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회장이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돌아왔다. 7개월 만이다. 그러나 그의 복귀를 반기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다. 윤 회장은 여전히 고의부도 의혹을 받고 있고, 증권선물위원회가 윤 회장을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수사도 본격화됐다. 이로 인해 윤 회장의 사내이사 복귀도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상황이다. 웅진의 부도 여파는 윤 회장을 언제까지 따라다닐까.
“이번엔 증선위가 나섰다” 사기성CP 발행혐의로 고발
고의부도 의혹 쏟아지자 “자금사정 좋지 않았기 때문”
사임 7개월 만에 사내이사로…부정적 시각 속속 나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원곤)는 지난달 31일 윤석금 회장 등 웅진그룹 경영진이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는 혐의로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고발된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번엔 증선위 고발
지난달 초 증선위는 정례회의를 열고 웅진그룹 3개 계열사(웅진홀딩스·웅진코웨이·웅진씽크빅) 증권에 대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혐의로 윤 회장 등 5명을 검찰에 고발했다.
증선위는 윤 회장과 신광수 웅진홀딩스 대표는 웅진홀딩스 신용평가등급이 기업어음 발행이 어려운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점을 알면서도 총 12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했다고 주장했다.
증선위 주장의 세부사항을 살펴보면, 이들은 기업어음 상환과 추가 운용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지난해 7~8월 1000억원 규모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9월에는 웅진코웨이 매각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포기하고 웅진홀딩스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198억원 규모 기업어음을 발행했다는 주장이다.
해당사건은 윤 회장 등에게 상당한 곤혹감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어음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웅진그룹의 기업어음 발행은 잘못됐다고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최근 투기자본감시센터는 “기업어음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금융기관이 인수해 인수책임을 부담한 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했을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며 “웅진그룹의 기업어음 발행은 채무상환 능력이 상실되는 사실을 고의로 숨긴 채 투자자들에게서 자금을 끌어들인 사기”라고 지적했다.
또 윤 회장 등 웅진그룹 경영진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웅진홀딩스 회생절차 개시신청’이라는 정보를 이용해 공시 전 관련주식을 매도, 손실을 회피한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이중 윤 회장은 웅진씽크빅 주가가 하락하기 전 보유주식을 팔아 1억2800만원 손실을 회피한 의혹을 받고 있다.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 의혹까지 겹쳐지면서 윤 회장의 입지는 좁아진 상태다. 이전에도 윤 회장은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사기혐의로 고소해 검찰수사를 받은 바 있어 업계의 실망감은 큰 듯 보인다.
웅진부도, 의혹투성이
웅진그룹은 작년 말부터 심하게 휘청거렸다. 9월 자회사인 극동건설이 1차 부도를 맞은 뒤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모두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했다.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공동 대표이사로 취임했다가 부도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에 밀려 9일 만에 사임하는 등 혼란이 연속됐다.
이후 10월 법원이 웅진홀딩스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고,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웅진씽크빅·북센을 제외한 나머지 계열사들을 시장에 내놨다. 올해 여전히 매각은 추진 중이나 성과가 표면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부도 과정에서 제기된 다양한 의혹들은 웅진그룹을 당혹스럽게 했다. 이는 △웅진홀딩스를 고의 부도냈다는 의혹 △웅진코웨이를 매각하지 않기 위해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는 의혹 △윤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는 의혹 등으로 크게 분류된다.
웅진그룹은 법원 심리에서 해당 의혹과 관련, 억울함을 토로했다. 먼저 웅진홀딩스 고의부도 논란에 대해서는 “극동건설만 기업회생 신청을 했을 경우, 극동건설 부도→자금보충 약정에 따라 웅진홀딩스로 상환요구→웅진홀딩스 상환불능(신용등급 하락으로 신규자금 차입 불가)→웅진홀딩스 가압류 등 우려→웅진홀딩스 부도 또는 웅진코웨이 매각중단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를 매각하지 않기 위해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웅진홀딩스는 최소 9월 28일까지 웅진코웨이 매각대금이 들어와야 했지만 MBK파트너스 측은 10월 2일에야 가능하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웅진홀딩스는 9월 26일 기업회생 신청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MBK에 이 같은 사실을 전했다. MBK는 기업회생 신청 당일에야 9월 28일까지 잔금지급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법원에 기업회생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였다”며 “웅진홀딩스가 일방적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해 웅진코웨이 매각이 중단됐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웅진그룹은 윤 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기업회생 신청을 했다는 데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웅진그룹은 “윤 회장은 이러한 상황이 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싶어했다”며 “직접 법원과 협의하고 채권자들을 만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책임지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의부도 의혹과 함께 법정싸움도 윤 회장을 힘들게 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지난해 10월 윤 회장 등 웅진그룹 경영진을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은 “웅진그룹이 지난달 25일 만기가 돌아온 150억원의 극동건설 기업어음을 결제해주겠다고 약속하고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웅진씽크빅·웅진에너지 등 계열사 두 곳에서 빌린 530억원은 갚으면서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기업어음은 상환하지 않아 사기라는 설명이다.
이는 검찰이 올해 4월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윤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부도 과정에서의 고의성이 부각되면서 윤 회장에게도 치명적인 흠집을 냈다.
사내이사로 복귀
이런 상황에서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복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 윤 회장은 웅진홀딩스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 임기는 1년이다.
이날 현장은 윤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대해 우호적인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주주는 적극적으로 “윤 회장을 믿는다”며 지지의사를 밝혔을 정도였다고.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계열사 매각작업 등 웅진그룹의 정상화작업이 속도를 내자 주주들의 신뢰가 회복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부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윤 회장이 1년도 채 안 돼 사내이사로 복귀한 데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웅진그룹 상황이 전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윤 회장이 슬그머니 복귀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목소리다.
웅진그룹은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 최대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 됐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법에 최대주주가 사내이사를 맡아야한다는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웅진그룹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맨 손으로 출발해 대기업 총수로 올라선 윤석금 회장. 부도 여파가 윤 회장의 32년 성공신화를 언제까지 흔들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