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의 주식교환 작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을 상대로 법원에 낸 주식교환절차이행금지 및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이 모두 기각됐기 때문이다. 또 하나금융 1대 주주(9.35%)이자 외환은행 주주(1.38%)인 국민연금도 주식교환을 찬성했다. 주식교환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하나금융도 한숨 돌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세 귀추가 주목된다. “합병을 위한 수순 밟기로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금융을 향해 울분을 토하게 된 보다 자세한 사정은 무엇일까. 노조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주식교환절차이행금지 가처분신청 등 기각, 향방은?
노조 “금융업은 신뢰가 생명…이제 거짓말은 그만”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강형주)는 외환은행 노조가 제기한 주식교환절차이행금지 및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이로 인해 하나금융의 주식교환 작업은 힘을 받게 된 반면, 외환은행 노조에게는 가시밭길이 예고됐다.
재판부, 하나금융의 손을
재판부는 외환은행 노조가 낸 주식교환절차이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시장주가에 따른 주식 교환가격,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 산정이 현행법상 요구되는 요건과 절차를 위배해 주주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서도 “하나금융은 은행지주회사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은행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므로 의결권 행사를 제한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15일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리게 됐다. 앞서 1월 28일 하나금융은 이사회를 열고 외환은행 잔여 지분 40%를 확보해 외환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식교환은 외환은행 주식 5.28주당 하나금융 1주를 교환하는 방식이다. 안건이 통과되려면 전체 주주의 과반이 참석해 3분의2 이상 찬성해야 한다. 주주총회에서 주식교환 안건이 통과되면 4월 25일 외환은행 주주들에게 하나금융 신주가 교부되고 26일 외환은행은 상장폐지 된다.
다만 하나금융이 양사에 대한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경우 주식교환 자체를 무효화하겠다는 조건을 달아 상장폐지가 무산될 가능성은 있다. 주식매수청구는 주총 전인 14일까지 반대의사를 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3월 25일까지 진행되며,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격은 하나금융 3만7581원, 외환은행 7383원이다. 그러나 12일 종가가 하나금융 4만300원, 외환은행 7550원으로 주식매수청구 행사가격보다 높았고, 양사의 주가변동 폭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일반주주들이 주식교환을 반대할 가능성이 낮다고 점쳐진다.
“거짓말하고 또 거짓말해”
하나금융 관계자는 주식교환 작업과 관련해 “합병과는 무관한 결정으로 독립경영과는 관련이 없는 문제”라고 선을 그었지만, 외환은행 노조는 주식교환 계획이 발표된 때부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2월 인수당시 도출한 노사정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이다. 노조에 따르면, 합의문에는 ‘하나금융의 자회사 편입 이후에도 외환은행 명칭을 유지하고 독립법인으로 존속한다’, ‘편입 5년 뒤에 합병을 협의한다’ 항목이 담겼다.
주식교환 작업을 통해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하나금융의 독립경영 보장약속은 깨졌다는 주장이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업은 신뢰가 생명인데 하나금융은 독립경영을 침해하는 행위로 수차례 약속을 어긴 바 있다”며 “노조가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은 노사정 합의를 위반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된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하나금융은 지금 합병을 전제로 한 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100% 자회사가 되면 이미 합병을 위한 준비는 99% 끝난 것 아니냐. 실제로는 합병준비를 하고 있으면서 언론에는 ‘합병을 하는 것이 아니다’고 한다. 하나금융이 마지막 1%만 남겨두고 ‘독립경영은 보장한다’고 하는데, 합병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봐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주식교환의 조건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개매수를 하지 않고 가격을 임의로 정해서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도 문제인데다 지난해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매입한 가격 1만1900원에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등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크다는 설명이다. 대주주인 하나금융이 주식을 2년 이상 보유하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소액주주가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22%를 내지 않아도 되는데, 1년 만에 주식교환을 시도해 양도세를 내야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하나금융이 100% 지분을 가지게 되면 주주총회를 통한 감시가 배제돼 투명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다.
믿을 수 없는 이사회
하나금융이 외환은행의 지분 100%를 가질 경우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 이사회에서 합병에 찬성하지 않으면 양사 합병은 불가하나, 외환은행 이사회가 하나금융에 우호적인 결정으로 몇 차례 구설에 올랐다는 점은 노조의 불안감을 더욱 가중시키는 듯하다.
외환은행 이사회는 하나금융이 설립한 하나고등학교에 257억원 출연하기로 결의하고, 배당결정을 번복하는 등 거수기 논란에 휩싸인 전적이 있다. 배당결정 번복은 하나금융을 제외한 주주들에게 주당 50원씩 배당하기로 했다가 하나금융의 반발을 이유로 다음날 임시이사회를 소집, 하나금융에도 배당(약 194억원)을 실시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이사회의 결정은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졸속처리’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외환은행 사외이사 선임 당시 경제개혁연대 등은 논평을 내고 “상당수가 과거 하나금융 및 계열사의 임원이었거나 윤용로 하나금융 부회장(외환은행장)과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며 “독립성이 의심된다”고 입을 모았다. 김주성, 천진석 이사는 하나금융과 계열사 임원을 역임했고 방영민 이사는 윤 부회장이 재경부 및 금융위에서 근무할 당시 상당기간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다는 점에서 특히 독립성 문제가 불거졌다.
실제로도 외환은행 사외이사진은 지금까지 8번 넘게 열린 이사회에서 반대의사를 내비친 적이 없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사회에 대해 “하나금융에서 임명한 사람들이고 공정성과 독립성이 없다”며 “지난해에도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독립성이 떨어진다고 말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이사회가 하나금융에 우호적인 결정을 내렸던 전적을 볼 때 지분 100% 보유 이후 합병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나금융의 주식교환 작업에 외환은행 노조의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편, 외환은행 노조는 14일 “하나금융의 주식교환이 소수주주의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재판청구권, 평등권 등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주식교환 작업에 대해 앞으로도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밝힌 바 있어 이들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주목된다.
박미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