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KT&G하면 ‘논란’이라는 말이 떠오르게 됐다. 그만큼 KT&G가 구설에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민영진 사장이 고액연봉 논란에 휩싸였고 야심차게 발을 뗀 자회사들의 실적은 엉망이었다. 표면화된 노조와의 갈등, 특혜의혹 등 사건도 많았다. 논란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다. 올해 초 연임에 성공했지만 논란이 수북한 상황은 민 사장의 속을 더더욱 쓰리게 할 것으로 보인다.
민영진 사장, 취임부터 ‘내리막길’ 탄 실적에 곤욕
신규사업 줄줄이 실적부진, 계열사들도 상태가 ‘썩~’
야심작 KGC라이프앤진, 아낌없이 퍼주다 허리휜다
1년 만에 8억원→23억원으로, “장기성과급 때문?”

지난달 KT&G는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기준으로 KT&G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8960억원, 영업이익은 2488억원이었다. 지난 동기(9616억원, 2659억원)와 비교하면 각각 감소한 수치다. 분기순이익은 증가했다. 1983억원으로 지난 동기는 1863억원이었다.
2010년, 실적부진 시작
KT&G의 실적은 2010년부터 꾸준히 하향곡선을 밟았다. 매출은 늘어났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꾸준히 줄어드는 흐름이었다. 매출은 2010년 3조4614억원에서 2012년 3조9847억원으로 늘었다. 동일기간 영업이익은 1조1401억원에서 1조959억원, 당기순이익은 1조308억원에서 7251억원으로 급감했다.
자회사들의 상황도 녹록치 않았다. 지난해 KT&G 국내외 계열사 22곳 중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곳은 13곳이었다. 이중 가장 큰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회사는 KGC라이프앤진(306억원). ㈜KT&G생명과학(61억7000만원), ㈜KGC예본(12억6700만원) 등 자회사들도 당기순손실을 냈다.
특히 ㈜한국인삼공사의 당기순이익 하락폭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국인삼공사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564억원에서 2012년 997억원으로 36% 감소했다. KT&G의 가장 큰 자회사이기 때문에 전체실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자회사들의 사정도 녹록치 않았다. PT Trisakti Purwosari Makmur(인도네시아·90억7600만원), 정관장육년근상업유한공사(중국·65억8300만원), 주식회사 한국인삼공사 재팬(일본·59억7300만원), 정관장고빈유한공사(대만·17억7500만원) 등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낸 자회사 대부분이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커진 양상이었다.
익숙(?)한 KGC라이프앤진
KGC라이프앤진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도 주목할 만하다. 적자를 거듭하는데도 KT&G가 수년째 막대한 자금지원을 해왔기 때문이다. KGC라이프앤진은 건강기능식품·화장품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로 2010년 11월 첫 발을 뗐다.
지난달 20일 KT&G는 KGC라이프앤진에 22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했다. “사업 인프라를 정비하고 핵심역량 투자를 통해 성장기반을 조성하겠다”는 이유였다.
KT&G는 이전에도 KGC라이프앤진에 지속적으로 자금을 대줬다. 2010년 11월 출범 때에는 210억원을 투자했고, 2011년·2012년에는 90억원, 2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출자까지 3년간 KGC라이프앤진에 들어간 돈은 7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민영진 사장의 뜻에 기반한 듯 보인다. 민 사장은 앞서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KGC라이프앤진의 규모를 키우겠다”며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야심찬 출발이었으나 KGC라이프앤진의 성적표는 초라했다. 출범 이후인 2011·2012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컸다.
적자폭도 확대됐다. 영업손실은 132억원에서 309억원, 당기순손실은 129억원에서 306억원으로 늘어났다. 각각 57%, 58%씩 증가한 수치다. 자본잠식률도 상당했다. 동일기간 자본잠식률은 41.9%(자본금 315억원, 자본총계 183억원)에서 83.1%(529억원, 89억4700만원)로 증가했다.
