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또다시 시끄러운 이유
현대산업개발, 또다시 시끄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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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시 유착·하청업체 상납 등 의혹 ‘모락모락’

현대산업개발(회장 정몽규)이 ‘구설’에서 멀어질 날은 언제일까. 이번에는 거제시와의 유착의혹이 고개를 들었다. 현대산업개발이 관급 공사비를 편취해 촉발된 논란으로 최근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에 행정조치 경감처분을 내리면서 제기됐다. 여기다 현대산업개발이 진행한 공사장 내 인부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현대산업개발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해프닝으로 넘기기에는 지난 한 달간 현대산업개발이 입은 흠집이 도를 넘은 듯 보인다. 현대산업개발이 직면한 논란들을 담았다.

재심의 요청→공식사과→감경처분, “유착?” 의혹
특위·시민연대·경찰 주목에 현대산업개발 ‘곤욕’
공사장 사고발생 후 찜찜한 뒤처리…“은폐위해?”
하도급업체 장부공개, 상납의혹 일자 “확인 중”

▲ 정몽규 회장 ⓒ뉴시스

거제시의회가 17일 행정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최근 거제시가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행정조치 경감처분을 내린 데 대한 조치다. 거제시의회는 “거제시가 특별한 사유없이 현대산업개발에 내린 행정조치를 경감처분 했다”며 의구심을 품었다. 이에 특위를 구성하고 3개월간 거제시와 현대산업개발 등을 대상으로 진상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거제시와 무슨 일이?”

의혹의 시작은 이랬다. 2005년 8월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가 발주한 160억원 규모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맡게 됐다. 그러나 2008년 경찰수사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이 공사비 44억7000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은 공사기간 동안 설계도에 있는 가설 시설물 6248m 중 800m만 시공하고 마치 다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작성해 이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이 공사비를 부당수취하기 위해 시민의 안전을 저버렸다는 데 지역여론은 들끓었다.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등 관련자 13명이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

2009년 9월 거제시는 지방계약법에 따라 현대산업개발에 5개월간 관급공사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을 내렸다. 현대산업개발이 빚은 잘못에 합당한 처분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산업개발은 즉각 ‘행정처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뒤 거제시를 상대로 입찰참가자격 제한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2010년 5월 1심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2011년 11월 2심에서는 거제시가 각각 승소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심에서 패소한 뒤 즉각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후 의심을 살만한 정황이 차례차례 잡혔다. 올해 4월 15일 현대산업개발은 거제시에 “입찰참가 제한기간을 경감해달라”고 재심의를 요청했다.

5월 22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사과도 했다. 사건이 알려진지 약 5년만이었다. 현대산업개발은 “가설 시설물을 설치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음에도 공사대금을 수령한 일이 있었다”며 사실을 인정한 뒤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이 최소 1개월 이상으로 줄면 거제시를 지원할 구체적인 계획을 공증절차를 거쳐 마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현대산업개발의 바람은 5월 31일 실현됐다. 거제시는 이날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입찰참가자격 제한기간을 5개월에서 1개월로 경감키로 했다. 현대산업개발도 6월 7일 대법원 상고를 취하해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불길은 거제시와 현대산업개발의 유착의혹으로 옮겨갔다.

현대산업개발의 재심의 요청 이후 현대산업개발의 공개사과 및 지원공약, 거제시의 행정조치 감경처분 수순이 이어진 데 의구심을 품은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특히 “현대산업개발이 재심의 요청 이후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 위원들을 개별 접촉했다”는 소문은 이들의 유착의혹에 방점을 찍었다.

