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대기업 내부거래, 사실상 증가
경제민주화? 대기업 내부거래, 사실상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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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내부거래 감소”…김기식 의원 “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9일 대기업집단의 내부거래비중이 2011년까지 증가한 이후 지난해에는 감소했고, 특히 내부거래금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여연대 출신의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합병 등 사업구조변경을 제외하면 대기업의 내부거래는 오히려 증가했으며, 공정위의 발표가 경제민주화 입법을 유예하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월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기업 회장단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오찬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구본무 LG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등이 참석했다. ⓒ청와대

삼성 계열사 간 합병효과 제외하면 6조원 증가
건설·SI·물류·광고 등 4개업종 내부거래 여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8월 29일 발표한 ‘2013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거래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49개 민간 대기업집단의 지난해 내부거래 비중은 12.3%로 2011년도에 비해 0.94%p 감소했다. 2011년 내부거래비중이 전년도에 비해 1.2%p 증가한 데 이어 1년 만에 줄어든 것이다.

특히 내부거래금액은 185조3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원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2009년 통계작성 이후 첫 감소라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결과가 사회 전반에서 경제민주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의 정책과 대기업의 자발적 축소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내부거래가 다소 감소했지만 아직은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부당한 내부거래가 생길 가능성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계속 감시하겠다”고 말했다.

“내부거래 사실상 증가”

내부거래 전체금액은 줄었지만 총수 지분이 많은 회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율이 높은 현상은 계속 유지됐다. 특히 총수가 있는 삼성, 현대차, SK, LG 등 상위 10대 대기업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재벌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줄어든 것은 공정위 발표내용을 통해서도 확인되듯이 삼성그룹의 계열사 간 합병(에스엘시디 및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흡수합병(2012년 7월)으로 7조1000억원의 내부거래 관계가 소멸되는 등 기업들의 사업구조변경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김 의원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에스엘시디 합병으로 인한 감소효과를 제외하면 내부거래금액이 오히려 6조원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공정위가 보도자료에서 밝힌 총수일가 지분율과 내부거래비중이 모두 높은 11개 회사들의 지난 2012년과 2011년 내부거래 비중을 살펴보면, 이들 11개사의 국내외 특수관계인과의 내부거래금액은 오히려 2조1510억원(국내계열사만 고려할 경우 8615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식 민주당 의원실

이들 회사는 삼성에버랜드, 삼성에스엔에스(이상 삼성), 현대글로비스, 현대오토에버, 현대엠코, 이노션(이상 현대차), SKC&C(SK), 한화에스앤씨(한화), 포스텍, STX건설(STX), 마우나오션개발(코오롱) 등이다.

이 회사들은 물류, SI, 건설, 광고 등 그동안 대표적으로 내부거래가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지목된 업종을 영위하고 있다. 업종 특성상 다수 계열사와 내부거래가 가능하고, 이 때문에 총수 개인 또는 2세 등 일가들의 지분율이 많은 상황이다.

김 의원은 “사실이 이러함에도 공정위가 내부거래 비중이 감소한 것처럼 발표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내부거래와 일감몰아주기를 통한 재벌총수들의 사익추구를 규제하기 위해 부족하나마 이루어진 법 개정을 시행령 개정과정에서 이를 완화하려 하거나, 추가적인 경제민주화 입법을 유예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공정위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내부거래비중 및 금액이 다소 감소했지만, 아직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관행 등이 개선된 것으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며 “그간 일감몰아주기 관행이 문제됐던 분야의 내부거래비중은 여전히 높은 실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셀프종료 선언, 외투법 개정 촉구, 상법개정안 후퇴발언 등 경제민주화가 다 된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데, 아직까지 수많은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남아 있다”며 관련 입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이 10대 재벌총수들과 만남에서 ‘지원할 일 있으면 만사 제쳐놓고 최선 다하겠다’고 한 것은 재벌의 공세에 대한 사실상의 항복선언으로 경제민주화를 하겠다던 대선공약 파기이자, 국민과의 약속이 선거를 위한 말잔치였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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