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시대, 힐링과 멘토를 찾는 사람들
불안한 시대, 힐링과 멘토를 찾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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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전 교수김난도서울대 교수혜민 스님법륜 스님의 공통점은 이 시대의 멘토로 추앙받으며 스타덤에 올랐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책을 읽었고 강연을 들었다. 후기 자본주의사회 경쟁과 낙오에 대한 피로감을 힐링과 멘토로 대체하려고 한 것이다. 과연 멘토와 힐링열풍은 시대적 어려움을 치유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에 열풍의 허와 실을 살펴봤다.

 
멘토와 힐링열풍은 문화 전반으로 퍼져나가
불안과 좌절이 자기계발 문화에 동력을 제공
구조적 문제를 모두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는
 
2000년도 초반에 자기계발서 시장이 팽창하다가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로 기존 자기계발서시장이 퇴조했고 독자의 관심이 성공에서 개인행복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이를 가장 먼저 멘토와 힐링이라는 콘셉트로 포착한 곳은 출판계였다. 2011년에는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가 베스트 셀러로 대중의 인기를 끌었다. 2012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는 승려 혜민이 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었다. 이 책은 자신을 성찰하고 상처를 치유해서 새로운 힘을 얻자는 내용이다. 출판계에서 시작된 멘토와 힐링열풍은문화 전반으로 퍼져나갔다.
 
대한민국은 멘토와 힐링공화국
 
책뿐만 아니라 TV에서도 멘토와 힐링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삶에 지친 현대인들은 삶을 힐링으로 이어줄 멘토가 필요한 것처럼 보인다. 공연계에서도 각종 주제의 힐링공연이, 음악축제에서는 음악적 멘토들과 함께 하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처럼 혼란스럽고 피로한 사회에 상처받은 현대인들을 위로해주고 치료해 주는 문화 매체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달달한 위로의 멘토에서 김미경 식의 독설이 주목을 끌었다. 최근 그녀는 석사 논문표절사건으로 인기가 곤두박질한 상태이다.
김씨는 그녀의 책 <언니의 독설>에서 이곳저곳 기웃거리다 직업 객사하고 싶니? 멈추거나 포기하지 말고 더 버텨!”, “작아진 나를 키우려면 끝까지 살아남는 수밖에,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와 같은 조언이 나온다.
김씨의 조언에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트위터 이용자 letmef***김난도가 아프지? 힘들지? 원래 그래...좀만 참아...라면 김미경은 너 아프니? 엄살피우지마 삼십대 사십대는 안 아플 줄 알어? 하고 남들 윽박지르는 흑화버전이라는 것이다.
김씨의 직설적인 독설화법은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줬지만 느리게사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모든 걸 개인의 노력부족으로만 돌린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멘토와 힐링사회구조 성찰 도외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멘토와 힐링열풍은 최근 한국인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사람들은 왜 멘토를 찾고 있고, 또 그들로부터 치유의 비법을 얻으려 하는 것일까?
멘토와 힐링현상의 근원으로 제기되는 것은 불안이다.
신자유주의 체제가 만들어낸 시대의 불안과 개인의 좌절이 우리 사회의 자기계발 문화에 동력을 제공했으며 자기계발은 이제 개인이 만들어내는 열풍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산업이 되었다.
<녹색평론> 좌담회에서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사회학)어느 시대에나 사람들의 삶은 불안했다. 다만 압축성장을 하다가 갑자기 저성장에 접어든 한국은 그 질곡이 훨씬 무거워졌다고 진단했다. 다시 말해 삶의 피로감을 멘토와 힐링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멘토와 힐링문화는 여러 형태로 변주를 했지만, 자아를 위로하는 담론이든 성실성을 채찍질하는 담론이든, 자기계발 문화의 근저에 있는 것은 긍정적 사고다.
달리 말하면, ‘생각이 문제다. 생각만 바꾸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 그리고 생각은 교정될 수 있다는 세계관이 자기계발 문화의 저류에 깔려 있다.
또한 자기계발 문화는 자아에 집착한다. 모든 문제해결의 중심에 개인을 둔다. 개인간의 연대나 구조적 모순에 대한 비판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것은 자기계발서나 자기계발 강연의 공통된 특징이다.
멘토와 힐링열풍에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멘토에 절박하게 매달리게 만드는 사회구조적 문제에 대한 성찰과 적극적 해결을 도외시하게 될 가능성 때문이다.
힐링은 어쩌면 진정제같은 것이다. 세상과 불화하고 경쟁에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불안감을 잊게 하는 진정제로 평생을 버틸 수는 없다.
문화평론가 김갑수씨는 대다수 자기계발 강연자들은 부조리한 사회를 개혁해야 한다는 의지를 심어주기보다 야들야들한 위로를 주거나 더 노력하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즉 구조적인 문제를 모두 개인의 문제로 환원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가볍게 유희로 즐기면 상관없지만, 웃고 즐기는 사이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까지 잃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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