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그룹 계열사 알란텀에 최창영 명예회장 부자가 돈을 빌려줬다. 작년 건네준 돈까지 합하면 총 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이들은 알란텀의 유상증자에 줄곧 참여하며 지분율을 높였다. 동업관계인 장씨일가는 보유지분이 미미하다. 알란텀은 최씨일가 영향력이 큰 회사란 얘기다. 이로 인해 알란텀에 대한 최씨일가 지분율이 높아지고 자금대여가 많아질수록 계열분리설이 힘을 받고 있다. 영풍그룹의 출발부터 최근 미묘한 기류까지 들춰봤다.
장-최씨일가 동업 ‘영풍그룹’, 60년 지속된 관계
유상증자 실권주 인수하다 200억원 자금대여까지
㈜영풍·고려아연 지분 팔고, 알란텀 지분 산 이유
최창영 부자 행보에 “계열분리 본격화?” 관심 커
영풍그룹은 1949년 고 장병희·최기호 명예회장이 ‘영풍기업’을 만들면서 첫걸음을 뗐다. 영풍기업의 주요사업은 농수산물과 철광석을 수출하는 일이었다. 이후 영풍기업은 영풍해운(1955년), 영풍상사(1962년)로 이름을 바꿨다.
‘동업’ 영풍의 역사
영풍그룹이 비철금속 제련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때는 1970년이다. 영풍상사는 경북 봉화군 석포면에 아연제련소를 준공해 비철금속 제련을 주력사업으로 삼았다. 1974년에는 자회사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국내 아연시장 1인자 기반은 이때 다진 셈이다. 현재 영풍그룹의 시장점유율은 86%(고려아연 51%·영풍 35%)다.
영풍상사는 1976년 주식을 상장한 뒤 1978년 회사이름을 ㈜영풍으로 바꿨다. ㈜영풍은 비철금속 제련업체로 영풍그룹의 모기업이다. 이후 영풍개발(1989년), 영풍문고(1992년)가 설립됐다. 영풍전자(1995년), 시그네틱스(2000년)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외형확대를 통해 영풍그룹은 2000년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회사로 지정됐다.
현재 영풍그룹은 창업주 2세인 장형진 ㈜영풍 회장(고 장병회 회장 차남)과 최창근 고려아연 회장(고 최기호 회장 삼남)이 선친의 뜻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최씨일가는 고려아연 회장직을 최창걸(장남) 명예회장, 최창영(차남) 명예회장이 차례로 맡은 뒤 최창근 회장에게 넘기는 ‘형제경영’을 펼쳤다.
향후 펼쳐질 3세구도도 주목된다. 장 회장은 슬하에 장남 세준씨, 차남 세환씨, 장녀 혜선씨을 뒀다. 이들은 ㈜영풍, 고려아연 등 주요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씨일가(창걸·창영·창근)의 지분승계는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태다.
장씨일가에 무게중심
정황 상 그룹 내 입지는 장씨일가가 큰 듯 보인다. 영풍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영풍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71.77%(장씨-최씨일가 합산 지분율은 40.73%)에서 장씨일가 지분은 29.74%다. 장 회장의 자녀(세준·세환·혜선씨) 보유지분은 28.56%에 달한다. 반면 최씨일가 지분은 10.63%에 불과하다.
고려아연도 사정은 비슷하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 51.11%에서 최대주주는 지분율이 26.91%인 ㈜영풍, 2대주주는 지분율이 4.51%인 장 회장이다. 영풍그룹 핵심계열사인 고려아연도 지분 상으로는 장씨일가 파워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외에도 장씨일가는 영풍정밀(동일인측 지분율 36.09% 중 21.26%), 코리아써키트(57.44% 중 10.01%)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주력계열사에 대한 장 회장의 장·차남 장세준·세환씨의 확고한 지분도 확인됐다. 장씨일가는 이미 3세체제 기반을 닦아놨다는 얘기다. 이는 장 회장이 영풍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들에게 일찌감치 지분을 넘긴 덕이다.
최씨일가는 ㈜영풍, 고려아연과 함께 영풍정밀, 인터플렉스, 알란텀 등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알란텀을 제외하면 대개 장씨일가보다 영향력이 약했다. ㈜영풍이 보유한 지분이 많은 탓이다. 이마저도 창업주 2세들에 국한돼 있었다. 최씨일가 3세들의 계열사 보유지분은 장씨일가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했다.
최창영 부자, 알란텀 영향력 확대
이런 상황에서 알란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른 계열사에서는 장씨일가보다 지분율이 낮았던 최씨일가가 알란텀에서는 높은 지분율을 보였기 때문이다. ㈜영풍이 보유한 지분도 적었다. 최씨일가 영향력이 큰 회사라는 얘기다.
