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이번엔 ‘짝퉁전선’ 논란이 휘감았다
LS전선, 이번엔 ‘짝퉁전선’ 논란이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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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불량부품에 이은 또 하나의 잡음

LS전선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수북한 악재 탓이다. 계열사 JS전선이 원전에 불량부품을 납품한 혐의로 파문을 낳은 가운데 OEM업체 상농전선이 ‘짝퉁전선’ 논란을 일으켰다. 상농전선이 LS전선 상표를 도용한 제품을 판매한 것. 표면상으로는 LS전선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다. 그러나 해당 논란과 관련, 엘엠더블유가 LS전선을 향해 제기한 의혹들이 궁금증을 유발했다. ‘짝퉁전선’ 논란, 진실은 뭘까.

엘엠더블유 “LS전선, 상농전선 특수 관계여서 묵인”
LS전선 “채무변제 안하려고 억지주장, 편의 봐줬다”

LS전선의 애나멜 동선(마그넷 와이어·Magnet Wire)을 유통했던 업체 엘엠더블유㈜가 억울함을 토로해왔다. “LS전선 OEM업체(주문자상표부착생산)인 상농전선이 짝퉁 LS전선 제품을 유통해 당사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어 엘엠더블유는 상농전선을 상표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사건과 자사와 LS전선의 갈등 등을 알렸다. 얘기만 들어보면 ‘짝퉁전선’ 논란은 상농전선과 엘엠더블유, LS전선과 엘엠더블유의 갈등으로 전개된 양상이었다. 의문은 여기서 시작됐다.

상농전선 ‘상표법위반’

엘엠더블유에 따르면, 이들의 유통구조는 상농전선(OEM업체)→LS전선→엘엠더블유(대리점)→고객사로 이어진다. LS전선이 주문한 제품을 상농전선에서 만들면 LS전선은 이를 검사한 뒤 상표를 부착, 대리점(엘엠더블유 등)과 고객사에 납품하는 구조다.

그러나 상농전선이 직접 고객사와 거래를 트면서 균열이 일어났다.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상농전선 직접 고객사들에게 자사제품을 판매하려고 했으나 잠재적 불량에 대한 우려로 고객사들이 상대해주지 않았다”며 “그러자 LS전선 상표를 도용해 고객사들과 거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해당제품이 LS전선으로부터 품질관리를 받지 않은 제품이라는 것.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상농전선의 이 같은 행위로 자사는 고객사들을 빼앗겨 매출이 감소하는 등 피해를 입었다”며 “유통구조 상 우리는 상농전선보다 비싸게 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 똑같은 LS전선 제품인데 누가 비싼 제품을 사겠느냐”고 토로했다. 엘엠더블유가 상농전선을 상표법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이유였다. 이에 상농전선과 상농전선 대표이사는 각각 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LS전선에 불똥 튄 이유?

짝퉁전선 논란은 외형적으로 상농전선과 엘엠더블유 사이의 갈등으로 그치는 듯 했다. 여기에 LS전선이 끼어들게 된 이유는 뭘까. 단순히 상농전선이 LS전선 OEM업체이기 때문일까.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짝퉁전선이 유통된 데에는 LS전선의 방조·묵인이 있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엘엠더블유에 따르면, 상농전선은 2006년에도 LS전선에서 만들지 않았던 E1W 제품을 자체 생산해 LS전선 상표를 붙이고 납품했다.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상표법위반 행위”라는 설명이다. LS전선도 이때부터 상농전선이 만든 짝퉁전선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주장이다. “최근에 인지했다”는 LS전선 측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 엘엠더블유가 제공한 문건들

엘엠더블유는 또 LS전선이 작년 2월 “상농전선을 상표권침해 행위에 대해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작성한 문건과 9월 작성한 합의서를 차례로 공개했다. 특히 “9월 합의서는 LS전선 관계자와 상농전선 관계자가 자사로 직접 작성해 가져온 문건”이라고 소개했다. 문건에는 “상농전선이 과거 수년간 LS전선의 상표를 도용했다”, “엘엠더블유는 합의서가 작성됨과 동시에 상농전선의 상표도용에 대한 고발장 취하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LS전선이 상농전선의 상표도용 행위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고, 상농전선을 비호하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LS전선은 2주 전에야 법적조치에 나섰다”며 “그동안 상농전선의 짝퉁전선 납품행위는 계속됐다. 한 달 전에도 상농전선은 짝퉁전선을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 LS전선 검사담당자 A씨도 상농전선의 불법행위가 계속돼왔다고 증명해줬다”고 말했다. A씨는 엘엠더블유 측에 “LS전선에서 100톤을 발주하면 상농전선에서는 물량을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 101~102톤을 만든다. LS전선은 애초 발주했던 100톤을 가져가고 상농전선은 남은 1~2톤을 자체처리 해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농전선이 LS전선으로부터 품질관리를 받지않은 제품에 LS전선 상표를 달아 납품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엘엠더블유가 LS전선이 상농전선의 불법행위를 방조·묵인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뭘까. 엘엠더블유는 상농전선의 이력을 언급했다.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상농전선 전신은 상농기업이고 상농기업은 희성그룹의 계열사인 희성전자로 사명을 바꿨다”며 “희성그룹은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차남 구본능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라고 밝혔다. 희성그룹이 범LG가로 LS그룹과 연관이 있다는 얘기다. 범LG가는 LG-GS-LS로 분리된 상태다.

