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조작ㆍ뒷돈입학 ‘횡횡’, 교육기관 소명 소멸
불경기에도 ‘편입학 장사’로 ‘수천’씩 호황 누려
“이재용 아들 입학 때부터 싹수 알아봤다” 분노
‘꼴등’을 ‘일등’으로 조작
국제중의 핵심 보직자들이 조직적으로 부정입학을 주도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2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교육청에서 <영훈ㆍ대원국제중 소속 학교에 대한 종합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두 학교법인은 신입생을 선발하면서 지원자의 성적을 조작하거나 인적사항을 노출한 채 심사하는 등 무더기 입시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영훈중의 경우 2013학년도 입학전형에서 교감과 입학관리부장, 교무부장 등의 주도로 특정 학생들을 합격 또는 불합격시키기 위해 조직적으로 성적을 조작했다.
이들은 일반전형 1차 시험인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전체 지원자 1193명 중 525∼620위인 중하위권 지원자 6명에게 재량권이 큰 2차 ‘주관적 채점 영역’에서 만점을 줬다. 이로써 중하위권 지원자였던 6명은 합격권인 384위내로 진입, 이들 중 3명은 추첨으로 최종 합격했다. 반면 입학 부적격자로 분류한 학생이 합격권에 있을 때는 주관적 영역에서 최하점에 가까운 점수를 줘 탈락시켰다.
사회적 배려대상자(사배자) 전형의 조작은 더 대담했다. 특히 비경제적 사배자 중 ‘객관적 채점 영역’에서 하위권이었던 3명에게 주관적 영역에서 만점을 줬다. 그래도 합격권인 16위 내에 들지 못하자, 학교 측은 다른 지원자의 점수를 깎는 꼼수를 부렸다.
지난 1월 ‘비경제적 사배자’ 전형으로 영훈중에 입학해 논란이 됐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아들에게도 관심이 쏠렸다. ‘주관적 평가’에서 만점을 받아 입학한 3명 중 이 부회장의 아들이 포함돼 있는지에 대해 교육청 관계자는 “특정인에 대한 정보는 말씀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이어 서울시교육청은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인적사항을 노출하고 채점한 의혹을 받는 영훈중 교감 등 관련자 11명을 검찰에 고발했음을 20일 밝혔다. 검찰은 이 건을 지난 3월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영훈중 입시 비리 의혹과 관련해 교장과 이사장을 고발한 사건과 병합해 수사할 예정이다.
‘편입학 장사’는 ‘짭짤’
무성한 소문만 있던 국제중의 ‘뒷돈 입학’은 학부모의 제보가 봇물을 이룬 지난 2월 수면으로 드러났다. 대원중 학부모 민원에 따르면 편입학을 희망할 시 뒷돈 금액은 기본이 5천만원이며, 비교내신시험이 실시되는 3학년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대원중에는, 별명이 ‘1억’인 학생이 있다. 편입학하면서 학교에 1억을 내고 들어왔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해 친구들 사이에서 별명이 ‘1억’이다. 이 학생은 S저축은행 아들로 친구들이 “야 1억, 밥 먹으러 가자”고 부를 정도도 유명하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저축은행 예금을 권유하고, 저축은행 비리 직전에는 미리 알려줘 예금 인출을 도왔다는 제보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국제중학교의 편입학거래를 통해 모인 뒷돈은 이사장의 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쓰여야 할 교육비, 학교 환경개선을 위해 쓰여야 할 시설ㆍ공사비 등이 이사장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 실정이다. 항간에는 국제중의 이사장은 ‘편입학 장사’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는 말이 돌 정도.
이에 대해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은 “사립학교의 이사장은 법을 무시하고 교장, 교사를 임의로 발령 하는 초법적인 권력을 남용한다”며 “이사장이 바뀌어도 친인척이 그 자리를 메울 것이므로 아예 관선이사를 파견해서 비리의 근본을 파헤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청, 대놓고 봐주기 의혹
서울시교육단체들은 국제중학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에 대해 부실 감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원중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감사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절하 했다.
학부모들의 증언과 제보에 의하면, 영훈중보다 대원중이 부유층이 많고 비리도 훨씬 심각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지난 20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결과 대원중에 대한 적발 건수는 국제중에 비해 적고 처벌 수위가 낮았다. 일각에서는 대원중이 지난해 교육감 보궐선거 당시 문용린 교육감에게 후원금을 내면서 당선을 도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 감사결과 영훈중이 31건의 부당행위를 지적 받은 데 반해, 대원중은 19건만 지적받았다. 영훈중은 입시 성적 조작 등에 관련된 교감과 교무부장 등 11명이 검찰에 고발당하고 10명이 징계 요구를 받았다. 반면, 대원중은 검찰 고발 없이 관련자 3명에 대한 중징계 요구에 그쳤다. 특히 영훈중의 이사장은 ‘임원취임승인취소’의 조치를 받을 예정이지만 대원중의 이사장은 ‘경고’ 처분을 받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서울시교육단체들은 이 같은 감사결과를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이번 감사는 서울시교육청이 주인 노릇함을 방조하는 격”이라며 공분을 표했다.
또 “입시 준비, 성적 조작, 뒷돈 입학, 제왕적인 이사장 등장 등은 국제중이 없었으면 생겨나지 않았을 문제”라며 “국제중을 폐지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시민단체와 학부모들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편입학 비리 등에 대한 추가 감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육당국은 국제중을 설립한 본래의 취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만족시키고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함임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귀족교육’인 국제중의 폐지요구 목소리가 높은 만큼 전면적인 재검토가 절실히 요구되어지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