부스 앞에는 지원을 희망하는 장애인들로 금세 긴 줄이 늘어졌다.

직업훈련 및 취업상담 부스는 업체별로 따로 마련돼 운영됐다. 이력서를 작성하고 취업을 희망하는 부스 앞에서 설레는 표정으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던 여의도에 온 청각장애인 정모씨(34)는 “나는 선천적인 청각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일자지를 구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해 왔다”며 “오늘은 내 장애 조건에 맞는 A업체를 지원하러 왔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박람회 자체가 즐겁다”고 전했다.

박람회장에서는 구인업체와 구직 장애인 간 면접 및 이력서 대필 서비스, 무료 사진 촬영, 무료 대사증후군 검사 등 부대행사가 함께 마련됐다. 또 현장에 배치된 수화통역사, 안내도우미는 장애인들에게 열성적으로 도움을 줌으로써 훈훈한 분위기 조성을 이끌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열정만은 뜨거운 하루였다. 일자리의 문턱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 장애인들은 이날 하루 바삐 움직이며 현실과 희망의 간격을 좁혔다.

 

대기업, 지자체, 장애시설
삼자간의 아름다운 하모니

구로구 사회복지 박동수 과장의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에 대한 경과보고에 이어 이성 구로구청장, 고광현 애경산업 대표이사, 정덕환 에덴복지재단 이사장의 소감이 이어졌다.

박동수 과장은 “구로구가 친환경기업을 지향하는 애경의 기업이념과 뜻을 같이 하고자 2012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실무팀을 구성, 구체적인 사업진행 끝에 오늘 비로소 공동협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구로구는 매년 400명에 가까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해오며 6년째 지자체 최고기록을 새우고 있는 모범구로 뽑힌다.  김상재 사회복지과 팀장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대규모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도 일자리 창출 100명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구는 명실상부한 기록을 보유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성 구로구청장은 “기업들 하나하나가 장애인 취업에 대한 굳고 구체적인 의지를 가지고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구는 애경실무진과 ‘형원’ 시설을 수차례 방문하며 사전작업에 정성을 부은 만큼 보다 많은 장애인을 채용하기 위해 앞장설 것이다”고 전했다. 이어 “보다 많은 장애인을 일자리를 통해 장애인들이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고 소감을 덧붙였다.

고광현 이사는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여러분께 감사한다”며 “협약식 체결에 앞서, 애경산업이 처음 하는 일이라 제대로 된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는데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도움은커녕 오히려 많은 에너지를 얻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여러 가지 연구를 계속해 협업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지원 하겠다”고 밝혔다.

에덴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은 “현재 장애인이 일하는 사업장에서 일자리 확보와 생산품 판매에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장애인에게 시혜적 복지가 아닌 생산적 복지를 펼치는 일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정덕환 이사장은 일하고 싶은 장애인에게 일자리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해온 과거를 회상하며 “오늘 자리가 장애인 일자리 창출의 산실의 장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 확보와 관심을 촉구했다.

에덴복지재단은 가장 많은 중증장애인들이 소속한 재단으로 장애인의 요양, 재활 및 보호사업과 특수교육, 아동 및 영유아 복지사업법 등을 실시함으로써 복지증진을 목표로 한다. 최연소 국가대표 유도선수에서 훈련 중 경추가 부러지는 사고로 하루아침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에덴복지재단의 정덕환 이사장은 국내 장애인 직업재활 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한편 구로구·애경·에덴재단이 협약한 공동협약서에는 ▲애경산업(주)는 중증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일거리를 에덴복지재단에 지속적으로 제공, 제품의 생산 및 연구개발에 필요한 기술지원 ▲사회복지법인 에덴복지재단은 친환경 세제 등 원활한 생산, 제품 품질 확보, 중증장애인일자리 증대 ▲구로구청은 생산품 판로구축과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박람회는 대기업, 지자체, 장애시설이 직접 나서 삼자간의 협동을 몸소 보여준 자리로 장애인 역사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받았다.


국내 장애인 취업 시장 부족

‘2011년 장애인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장애인 중 15세 이상 인구는 2,540,285 명이며, 이 가운데 38.5%인 977,588명이 경제활동에 참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점의 비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 62.1% 보다 23.6%나 낮은 수준이다.

대기업은 물론 대부분의 중소기업들도 반자동 시스템으로 공장이 돌아가는 만큼 단순 업무직만 가능한 장애인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은 정부의 장애인일자리 확대를 위한 재정지원, 일자리 창출, 중증장애인직업재활지원, 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장애인 고용기업 지원 등 다양한 정책과 제도로 장애인 일자리 확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정부의 장애인 지원 정책은 이미 과부하 상태로, 이제는 기업들 스스로 지속적인 일자리 나눔을 통해 장애인의 홀로서기를 도와 사회적 소임을 다해야 할 것이다. 

에덴복지재단 정덕환 이사장은 “로봇이 만들어내는 물건을 우리 장애인들 이길 수는 없지만,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정성과 대기업 제품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하며 장애인들 고용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

장애인의 빈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82천원으로, 이는 전국 가구 월평균소득 3,713천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애인들에게 일이란 단순한 밥벌이 수단을 넘어, 근로활동을 통해 장애를 극복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표출하는 해방구다. 장애인들이 경제적으로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기초생활 보장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무엇보다 적극적으로 근로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근로유인에 대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근로가능한 장애인들이 근로활동 참여를 통해 보다 나은 경제생활을 영위하도록 정부, 기업, 장애시설 삼자간의 조화도 필요할 것이다.

에덴복지재단 관계자는“장애인들에게 최선의 복지는 일자리”라고 표현하며 “장애에 상관없이 모두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구직 희망 장애인과, 인력이 필요한 사업체가 한자리에 모여 화합의 장을 마련한 구로구의 ‘장애인 일자리 박람회’를 통해 장애인 구직자들이 직업을 찾고 삶의 질 향상과 경제적 자립을 이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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