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5일 해외 위조신용카드를 국내에 들여와 위조여권을 제시하며 백화점 등에서 수억원 상당을 부정사용한 혐의(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등)로 말레이시아인 G모씨(37), 싱가포르인 M모씨(43) 등 4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총책인 G씨는 지난달 중순께 말레이시아에서 위조총책 A씨로부터 위조한 해외 신용카드 120매를 건네받아 사전에 포섭된 사용책 M씨 등 2명과 입국해 서울 특급호텔 내 귀금속 판매점, 백화점 등을 돌며 귀금속과 태블릿PC, 휴대폰 등을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G씨는 M씨 등 사용책 2명에게 현금화가 쉬운 귀금속과 태블릿PC, 휴대폰 등을 사들이라고 지시했고 사용책들은 지시대로 물품들을 구입한 뒤 G씨에게 즉시 전달했다.
G씨는 M씨 등이 지난달 22일 경찰에 체포됐는데도 이틀 뒤에 사용책 T모씨(48)를 입국시켜 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르다 결국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조사 결과 G씨는 총 3차례 사용책들과 함께 입국해 호텔, 백화점 등에서 위조카드 120매를 이용해 510차례에 걸쳐 6억6000만원 가량을 결제 요청하고 이중 2억7000만원 상당을 승인받아 귀금속, 태블릿PC, 명품가방 등을 무더기로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찰은 해외 신용카드 80매를 이용해 지난달 23~29일 강남과 영등포의 유명 백화점 등에서 220여차례에 걸쳐 5억5000만원 가량을 결제 요청하고 9000만원 상당을 승인받아 태블릿PC와 휴대폰, DSLR 카메라 등을 집중적으로 구입한 터키 국적의 I모씨(43) 등 2명도 추가로 검거해 구속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이들은 국내 위조총책 B씨로부터 구입대금의 30%를 받기로 하고 위조 신용카드를 건네받아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들이 관광객으로 위장한 뒤 현금화가 쉬운 고가 제품만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해외로 빼돌렸다고 설명했다.
또 기존에는 주로 동남아와 아프리카 국적을 가진 외국인들이 위조 해외카드를 사용하다 적발됐지만 최근에는 유럽인들까지 한국에서 위조카드 사용이 쉬운 점을 알고 국내에서 신용카드를 위조해 부정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한국은 대부분 카드결제 단말기가 마그네틱 카드용 단말기라는 점에서 위조카드가 쉽게 유통될 수 있는 구조"라며 "관련범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IC칩 카드용 결제 단말기로 조속히 전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 유사한 수법으로 국내에서 위조카드를 부정사용하는 외국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한편 수사활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