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전작권 환수 시기 또 연기 제안
야권, ‘전작권 환수 재연기’에 강력 반발
오는 10월 한미 군사위원회 등 결과 예상
한미연합사 체제 그대로 유지할 개연성 커
박근혜 정부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 6월 국방장관회담 등에서 오는 2015년 12월 1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또 다시 늦추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했다. 전작권 환수 시기를 북핵 등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단체 등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고, 야권과 진보단체 등은 박근혜정부가 공약을 뒤집었다고 반발하고 나서 자칫 남남갈등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방부는 전작권 환수 재연기 문제와 관련 “2013년 전반기에 심각해진 북한 핵문제 등 안보 상황을 중요한 조건으로 고려하면서 전작권 전환 준비를 점검해 나가자고 미국 측에 제의했다”며 “현재 한미 간에 논의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아직 미국과 논의 중이므로 이것을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위한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전작권 환수 시기나 연합작전 지휘체계 등 여러 가지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밝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서울에서 열릴 한미 군사위원회와 한미 안보협의회의에서 전작권의 재연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작권 환수 시기 재연기는 한미 정상이 지난 5월 회담에서 큰 방향을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한미 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핵 및 재래식 위협에 대한 대북 억지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며 전작권 전환 역시 한미 방위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준비되고 이행돼야 한다는 데 오바마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고 의미 있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양국은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면 당초 예정대로 전작권을 한국 측에 넘길 수도 있지만 북핵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기간에 구애받지 않고 현재의 한미연합사 체제를 그대로 유지할 개연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황진하 새누리당 의원은 한미 전시작전권을 2015년에 이양하겠다는 공약과 관련 “아직 이르다”고 평가해 눈길을 모았다. 황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을 봤을 때 전시작전권 문제를 들먹거리지 말자는 국민적 요구가 강하다”며 “우리 안보 태세를 약화시킬 수 있는 어떤 조치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의 핵이 완전히 제거되고 북한의 위협이 사라질 때까지 전시작전권 문제는 미루는 게 좋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박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이양에 대한 유보적인 입장을 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등 보수단체들은 정부의 ‘전작권 전환 재연기’ 추진을 환영한다고 밝히며 향후 안보상황을 고려한다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안보정세가 호전될 것으로 예측하는 안보 전문가는 한사람도 없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이들은 “7천만 국민의 생존이 걸려있는 안보문제에 있어서 한 치의 착오도 있어서는 안 되며 만에 하나 있을 수 있는 최악의 사태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이 곧 안보”라며 “전작권 전환 재연기를 추진하는 정부 당국에 큰 격려를 보내며, 북한의 도발을 사전 억지하는 차원에서 한미 양국의 신속한 합의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野,‘전작권 환수 재연기’ 질타
“2015년 예정대로 전환돼야”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은 이와 관련, 전시작전권 합의는 국가 간 국제적 합의인 만큼 계획대로 차질없이 이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병완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개최된 고위정책회의에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자기 나라의 군대 지휘권을 다른 나라에 위임·양도하는 나라는 없다”며 “정부는 이미 한차례 연기한 바 있는 전시작전권 전환 시기를 또다시 연기한다는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진실을 밝히고 사과부터 해야한다”고 질타했다. 배재정 대변인도 “안보 문제는 정부 고위 당국자 몇몇이 밀실에서 진행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며 “청와대와 국방부는 지금이라도 국민 앞에 그간의 논의과정과 진행상황을 투명하게 밝히고, 국민의 의견을 겸허하게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같은 당 백군기 의원도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공식적으로 오는 2015년 말 전시작전권 전환 방침을 거듭 확인한 바 있다”며 “한미 양국 대통령과 국방장관 회담 내용에 차이가 있는데 대체 무엇이 맞는지 정부가 당당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백 의원은 또 “만약 전시작전권을 연기할 경우 이를 요청한 우리 정부가 각종 추가비용을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고,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과 미사일 방어체제 문제, 차세대전투기 사업 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견된다”며 “국방 계획을 통한 전력증강을 내세우고 있는 데 이런 것들이 과연 차질없이 진행될 것인지 우려스럽고, 전시작전권 전환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는 국익과 국가 안보차원에서 신중히 결정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통합진보당의 홍성규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2015년 전시작전권 전환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는 내용이 아직도 기억에 뚜렷하며, 김장수 청와대 안보실장은 지난 6월 11일 ‘2015년 12월 1일 전작권 환수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재차 밝혔다”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고, 이렇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아무런 설명이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양국 국방장관 사이에서 비밀리에 처리하려 한 것이냐”며 비판했다.
또 “평시와 전시를 막론하고 우리 군과 우리 영토에 대한 작전통제권 문제는 당연히 우리 스스로 행사해야 할 주권문제이며, 그것을 연기하고 재연기까지 하면서 작전통제권을 미국에 영원히 헌납하겠다는 것이냐”며 “박근혜 대통령과 국방부는 우리 국민을 우롱하는 작금의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애초 계획됐던 것처럼 2015년 환수에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盧정부, 2012년 환수 합의
李정부, 2015년 환수 연기
이승만 대통령은 1950년 7월14일 맥아더 유엔군사령관에게 한국군의 ‘작전지휘권’을 이양했다. 맥아더에게 넘겨진 작전지휘권은 1954년 11월 17일 발효된 한미 상호방위조약과 그 후 개정된 한미 합의의사록에서 ‘작전통제권’으로 변경됐고,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가 창설되면서 자동적으로 유엔군사령관에서 한미연합사령관에게 이전됐다.
1980년 광주항쟁 등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가진 한미연합군사령관의 역할이 정치 쟁점으로 부상했고, 1987년 대선 당시 노태우 후보는 작전통제권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북 억제와 유사상황이라는 현실론이 대두됐고 결국 전시와 평시 작전통제권을 분리해 한국군에는 평시 작전통제권만 이양키로 했다.
이에 따라 평시작전통제권은 1994년 12월1일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한국군으로 이양됐다. 반면, 전시작전통제권은 2006년 9월16일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한국군에 이양하기로 합의했다.
2007년 2월 23일에는 당시 김장수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부 장관이 만나 전환 일자를 2012년 4월 17일로 합의했으나, 역대 국방부 장관 등 군 원로 15명이 전작권 환수 시 북한이 요구하는 주한미군 철수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환수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성우회, 전직 외교관, 경찰 총수 등의 성명이 릴레이처럼 번져갔다.
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작전권 전환 연기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며 여론화가 거세졌고,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이 발발하며 전작권 전환 연기 논의가 여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의 2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안보환경이 급박해 짐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10년 6월26일 토론토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전작권 전환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