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회장이 ‘증여세’를 피하는 방법
이웅열 회장이 ‘증여세’를 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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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49% 보유한 코오롱베니트, 영업양수로 내부거래 비중 낮춰

올해 처음으로 적용되는 대기업 계열사 등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과세로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등이 총 624억원의 증여세를 내야한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정 부회장 뿐만 아니라 이재용 삼성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도 증여세 납부 대상자들이다. 그런데 이웅열 코오롱 회장은 ‘증여세 부담’을 비켜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느 대기업 오너 못지않게 계열사 출자가 활발한 이웅열 회장은 어떻게 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게 됐을까.

이웅열 회장 합작사 지분 사들여 2대주주 등극
‘덩치 큰’ 코오롱글로벌 IT부문 전격 흡수
내부거래 여전하지만 비율 떨어뜨려 과세 회피

▲ 이웅열 회장 ⓒ뉴시스

이웅열 회장의
코오롱베니트 사랑

삼성의 삼성SDS, 현대차의 오토에버시스템즈, 한화의 한화에스앤씨, CJ의 CJ시스템즈 등은 공통점이 있다. 대기업 계열 IT업체이자, 오너일가가 주요주주인 곳이다. 또한 매출의 상당부문이 그룹 계열사로부터 발생한다. 대기업 오너가(家)에서 재산증식 수단으로 각광받아온 IT계열사 일감몰아주기의 대표적 사례인 셈이다.

이웅열 회장이 이끄는 코오롱그룹도 다르지 않다. 바로 코오롱베니트가 그것이다. 이 회장은 코오롱베니트의 지분 49%를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코오롱베니트는 한해 국내매출액의 62%를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다. (2012년 말 기준)

이 회장이 처음부터 이 회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코오롱베니트는 지난 1999년 10월 미국 CA사와 합작으로 출발한 뒤 2007년 1월 코오롱그룹 계열로 편입됐다. 당시 이 회장은 CA사로부터 지분 30%를 인수했다. 이후 지분을 추가인수하면서 지금처럼 49%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가 됐다. 이 회장 소유의 지분 외 나머지 51%는 그룹 지주회사격인 (주)코오롱이 보유하고 있다.

코오롱베니트는 그룹의 전산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면서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코오롱글로텍, 코오롱패션머티리얼 등 그룹 내 24개 계열사(작년 기준)로부터 집중적으로 일감을 받고 있다. 이 덕분에 이웅열 회장이 지분을 인수한 첫 해인 2008년 389억원이었던 코오롱베니트의 매출은 4년만인 지난해 85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어났다.

코오롱글로벌 IT부문
흡수한 이유는

하지만 이 같은 거침없는 성장세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부에서 일감몰아주기 과세방침을 정하면서부터다. 내부거래의 비중이 30%가 넘고, 오너 등 소유경영자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이 3%가 넘는 계열사가 과세대상이고, 그 기준에 따라 코오롱베니트도 당연히 포함되는 수순이었다.

물론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벌어들인 영업이익에 정상거래비율(30%)과 소유지분(3%)을 초과하는 금액에 한해 적용되기 때문에 지난해 손손실을 기록한 코오롱베니트는 일단 올해는 해당사항이 없다. 그러나 향후 영업상황이 호전돼 이익이 발생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과세를 피하기 위해 오너가 49%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의 이익을 내지 않을 수는 없는 법. 이 회장과 코오롱은 회사의 성장을 도모하는 동시에 일감몰아주기 과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바로 최근 또 다른 IT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의 IT부문을 677억원에 영업양수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그룹의 IT사업 역량을 하나로 모아 사업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로 인해 이 회장은 향후 회사의 성장 시에도 일감몰아주기 과세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이유는 이렇다. 코오롱글로벌의 IT부문을 흡수한 코오롱베니트는 외형적으로 매출이 8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늘어난다. 무엇보다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의 매출은 코오롱베니트와 달리 내부거래 비중이 극히 낮다. 코오롱베니트는 자신보다 전체매출 규모는 훨씬 많고, 내부매출 규모는 낮은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을 흡수하면서, 기존에 60%가 넘던 내부거래비중을 10%대 수준으로 떨어뜨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이 회장도 코오롱베니트가 코오롱글로벌 IT부문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마련 방편으로 실시한 유상증자에 참여, 98억원을 출자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금액을 자신이 지분을 49% 보유한 회사의 덩치는 키우면서, 세금부담은 피하는 ‘일석이조’의 효과와 맞바꾸는데 아낌없이 쓴 셈이다.

한편 이 회장은 코오롱환경서비스(이하 이 회장 지분율 30.3%), 마우나오션개발(24.43%) 등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이 회사들 역시 계열사들로부터 벌어들이는 매출이 주된 수익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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