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받는 반려동물, 더 고통 받는 주인
고통 받는 반려동물, 더 고통 받는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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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병원 고액 진료비·의료사고 방치하면 안 돼
 

동물병원 진료비 가이드라인 없어 병원마다 천차만별
의료사고·부실진료 사건 어디로 가서 해결해야 하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됐다. 싱글족이 증가하고 출산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난 현상 가운데 하나다. 개·고양이 등 일반적인 동물뿐만 아니라 기니피그·도마뱀 등 그 종류도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지금의 반려동물은 과거와 달리 ‘친구’이자 ‘가족’으로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가 더 크게 작용해 친밀함 또한 더 깊은 편이다. 증가하는 반려동물의 수만큼이나 그들을 돌보는 동물병원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의료비 청구와 부실진료, 의료사고 등 또한 무분별하게 증가하고 있어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서울·경기 지역 동물병원 수는 2006년 1,200여개에서 지난해 1,567개로 늘어 전국적으로는 약 3,300개가 있다. 다양해진 반려동물의 종류만큼이나 증가추세인 동물병원은 치료, 진료비 등과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게 사실이다. 1999년 동물의료수가제가 폐지된 이후 진료비 기준이 사라지면서 고액의 진료비가 당연하게 청구되기 시작했고 동물병원 의료사고와 관련해서도 조정기구가 없어 해결방법이 마땅치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중도에 다른 이에게 양도하거나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동물병원의 고액 진료비, 이대로 괜찮은가?

10년째 애완견을 키우고 있는 선모(30·여)씨는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적지 않은 진료비에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가벼운 염증, 피부병 치료 등에 주사·내복약 등을 포함한 진료비가 평균적으로 3~5만 원 정도 청구되고 중성화수술 등의 외과적 치료가 더해지면 적게는 몇 십만 원대에서 많게는 몇 백만 원대를 호가한다는 것. 또한 동물병원은 처방전을 발급할 의무가 없어 처방 받은 약의 종류와 가격도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렵고 동물 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도 별로 없어 비싼 진료비를 감수해야만 한다. 이뿐만 아니라 진료비 외에 10%의 부가세까지 내야해서 반려동물 주인으로서의 부담이 생각보다 크다.

부가세는 2011년 7월 1일부터 동물병원 진료가 과세항목으로 책정돼 붙게 된 것으로 미용 목적의 성형수술과 함께 적용됐다. 하지만 저소득층 가계 부담과 유기동물의 증가 우려 등으로 2012년 2월 1일부터 질병 예방목적의 반려동물 진료비와 기초생활수급자 반려동물의 진료비는 부가세가 면제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물병원 진료비에 대한 기준이 없어 그 가격마저도 병원마다 천차만별이라 저렴하고 실력 좋은 동물병원을 찾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 그래서 각 지역별 추천 병원과 진료비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카페 등의 공간이 속속 생겨나 반려동물 주인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부가세 면제 항목>
◆ 예방접종 : DHPPL(종합백신), 광견병, 신종플루, 전염성 기관지염, 코로나장염, FVRC(고양이 종합백신), 전염성복막염, 고양이백혈병, 바이러스, 고양이 ringworm백신
◆ 약 : 심장사상충·회충약 등 예방약 투약, 옴·진드기·벼룩·사상균증 등 피부질환 및 외부기생충 예방제 도포
◆ 수술 : 중성화 수술
◆ 병리학적 검사(x-ray, 초음파, 내시경, CT, MRI를 제외한 모든 검사)

(농림수산식품부 고시)

 

동물병원 의료분쟁, 중재해줄 제도·기관 필요해

진료비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및 부실진료에 관한 논란도 끊이지를 않고 있다. 개·고양이뿐만 아니라 소·돼지 등 가축, 살쾡이·수달 등 야생동물까지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점과 산부인과, 외과, 내과, 정형외과 등의 전문성이 갖춰진 곳이 많지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기존 4년제에서 6년제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대부분 수의사 혼자 담당하고 있어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도 일부 병원의 경우 치료뿐만 아니라 애견분양, 애견미용, 용품판매까지 이뤄지고 있어 수의사와 동물병원에 불신을 갖는 경우도 종종 있다. ‘병원’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동물들의 치료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동물병원에서는 의료사고와 부실진료 등의 문제가 속속 불거져 나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동물병원과 분쟁을 겪은 ‘반려동물 의료사고’가 연평균 2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에는 ‘애견센터 소송 준비 모임’이라는 카페까지 등장해 동물병원의 부실한 진료에 대해 소리 높여 항의하고 있다. 해당 카페에는 요로결석 수술 후 갑자기 사망한 고양이, 링거를 맞고 고통을 호소하다 사망한 강아지 등 다양한 의료분쟁 사례가 신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에 비례해 병원도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그들 사이의 분쟁을 중재해줄 법적인 제도나 기구가 없어, 병원이 책임을 회피할 경우 한국소비자원이나 법원을 찾는 방법밖에는 없어 담당할 곳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3년 1월 1일부터는 개를 소유한 사람 모두가 시·군·구청에 반드시 등록해야 하는 ‘동물등록제’가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다. 유기견을 예방하고 반려동물로 인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중이다. 그만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반려동물 의료에 관련된 부분은 법적인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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