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머릿속의 지우개…3개월 만에 또 닥친 ‘화성불산침공 2’
삼성 머릿속의 지우개…3개월 만에 또 닥친 ‘화성불산침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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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에서 올 초 불산 누출 사고와 같은 원인의 사고가 또 발생했다. 최근 기업의 안전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굴지의 대기업인 삼성전자가 모범은커녕 재범을 저지르자 여ㆍ야 의원은 물론 지역 주민들까지 비난에 가세했다. 게다가 사고 책임이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에도 있다는 고용부의 발표로, 올 초 불산 누출 당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환경안전 업무와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겠다”던 삼성전자의 약속은 조롱거리로 전락했다.

환경부 제작ㆍ고용부 감독ㆍ삼성전자 주연 ‘화성불산침공 2’
같은 장소, 같은 원인으로 올해만 2번…“공염불에 지친다”
지역주민들 “이건희가 화성에 직접 살아봐라” 불안감 호소
재계 입김에 표류중인 ‘유해화학물질관리법’…불씨 재점화

 

약속은 ‘쉽게’ 책임은 ‘글쎄’

삼성전자의 ‘안전불감증’이 정점을 찍었다. 지난 1월의 사고처럼 불산가스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은 채 배관 교체 작업을 벌이다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 2일 오전 11시 30분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반도체 생산 11 라인에서 중앙공급장치의 배관 철거 작업이 이뤄졌다. 이날 배관 작업은 지난 1월 불산 누출 사고로 고용노동부가 불산 탱크 사용중지 명령을 내린 데 따라 새로운 탱크를 설치하고 기존의 공급 배관을 철거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 중 배관에 남아 있던 불산액이 쏟아져 하도급 업체인 성도이엔지(ENG) 노동자 최(46)씨 등 3명이 부상을 당했다.

올 초 불산 누출 당시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과문에서 “안전법위반 사례 1,900여건 중 80%는 즉시 개선했다”며 “모든 유독물질 배관을 특별 점검해 안전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산 누출 사고의 재발로 삼성전자의 대국민 사과와 종합안전대책 발표는 결국 ‘공수표’로 돌아갔다.

여ㆍ야를 비롯한 시민단체도 한 목소리로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누출 사고의 주변인 경기지역의 시민들은 “삼성전자 때문에 불안해서 살수가 없다”고 분노를 표했다. 경기지역의 12개 시민사회단체는 “연이은 불산 누출사고 때문에 삼성이 두렵다”며 피해 상황에 대해 낱낱이 밝혀 줄 것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6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특별근로 감독결과 삼성반도체 화성공장은 2004건의 산업안전법 위반 사업장으로 밝혀졌다”며 “안전수칙 등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 사업장”이라고 비난을 가했다. 이어 화성사업장 정문 앞 삼성전자 알림판에 ‘영업정지’ ‘유해성 사업장’이란 표지판을 붙이며 항의를 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비단 삼성 뿐 아니라 유독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방지와 안전수칙 준수는 위험한 화학물질을 다루는 모든 기업들이 명심해야 할 사안”이라며 “일시적인 개선안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 수립으로 회사의 이익보다 시민들의 목숨과 삶을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은 1분, 삼성전자는 3시간 만에 신고

‘늑장신고’도 되풀이 됐다. 삼성전자는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3시간 뒤에야 신고를 하는 느긋함을 보였다. 앞서 1월27일 일어난 불산 누출 사고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누출 사실을 감지한 지 20여 시간 만에 당국에 신고를 한 바 있다.

반면 지난 6일 오전 같은 사고가 일어난 한 중소기업은 신속한 대처로 피해를 최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 시화공단에 위치한 JC(주)는 6일 7시27분 불산 누출 현장을 발견하고, 1분 뒤 시흥소방서에, 7분 뒤 경찰에 각각 누출 사실을 신고했다. 옥외 불산 탱크 주변 펌프에서 불산이 흘러나오는 것을 발견한 이 회사의 직원은 곧바로 방재복 등 안전장구를 착용한 뒤 밸브를 잠근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전체 직원 28명 중 6명이 출근한 상태였지만, 발견 즉시 현장 진입을 차단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JC(주)의 대처는 오전 11시30분께 화성사업장에서 불산 누출 사실을 발견하고도 3시간 뒤인 오후 2시28분께 신고를 한 삼성전자와 대조를 이룬다.

또 삼성전자는 현장에 있던 공장 직원들에게조차 사고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사상자가 없으면 사고를 은폐하려던 게 아니냐’는 의혹의 빌미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내부에서 현장 상황을 파악하고 초동 조치를 취하느라 신고가 3시간여 지체됐다”고 해명했지만 ‘은폐의혹’의 눈초리는 여전한 상태다.

 

고용부, 이제야 “삼성 책임있다”

삼성전자의 잇따른 불산 누출 사고로 환경부와 고용부도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올 초 불산  누출 사고 발생 당시, 화성공장이 2010년부터 녹색기업으로 지정돼 지자체의 점검 면제 혜택을 누려왔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녹색기업은 환경관리의 역량이 있는 기업에게 정기 점검을 면제해 주고 배출시설 설치허가를 신고제로 대체해 자율관리를 유도하는 환경부의 제도다. 그러나 정기점검 면제라는 혜택이 기업의 관리 부실과 탈법 관행을 부추기는 ‘사각지대’로 전락해 버린 셈.

결국 불산 누출사고는 ‘점검면제’라는 미명하에 기업의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왔던 환경부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도 미온적인 대응으로 일관한 고용부, 그리고 삼성전자의 안전불감증이 낳은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비난 여론을 감안한 듯, 고용부는 “조사 결과 불산 누출 사고의 책임이 삼성전자에도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7일 밝혔다. 또 이러한 의견을 검찰에 통보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산업안전보건법 29조에 따라 사외 하청이 아니라 사내에서 벌어진 하청 작업이었기 때문에 원청업체인 삼성은 안전성을 담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또 현장 근처에는 삼성전자측 감독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또 인부들이 착용한 방재장갑과 방재복 사이의 틈새가 완벽하게 테이핑 되지 않아 이 부위에 화상을 입은 것과 현장에서 방재화를 신지 않았던 것도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에 일부 책임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잇단 사고에도 정부는 ‘재계편’

삼성전자의 화학물질 유출로 피해가 발생하자 사고 기업에 매출의 최고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하루 빨리 재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더욱 힘이 실렸다.

결국 국회는 7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과 경비업법 개정안 등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지난달 23일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한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은 재계의 반발로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상정에 난항을 겪었다.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하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고, 새누리당이 이의제기를 받아들이면서 보름째 법사위를 표류 해야만 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여전히 낮은 임금과 긴 노동시간,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열악한 일자리에 산업재해의 상시적인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며 “국회가 기업의 산재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노동자와 국민의 안전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개정안 상정을 촉구한 바 있다.

올해에만 삼성전자 공장의 불산 누출 사고로 하청업체 노동자가 숨지고 여수 산업단지 폭발 사고로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형 산재가 연발해 노동자들과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데도 재계의 눈치를 살피는데 급급한 국회는 아직도 최소한의 산재 대책마저 외면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국회가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 통과 시킨 것은  산재 처벌을 강하하기 위한 본격적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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