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리베이트·세무조사로 ‘바람 잘 날 없다’
제약업계, 리베이트·세무조사로 ‘바람 잘 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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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 추징금 부과로 타격 커

제약업계는 요즘 극도의 긴장 상태에 놓여있다.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전 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제약업계의 고질적 관행이었던 리베이트에 대해서도 철퇴를 맞고 있다. 이러한 당국의 강력한 추징 의지로 일부 제약업계는 실적이 악화되는 등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앓고 있다.

▲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정황을 포착한 검찰이 지난해 10월 동아제약 본사를 압수수색 했다. ⓒ뉴시스

동아제약, 리베이트 연루 이어 700억원 추징금 ‘악재’
5월 압수수색 광동제약, 추징금 등 후폭풍 강력할까?
일동제약, 매출·영업이익 늘었지만 순손실…법인세 탓
“세수확보 위해?” 업계, 검찰수사 이어질까 전전긍긍

최근 제약업계 가운데 ‘수난’을 집중적으로 받는 기업으로 단연 동아제약이 꼽힌다. 동아제약은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임은 물론, 집중적인 세무조사에 따른 거액의 추징금을 부과 받아 안팎으로 편할 날이 없다.

의사 대거 연루 ‘동아제약 리베이트’

최근 검찰이 동아제약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사 19명에 대해 최대 징역 6개월의 실형을 구형해 업계 전반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처럼 스무 명에 가까운 의사가 돈에 연루되어 한꺼번에 재판정에 서서 실형까지 구형받은 사례는 무척 드물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7부(부장판사 성수제)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 측은 “의약품 리베이트가 외형적으로는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하는 수법으로 하루가 다르게 지능화되고 있다”고 개탄하며 이 같은 구형을 내렸다.

앞서 검찰은 동아제약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판매해주는 대신 인터넷 강의료 등의 명목으로 수천만 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의료법 위반)로 의사 19명을 불구속기소한 바 있다. 이들은 2011년 경 동아제약으로부터 최소 1100여만 원에서 많게는 3600여만 원까지 모두 3억6000여만 원 가량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기소된 의사 19명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장모 씨에 대해 징역 6월과 추징금 2700만 원을 구형했다. 범행 사실을 자백한 의사들에 대해서는 벌금 800만원과 벌금 1000만 원을 구형했다.

나머지 의사들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과 추징금이 구형됐다. 재판부는 9월 9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동아제약 및 이 회사 임직원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한 다음 9월 30일 오후 2시에 최종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과연 이들에게 엄격한 법집행을 내려 실형까지 살게 할지 제약업계는 물론 의료계까지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동아제약이 리베이트와 관련된 사건에 연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아제약은 지난 2009년 2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전국 1400여개 병원 및 의원에 48억 원 규모의 리베이트를 제공하다 적발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동아제약 임직원 두 명이 구속됐으며 의사 18명과 병원 사무장 한 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그런데 동아제약이 겪는 시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동아제약은 국세청으로부터 무려 700억 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 받았다. 지주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가 59억6000여만 원, 전문의약품 계열사인 동아에스티는 무려 646억4000여만 원의 추징금을 물어야 하는 치명적인 상황에 처했다.

이렇게 동아제약이 처한 곤경에 대해 업계 전반에서는 “이렇게 잇따른 악재 때문에 동아제약의 올 하반기 실적은 동기와 대비해 하향세를 기록한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입을 모은다.  “가뜩이나 동아제약의 간판 제품인 ‘박카스D’가 ‘비타500’이나 ‘핫식스’ 등 다른 경쟁 제품의 추격을 받는 시점에서 재판과 세금 폭탄은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동제약, 추징금 100억원에 순손실

동아제약의 사례에서도 보았듯 최근 제약업계는 ‘세무조사’라는 강력한 바람을 피하지 못한 채 휘청거리고 있다. 이렇게 위험한 태풍은 제약업계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는 형국이다.

더욱이 이런 세무조사는 ‘리베이트’라는 광범위한 비리 첩보를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국세청의 단속 의지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향후 호된 시련을 겪고 있는 동아제약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광동제약을 꼽고 있다. 지난 5월 2일 광동제약은 국세청으로부터 전격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에 따라 광동제약은 만만치 않은 금액의 추징금 부과를 비롯한 강력한 후폭풍이 예상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당사자인 광동제약 측은 몸을 바짝 낮추며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 5월에 겪은 압수수색과 관련해 광동제약 관계자는 “조사를 받은 것은 맞다”며 “하지만 리베이트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해줄 수 없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는 ‘당국의 다음 조치가 가시화될 때까지 이와 관련된 어떠한 코멘트도 자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제약업계가 철두철미 ‘입단속’에 나서는 이유는 확실하다. ‘추징금’이라는 무시무시한 핵폭탄이 이들 기업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쓸데없이 입을 잘못 놀려 당국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은 일단 피하고 볼일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자세가 업계 전체에 만연되어 있다.

실제로 올해 초 경동제약은 89억 원의 세금폭탄을 맞았다. 삼진제약도 132억 원 추징금 부과가 결정됐다. 아울러 일동제약의 경우는 100억 원 가량의 법인세를 통보 받은 바 있다. 이처럼 국세청의 정기 세무조사에 따른 법인세 추징금 여파 때문에 실제로 일동제약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적자로 전환되는 재앙을 맞았다.

공시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상반기 매출은 1705억 원을 달성해 전년 동기대비 2%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63억 원을 올려 56.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만 보면 상당한 선방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렇지만 순이익은 62억 원 마이너스를 기록해 적자로 전환되고 말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일동제약은 2/4분기 실적을 871억 원의 매출만 올리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9%나 줄었다. 또한 영업이익은 무려 86.1%나 감소한 9억 원을, 순이익은 119억 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일동제약이 상반기에 이렇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장기적인 불황 탓도 있지만 아무래도 당국으로부터 부과받은 법인세가 치명타로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며 “일동제약이 올 하반기에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제약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하반기도 타격 입는 기업 많을 것”

하지만 국세청과 감사원 등 관계당국이 제약업계 전반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어 “올 하반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기업이 상당수 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특히 세무조사 대상이 동아제약·광동제약·일동제약 등 메이저 기업에 국한되지 않고 이보다 다소 규모가 작은 중견 제약업체에게도 겨냥되어 있어, 제약업계의 근심은 날이 갈수록 깊어가고 있다.

이처럼 제약업계에 대한 관련 당국의 세무조사가 갈수록 강도가 높아져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무래도 요즘 재계 분위기가 세무조사 및 압수수색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이다 보니 제약업계도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지 않겠냐”고 설명하고 있다.

즉 제약업계 전반으로 번진 당국의 조사 의지는 최근 CJ·롯데·효성·포스코 등의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방위 조사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최우선적인 목표 가운데 하나가 ‘증세 없는 복지’다 보니 세수 확보를 위해 조금이라도 비리 혐의가 보이는 기업은 일체의 예외 없이 털어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요즘 제약업계에 이루어지는 세무조사가 워낙 갑작스럽고 전격적이며 강도도 높다 보니 당국이 품은 의도를 잘 알 수 없다는 ‘공포감’이 만연되어 있는 것 같다”며 “업계 내부에서는 ‘뭔가 다른 목적이 숨겨져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오고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는 또 “국세청의 집중적인 조사를 통해 자칫 리베이트 등 다른 혐의가 드러날 경우 바로 검찰 수사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제약업계 전체가 바짝 긴장하는 것 같다”며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라도 통상적인 세무조사로 비춰지지 않고 있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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