LS전선은 “LS전선과 상농전선이 특수관계라는 주장은 억측”이라며 “상농전선이 상농기업에서 분리되면서 인력이 바뀌었고 범LG가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상농전선에서 취급하는 아이템 90%가 LG그룹에 납품되고 대표이사인 권사영씨도 과거 LG그룹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지분만 정리된 상태”라고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상농전선 감사보고서에는 “㈜LG전자와 중소기업계열화촉진법에 따른 장기 판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다”는 문구가 명기돼있었고, 권사영 대표는 LG전자 전신인 금성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농전선이 범LG가와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셈이다.

‘채권’ 진실공방

상농전선의 ‘짝퉁전선’을 놓고 빚어진 LS전선과 엘엠더블유의 대립은 채권으로 옮겨갔다. LS전선 관계자는 “엘엠더블유가 118억원이나 되는 채무를 갚지 않기위해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그동안 엘엠더블유에 채무를 변제하라고 했지만 갚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엘엠더블유는 “먼저 계약을 위반한 곳은 LS전선”이라며 2011년 말 체결한 커미션(수수료) 계약에 대해 설명했다.

2011년 12월 LS전선과 엘엠더블유는 새롭게 계약을 체결했다. LS전선이 고객사에 직접 제품을 납품해 돈을 받으면 엘엠더블유는 마진 50%를 커미션으로 갖는 내용이라고 했다. 커미션 계약을 누가 먼저 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양사가 입장을 달리했다. 엘엠더블유는 LS전선이, LS전선은 엘엠더블유가 먼저 요구한 계약이라고 각각 주장했다.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LS전선은 납품수량을 속여 커미션 금액을 축소 지급했다”며 “누락된 사실을 인지하고 지급요청을 했으나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상농전선의 불법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한 뒤 벌어진 일”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LS전선이 채권을 지적한 데 대해서도 황당한 기색을 보였다. 엘엠더블유 관계자는 “자사는 LS전선과 연간 400~500억원을 거래했던 업체로 채권 118억원은 2달 반이 밀려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LS전선은 90~120억원 사이 자금은 운용할 수 있게끔 해줬었고 자사에서도 30억원을 담보로 제공했다”며 “채권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LS전선이 먼저 계약위반을 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상농전선의 불법행위를 막아주고 커미션을 정상지급하면 채무를 갚겠다는 것이 엘엠더블유 측 입장이다.

즉 엘엠더블유 측 말에 따르면, ‘짝퉁전선’ 논란은 LS전선 OEM업체인 상농전선의 상표법위반 행위→LS전선 대리점인 엘엠더블유의 피해→LS전선과 상농전선의 관계에 대한 엘엠더블유의 의혹 제기→채권에 대한 LS전선과 엘엠더블유의 갈등으로 전개된 양상인 셈.

LS전선 관계자도 거듭 답답함을 드러냈다. “해당사건의 본질은 엘엠더블유가 채무변제를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엘엠더블유는 30년간 거래를 해온 업체여서 편의를 많이 봐줬다. 엘엠더블유가 원하는 조건으로 커미션 계약을 체결했고, 채권 118억원도 5년 동안 나눠서 갚으라고 했다”며 “그런데 엘엠더블유가 LS전선을 제외한 다른 업체에는 채무변제를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농전선의 불법행위는 2012년 처음 확인해 ‘향후 지키지 않을시 형사고발 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놓은 바 있다. 지난주 고발은 올해 4월 말 상농전선의 불법행위를 또다시 적발한 데 따른 조치였다”며 “엘엠더블유가 채무를 갚지 않으려고 LS전선에 악의적인,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전 불량부품 파문도

한편, LS전선은 계열사 JS전선이 원전에 불량부품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 곤욕을 겪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시험성적서를 위조하는 조직적인 행위도 벌어진 것으로 밝혀졌다. LS전선은 “인증기관에서 보내온 보고서를 믿은 것일 뿐”이라며 해당사건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최대주주(69.92%)로 배당이익까지 취해왔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듯 보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진보정의당 김제남 의원에 따르면, JS전선은 2004년 7월부터 2013년 4월까지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원전과 76건의 납품계약(총 규모 472억원)을 체결했다. 수익은 배당으로 연결됐다. JS전선은 2011년을 제외하고 2007년부터 매년 주당 500~90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적자(당기순손실 50억원)가 난 2010년에도 배당은 돌아갔다. 2012년 배당은 총 34억1300만원(주당 300원)이 책정됐는데, 이중 LS전선에 들어간 돈은 약 23억8600만원이었다. LS전선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294억원이라는 점에서 적지않은 수치라는 지적이다.

LS전선이 원전 불량부품과 짝퉁전선 논란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달아 이름을 올린 데 여론은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LS전선이 눈앞에 놓인 가시밭길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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