알란텀의 지분구조는 △코리아니켈 28.40% △고려아연 26.39% △최창영 명예회장의 장남 내현씨 22.89% △최창영 명예회장 16.84% △㈜영풍 4.48% 등으로 이뤄져있다. 대표이사도 최 회장 부자다. 높은 지분율, 대표직을 차지한 덕분에 업계에서는 “최씨일가가 알란텀을 주축으로 경영참여 보폭을 넓힐 것”이라고 점쳤다.
그러나 최 회장 부자가 알란텀 내 입지를 확대해온 과정에 대해서는 썩 개운치 않은 시각을 보냈다. 재무부실 상태인 알란텀에 이들이 끊임없이, 대규모 자금지원을 해왔기 때문이다. 방법도 거침없다. 유상증자에 줄곧 참여해 자금을 집어넣더니 개인자금마저 알란텀에 빌려준 상태다.
알란텀이 설립된 2008년, 최 회장 부자의 지분율은 1% 미만이었다. 그러나 2010년 12월 유상증자부터 이들의 출자가 본격화됐다. 당시 200억원 규모로 진행된 유상증자에서 최 회장 부자는 고려아연 등 다른 주주가 실권한 주식을 150억원에 매입했다. 지분율은 20.44%(최 회장 5.58%·내현씨 14.86%)로 뛰었다.
이후 알란텀은 2011년 3월(규모 50억원), 2011년 11월(100억원), 2012년 2월(100억원), 2012년 5월(100억원) 유상증자를 진행하며 자금수혈을 받았다. 최 회장 부자는 틈틈이 실권주를 인수, 2013년 현재 지분율을 39.73%(최 회장 16.84%·내현씨 22.89%)까지 끌어올렸다.
알란텀에 개인자금을 빌려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최 회장 부자는 알란텀에 100억원(최 회장·내현씨 각각 50억원)을 연 이자율 6.90%로 제공했다. 올해 2월에는 최 회장이 50억원, 3월에는 내현씨가 50억원을 추가 대여해줬다. 연 이자율은 6.90%로 동일했다. 유상증자 참여를 통한 지원도 부족해 직접 자금지원까지 나선 것이다.
최 회장 부자가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뭘까. 알란텀의 경영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은 데 기인한 듯 보인다. 최근 2년(2011~2012년)간 알란텀의 매출은 119억원에서 54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185억원에서 228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156억원에서 207억원으로 증가했다. 설립이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을 정도로 알란텀의 실적부진은 심각했다. 끊임없는 자금수혈을 통해 알란텀 가치를 높이고, 알란텀 내 입지를 강화하고자 했던 최 회장 부자에게는 가슴 아픈 상황일 듯하다.
최 회장 부자의 지분매각에 대해서도 시장은 동요했다. 알란텀 지분율을 높이는 동시에 ㈜영풍과 고려아연 보유지분은 매각했기 때문이다.
2011년 7월 최 회장 부자는 ㈜영풍의 지분 3만주(최 회장 1만3780주·내현씨 1만6220주)를 매각했다. 이들의 ㈜영풍 지분율은 5.77%에서 4.14%로 줄었다. 확보한 돈은 362억4000만원이었다.
고려아연 지분도 연달아 팔았다. 6월 21일 공시에 따르면, 최 회장의 고려아연 보유지분은 0.92%에서 0.90%로 줄었다. 최 회장은 3000주를 매도했는데, 확보한 자금은 9억5410만원이었다. 최 회장은 1월에도 고려아연 지분을 매각, 39억4900만원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 “계열분리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계열분리가 될 경우 ㈜영풍 보유지분은 최 회장 부자에게 무의미해지기 때문에 이를 팔고 알란텀 지분율을 높이는데 집중한다”는 주장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지분 매각자금은 알란텀 실권주 인수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도 함께였다.
즉 최 회장 부자가 알란텀에 자금을 부으면 부을수록, 영풍그룹의 ‘계열분리설’도 힘을 받는 셈이다.
㈜영풍·고려아연 '양대 축' 영풍그룹은 ㈜영풍→고려아연으로 이어지는 출자구조 속에서 ㈜영풍과 고려아연이 그룹 내 양대 축으로 군림하는 지분구조다. 사업분야는 크게 아연 제련업과 인쇄회로기판 제조업으로 나뉜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지분 26.91%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영풍문고(도서 도소매) 34% △영풍전자(전자부품 제조·판매) 100% △시그네틱스(반도체 패키징) 31.62% △코리아써키트(인쇄회로기판 제조) 57.44% △코리아니켈(니켈 제조·수출입) 13% △인터플렉스(연성인쇄회로기판 제조·판매) 15.56% 등 지분을 가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케이지엑스(육상·파이프라인 운송) 100% △서린상사(비철금속 수출입) 49.97% △서린정보기술(컴퓨터시스템 관리) 33.34% △알란텀(자동차부품 제조) 26.39% △코리아니켈 19% 등 지분을 보유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