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건설이 경기도 여주 세라지오 골프장을 인수했다. 한라건설은 올 초 편법지원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모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수혈을 받은 회사다. ‘제 코도 석자’인 한라건설이 골프장을 인수한 데는 사연이 있다. 자신들이 채무보증을 서줬던 골프장 시행사가 어려워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사실상 채무를 대납하고 소유권을 직접 사들여 운용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소유권을 오래 갖고 있지는 못할 전망이다. 한라건설 스스로도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해야하고, 결국 골프장은 다시 내놓아야하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PF 우발채무 해소 안 되자 ‘울며 겨자먹기’
한라건설, 모회사 자금수혈에도 독자생존은 ‘머나먼 길’
한라건설은 지난달 28일 상우산업개발 주식 100%(236만2000주)를 693억6000만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상우산업개발은 경기도 여주의 18홀 회원제 세라지오 골프장(연면적 99만1740㎡·30만평)의 시행사다.
골프장 인수
지분인수는 구주 취득 및 유상증자 참여로 이뤄진다. 상우산업개발의 현재 총 발행주식은 5만주이기 때문에 231만 2000주를 유상증자로 추가 발행하는 것이다. 한라건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총 693억6000만원을 들여 구주 및 신주를 모두 취득한다. 유상증자까지 마무리되면 상우산업개발은 한라건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한라건설이 골프장을 인수하는 것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무보증을 서준 상우산업개발이 어려워지면서, 소유권을 가져온 뒤 향후 매각작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상우산업개발은 2011년 매출 39억5000만원에 순손실 105억5200만원, 지난해도 매출 70억원에 순손실 73억원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적자를 내면서 채무보증을 서준 한라건설에도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한라건설은 골프장을 처음부터 매각하려 했지만, 부동산 경기불황 탓에 골프장 매각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라건설은 우선 상우산업개발 지분을 인수하면서 지원한 유상증자 대금으로 골프장 사업을 위해 조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사실상 시행사 채무를 한라건설이 대납하는 셈이다. 이후 직업 골프장을 운용하면서, 경기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제 코가 석자
한라건설은 상우산업개발 지분인수 공시에 ‘골프장 사업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인수목적으로 밝혔다.
그러나 한라건설이 골프장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할 정도로 형편이 여유롭지 못한 것은 익히 알려져있다. 업황부진 속에 올 초에도 모회사로부터 대규모 자금수혈을 받는 등 기존 사업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라건설은 앞서 지난 4월 운영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총 3435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최대주주인 정몽원 회장(보통주 803,860주, 50억원)과 계열회사인 마이스터(보통주 355만6610주 및 전환우선주 1017만4420주, 3385억원)가 인수대상자였다.
그리고 마이스터는 한라건설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또다시 신수인수대금에 해당하는 총 3780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만도가 이를 인수했다. 결국 만도가 자회사인 마이스터에 출자하고, 마이스터가 한라건설에 그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지원이 이뤄진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자금 지원이 이뤄진 것은 한라건설이 만도의 최대주주여서 만도가 직접 지원할 경우 현행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상호출자’ 위반이 돼 법적규제를 피한 편법지원이라는 비판이 강했다.
‘한라건설→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한라그룹이 한라건설 지원을 위해 또다시 ‘만도→마이스터→한라건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를 강화했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상호출자’와 달리 ‘순환출자’는 위법이 아니지만, 한라그룹의 출자는 박근혜정부가 신규순환출자를 금지하겠다고 밝힌 것과 정면 배치되는 행위이기도 했다. 지난 2월 발표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기존 순환출자 강화하기 위한 출자도 신규순환출자로 보고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상장회사인 만도 소액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거셌다.
한편, 한라건설은 앞으로 자생력을 통한 생존에 나서야할 처지다. 당시 편법지원 논란이 일자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직접 나서 ‘한라건설에 대한 추가지원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라건설은 기존사업의 수익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주력사업과 관계없는 유휴자산 매각 등 자구책을 강도 높게 시행해야 한다. 이번에 ‘울며 겨자먹기’로 인수한 골프장 역시 자구책에 포함돼 매각을 서둘러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