들고 일어난 거제시민

거제시 계약심의위원회는 △현대산업개발이 44억7000만원을 반환했고 △하수관거 준공 후 결함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현대산업개발이 7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는 이유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조치 감경처분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행정절차 상 법적하자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권민호 거제시장도 유착의혹과 관련,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행정조치 경감처분은 지원약속 때문이 아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관련업체와 근로자들의 피해가 예상돼 고심 끝에 취한 조치였다”며 “사회정의와 공익적 질서에 대한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데 검토가 미진했음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거제시민단체연대협의회(이하 시민연대)의 생각은 달랐다. “재심의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시민연대는 “이번 일은 거제시민의 정의가 돈과 권력에 유린당한 참담한 사건이며 양심을 저버린 씻을 수 없는 과오”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어 17일 구성된 거제시의회 특위의 투명한 활동을 당부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감사원에 경감결정의 행정 절차상 문제, 법적근거, 현대산업개발의 심사위원 개별접촉 의혹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할 계획임을 밝혔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고소·고발도 검토할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경찰도 움직이고 있다. 경찰에서는 현대산업개발이 재심의 기간에 심의위원들을 개별 접촉했다는 의혹을 내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현대산업개발이 대가성 금품을 제공했는지에 대해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의 수사착수 여부는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와 특위 조사결과를 토대로 결정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위가 진상조사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고 시민연대, 경찰도 이에 주목하고 있어 현대산업개발에게 행정조치 감경처분 후폭풍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의혹이 뚜렷하게 해소되지 않는 한 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냉담한 시선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차곡차곡 쌓인 악재

거제시와의 유착의혹 외에도 최근 현대산업개발을 한숨짓게 한 일은 많았다. 공사장 사망사고와 불공정 행위가 대표적이다.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 3일 오후 5시 30분 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참여한 경기도 평택시 진위면 마산리 수서~평택 고속철도(KTX) 제 6-2공구 지하 45m 터널 공사장에서 암벽 일부가 무너졌다. 당시 터널 안에는 암반에 폭약을 설치하려고 들어간 노동자 8명이 작업 중이었는데, 이중 이주노동자 2명이 바위에 깔리고 말았다.

그러나 현대산업개발은 지정병원 구급차만 대기시킨 채 119구조대에 신고하지 않고 자체 구조작업을 벌인 것으로 보도됐다. 평택경찰서에 인명사고 신고도 7시 53분쯤에야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시간 만에 바위더미에서 발견된 이들은 사망했다.

이 탓에 은폐의혹이 일었다. 터널 붕괴사고 특성상 자체적으로 구조작업에 나선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한 현대산업개발이 경찰과 119구조대에 늦게 신고한 정황은 은폐의혹을 가중시켰다.

현대산업개발은 “구조작업에 매달려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려다보니 신고가 늦어진 것”이라며 “은폐하려고 119나 경찰에 신고를 늦게 한 것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사고처리 과정이 매끄럽지 않은 데 대한 의구심이 컸다.

현대산업개발이 하청업체로부터 상납을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11일 KBS는 ‘가족 여행비에 양복까지 상납’이라는 주제로 방송을 내보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현대산업개발과 하도급 계약을 맺은 한 업체의 장부가 공개됐다.

▲현대산업개발 방송보도 / KBS 방송 캡처

장부에는 이 업체가 최근 2년간 고급 양복매장과 골프매장에서 9차례, 총 1200만원치를 결제한 내역이 담겨있었다. 설·추석 인사 명목의 돈, 전임 현장소장 가족 여행비 등 내역(총 2억5000만원)도 적혀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산업개발은 “관계자들을 불러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으나, 의혹은 잠재워지지 않았다.

현대산업개발은 5월 28일에도 불공정 행위를 한 혐의로 하도급 업체들로부터 공정거래위원회에 피소됐다. 이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지하철 공사 입찰과정에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고의적으로 유찰시키는 등 횡포를 부렸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낙찰가는 5차례 유찰 끝에 첫 입찰 때 제시된 최저가 230억원보다 19억원 낮은 211억원에 결정됐다고 한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문제는 클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에서는 정당한 이유없이 유찰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정당한 절차를 밟고 입찰을 진행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알렸다.

낭보보다는 비보를 많이 전해주는 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업계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닌 듯하다. 매번 이름을 올리는 구설도 다양하니 실망은 더더욱 클 수밖에 없다. 현대산업개발의 연관검색어로 갑의횡포, 비리, 사고, 뇌물 등이 제시될 정도로 이미지에 흠집은 많이 났다. 이들이 화창한 소식을 전해줄 그날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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