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값 인상이 또다시 화제다. 최근 우유제조업체들이 줄줄이 가격인상을 발표했다. 인상폭은 대부분 200원대다. 소비자단체는 이에 최대 145원까지 허용할 수 있다고 맞불을 놨다. 이 과정에서 농협 하나로마트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외관상으로 하나로마트는 자신의 유통마진을 포기하는 등 우유 값 인상을 저지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그러나 우유 값 인상과 관련, 서울우유와 함께 담합행위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동시에 원유가격연동제의 사각을 틈타 이뤄진 유통업체 마진인상을 눈 감아줬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제조·유통업체들이 원유가격연동제를 통해 우유가격을 인상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하나로마트가 결과적으로는 우유 값 인상에 공조한 셈이 되면서 소비자들도 실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하나로마트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농협의 계열사라는 데서 오는 배신감이다.
소비자단체가 우유 값 인상과 관련, ‘리터당 최대 145원까지’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대세를 꺾지는 못했다. 우유제조업체 대부분은 200원대 인상폭을 책정하며 소비자단체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측이 인상폭을 놓고 이견을 보이는 까닭은 뭘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단협)에 따르면, 145원이라는 기준은 유가공협회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산출됐다. 이는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한 원유 값 인상분 106원과 유가공협회에서 제시한 제조비 증가분 39.2원이 합산된 수치다. 즉 유통업체 마진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반면 제조업체들이 제시한 우유 값 인상분에는 유통업체 마진이 포함됐다. 소단협이 유가공협회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우유 값 인상분(기준 220원)은 원유 값 인상분 48%(106원), 유통업체 마진 34%(75원), 제조업체 마진 18%(39원)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단협은 이를 근거로 이번 우유 값 인상분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제조·유통업계는 24일 열린 간담회에서도 유통업체 마진을 포기하는 등 기존 인상폭보다 낮게 책정했다며 더 이상 양보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당초 제조업체들이 내놓았던 우유 값 인상분은 250원이었다.
그러나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가 난색을 표하면서 우유 값 인상은 보류됐다. 한 달이 지나고 서울우유가 하나로마트와 협상 끝에 우유 값 인상의 물꼬를 텄다. 이 과정에서 대형마트인 하나로마트가 유통업체 마진 38원 중 30원을 포기하기로 결정하면서 서울우유의 우유 값 인상분은 220원이 됐다.
농협 하나로마트는 왜?
우유 값 인상을 저지하는 행보를 보인 하나로마트였지만 비난여론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했다. 소단협은 먼저 서울우유와 하나로마트간 이뤄진 가격협상을 주목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여부를 조사해달라는 공문을 제출했다.
소단협 관계자는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원래 제조업체는 소비자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 최종 소비자가격은 유통업체간 경쟁을 통해 (유통마진을 붙인 뒤) 결정된다”며 “그런데 서울우유에서 유통마진을 붙인 소비자가격을 발표하면서 하나로마트와 담합행위가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하나로마트만 아닌 유통업계 전반적인 문제”라면서도 “예를 들어 제조업체에서 145원만 인상한다고 하면 유통업체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더라. (유통마진을 포함해) 200원, 220원으로 올리지 않는다면 제조업체의 우유를 공급받지 않겠다고 한다고 들었다”고 담합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거듭 드러냈다.
하나로마트가 원유가격연동제의 사각을 틈타 이뤄진 유통업체 마진인상을 눈 감아줬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 값을 일정한 근거규정 없이 3~5년 주기로 결정하던 데서 매년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결정하자는 것으로 이번년도 처음 시행됐다. 말 그대로 사료비·환율 등 가격변동에 맞게 원유 값을 조정하자는 것으로 1차적으로는 낙농가를 위하는 취지다.
따라서 이번처럼 원유 값 인상분에 제조·유통업체 마진이 더해진 것은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소단협에서는 2008년 이후 제조비 증가분을 우유 값에 반영하지 못했다는 우유 제조협회 측 입장을 받아들여 이번 인상분에 제조업체 마진이 더해지는 것까지는 인정했다.
문제는 유통업체 마진이다. 원유가격변동제 시행과 더불어 유통업체 마진이 인상된 것도 문제인데, 제조업체가 우유 값 인상분에 유통업체 마진까지 고려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이다. 이는 소단협이 제기한 서울우유와 하나로마트간 담합의혹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물론 하나로마트는 본인의 몫 대부분을 포기하는 등 우유 값 인상폭을 줄였다는 점에서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유 값 인상분에서 유통업체 마진이 상당한데다, 매년 8월 원유가격이 조정될 때마다 우유 값이 ‘제조·유통업체 마진이 포함된 채’ 인상될 수 있도록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하나로마트도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체 중에서도 하나로마트에 대한 책임여론이 큰 것은 하나로마트가 지닌 특성 때문이다. 하나로마트는 농어민 등 1차 생산자들과 소비자 사이에서 유통마진을 최소화 시킬 목적으로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는 농협의 계열사다. 이로 인해 우유 값 인상과 관련, 하나로마트의 역할은 중요했다. 우유는 가격변동에 민감한 상품으로 타 대형마트들이 하나로마트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현재 소단협 등 시민단체들은 원유가격연동제가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제조·유통업체 마진까지 함께 올리는 도구가 된 데 대해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우유 값 논란도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