이 같은 적자는 판매관리비 때문으로 분석된다. KGC라이프앤진의 판매관리비는 2010년 36억원에서 2012년 669억원으로 1758% 증가했다. 동일기간 매출액 증가율이 494%(96억원→70억원)인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더군다나 판매관리비는 매년 매출액보다 높았다. “무리한 판매관리비 지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로 인해 민 사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된다. “지난 3년간 매출액보다 높은 수준의 판매관리비를 지출해왔음에도 실적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다. 판매관리비는 영업활동에 쓰이는 비용이기 때문이다. KGC라이프앤진은 “신규 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기초투자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이제는 마무리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영자질’ 논란
민 사장이 2월 연임할 당시에도 자질논란이 불거졌다. 제일 문제가 된 부분이 경영능력에 대해서였다. KT&G 자회사들의 실적은 민 사장의 임기동안(2010년 취임) 줄줄이 하락했고, 신규사업들은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했다. 민 사장은 취임 후 트리삭티(인도네시아), 소망화장품 등을 인수하고 신규사업을 시작하며 사업다각화에 몰두했다.
그러나 소망화장품은 KT&G에 편입된 이후부터 급속도로 실적이 악화됐다. 2011년 52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1년 만에 26억원으로 뚝 떨어진 것. 당기순이익 감소율은 더했다. 동일기간 당기순이익은 11억원에서 5210만원이 됐다. 2011%에 달하는 감소율이었다.
여기다 2011년 설립한 예본농원(100만원)의 미미한 실적, 2012년 설립한 KGC예본(13억원), 지난해 편입된 KT&G생명과학(62억원)의 적자까지 더해지면서 민 사장의 경영능력은 흠집을 입었다. 야심차게 첫 발을 뗀 사업 대부분이 지지부진한 성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KT&G 자회사인 한국인삼공사 노조와 세웠던 대립각도 무시할 수 없다. 노조는 “민 사장이 자신의 친위대로 구성된 사장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사장연임을 결의했다”며 “사추위 위원 대부분은 민 사장이 영입했거나 직간접 관계가 있는 인물로 공정한 심사를 위한 외부인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노조는 민 사장과 관련, 각종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조는 △KGC라이프앤진 광고용역회사로 김희중 전 청와대 부속1실장의 친인척 권영재씨가 사장으로 있는 신생 광고업체에 90억원 규모 일감몰아주기 △트리삭티의 무리한 인수 △길림한정유한공사를 설립했지만 중국정부의 판매 불허로 막대한 손실 발생 등 무더기 의혹을 제기했다.
KT&G는 “악의적”이라며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민 사장의 측근으로 구성됐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실적 등은 공시를 통해 외부에 발표되는 것으로 속일 것이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노조의 강한 반발은 민 사장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중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민 사장의 고액연봉 논란은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MBN에 따르면, 지난해 민 사장의 연봉은 23억3745만원으로 2011년(8억원)보다 3배가량 늘었다. 앞서 민 사장은 취임 2년 만에 4억원이 채 안되던 연봉을 8억원으로 늘려 질타를 받은 바 있다.
KT&G는 “장기성과급이 포함돼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라며 “(민 사장의) 연봉평균은 13억원 정도”라고 해명했다. 장기성과급은 담배부문 실적 및 점유율 증가, 계열사들의 실적, 브랜드가치 등 여러 부문을 반영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조의 의혹제기, 고액연봉 논란 등 각종 잡음은 민 사장의 경영자질 논란을 한층 가열시켰다.
고배당 지적도
한편, “실적은 감소해가는 데 비해 KT&G 배당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다. KT&G의 이번 배당금은 3200원으로 배당성향은 52.4%였다. 최근 3년간 KT&G 배당금은 3000원→3200원→3200원으로 변했다. 배당성향(배당금/당기순이익)은 41.1%→51.9%→52.4% 순이었다.
배당금은 유지됐으나 당기순이익이 대폭 감소하면서 배당성향이 2년 연속 50%를 넘었다. 오히려 배당금은 2년 전보다 200원 높게 책정(총 194억5000만원 차이)됐다. “과도하다”는 주장에 힘이 쏠리는 이유다.
KT&G는 “우선적으로 회사성장과 발전을 위해 투자한 후 잔여이익으로 배당한다”고 밝혔지만 당기순이익이 감소(1조308억원→7251억원)하는 상황이라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KT&G 앞에는 다양한 논란거리가 산적해있다. 책임은 민영진 사장의 몫. 민 사장이 자신을 향해 겨눠진 불신을 향후 어떻게 불식시켜 나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