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숭숭한 롯데그룹 ‘앞날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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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조사·후계구도 균열설·불법사찰 의혹 등 갖가지 사안 휘말려

요즘 롯데는 안팎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 롯데쇼핑에 대한 국세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최근 신동빈·신동주 형제간의 지분 경쟁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어 자칫 후계구도를 둘러싼 ‘왕자의 난’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유독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롯데는 과연 안팎으로 조여 오는 형국을 돌파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 박근혜정부 들어 롯데그룹이 세무조사, 후계구도 균열설, 불법사찰 의혹 등 갖가지 사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롯데그룹 사옥 전경이다.

롯데쇼핑 ‘세무조사’ 진행 중인 상황에서
형제간 지분매입 경쟁 ‘후계구도 균열설’
세븐일레븐 점주 불법사찰 의혹까지 나와

사실 롯데는 이명박 정권 때 최고의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숙원 사업이던 ‘제2롯데월드’가 MB정부 들어 결국 성사됐다. 이밖에도 롯데는 유독 지난 정권에서 놀라울만한 성장을 거듭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유독 MB 때 롯데가 승승장구한 까닭은 무엇일까”를 두고 말이 많았다. 이제 정권은 바뀌었고 언제까지나 잘 나갈 줄 알았던 롯데의 앞날은 여러 사연으로 그리 밝지 못하다. ‘화무십일홍’이라는 옛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걸 증명하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전방위 압박’ 직면

롯데의 미래가 ‘시련’ 쪽으로 흐를 확률이 높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은 도처에 있다. 올해 들어 롯데에 대한 정부 당국의 조사가 부쩍 강화됐다. 국세청이 실시한 세무조사는 물론이고 최근 들어서는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전부 나서서 롯데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아무리 정부 측에서 부인하더라도 롯데가 ‘표적’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풍기기에 충분하다.

특히 최근 잇따른 롯데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당국은 롯데 계열사가 ‘역외탈세’의 정황이 있다고 보고 사실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 2월부터 시작한 롯데호텔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는 최근 끝났지만 완료한 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7월부터는 롯데쇼핑 4개 사업본부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전격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조사를 통해 국세청은 롯데쇼핑이 중국 베이징 및 베트남 호치민에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진출시키는 과정에서 역외탈세를 한 정황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당국은 조세포탈 혐의 등에 대해 반년이 넘도록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자칫 CJ그룹 못지않은 대형 사건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도 롯데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현대중공업·포스코를 대상으로 지난 2010년부터 올해 3월까지 3년간의 공시를 점검했다. 특히 롯데에 대해 집중적으로 점검했다는 후문이다.

공정위 조사 결과 롯데가 공시의무를 가장 많이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는 6개사에서 11건의 위반 내용이 적발됐다. 롯데는 롯데상사·에프알엘코리아·롯데푸드·이비카드의 상품 용역 거래 미의결 내용을 공시하지 않았으며 롯데호텔과 롯데브랑제리의 거래를 미공시해 총 4억4,705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감사원도 이에 질세라 롯데시네마의 일감 몰아주기 점검을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조사의 강도를 높여왔다. 특히 지난 4월 감사원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배우자·자녀·손자 등이 회사를 설립한 뒤 롯데 직영영화관 내에 수의계약을 통해 낮은 임대료로 매장을 낸 사실을 적발했다.

이렇게 기업 관련 조사 당국이 총 동원되어 롯데를 가히 전방위로 압박하는 상황을 두고 “결국에는 검찰수사로 자연스럽게 넘어가지 않겠느냐”는 견해가 재계에서 점차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조사 결과 신격호 회장 등 오너 일가에 관한 내용이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날 경우 검찰이 직접 뛰어들어 소환을 포함한 수사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한다.

신동주·신동빈, 나란히 지분매입

롯데를 둘러싼 외적 상황이 이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최근에는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과 신동주 일본롯데 부회장이 서로 주요 계열사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부친 신격호 회장 이후의 롯데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롯데는 후계구도가 이미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 터라 그 배경을 놓고 궁금증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동주 부회장은 지난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롯데제과 620주를 사들였다. 이로 인해 신동주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3.52%에서 3.57%로 올라갔다. 신동주 부회장은 올해 1월에는 롯데푸드 2만6,899주(1.96%)를 매입했으며 지난 8월 초에는 롯데제과 643주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지 않겠다는 듯 최근 신동빈 회장도 계열사 지분을 늘려나가고 있다. 올해 들어 롯데제과·롯데푸드·롯데칠성·롯데케미칼 등의 주식을 사들인 바 있는 신동빈 회장은 지난 9월 9일부터 13일까지 롯데손해보험 100만주(1.49%)를 매입했다.

이렇게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마치 서로 치열한 대결이라도 펼치듯 주식 매입에 몰두하는 까닭은 과연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재계 대다수는 “신격호 회장 이후 롯데의 구도에서 두 형제가 조금이라도 우선권을 장악하려는 뜻이 다분해 보인다”라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신동빈 회장은 한국롯데를, 신동주 부회장은 일본롯데를 맡는 것으로 후계구도를 낙착 지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당국의 고강도 전방위 압박에서도 볼 수 있듯 롯데에 대한 장래는 다소 불확실한 게 사실”이라며 “이 때문에 앞날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두 형제가 최대한 자신의 지분을 확보하려는 사실상의 고육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물론 이런 주식매입에 대해 롯데 측은 “형제간 경쟁은 아니다”라고 못을 박았다. 롯데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손해보험 주식을 매입한 것은 이미 반년 전에 예고한 것이었다”며 “롯데케미칼은 주식이 너무 하락했고 롯데제과는 저평가돼 있어 책임경영 차원에서 주가 하락 폭이 큰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 주식을 산 것은 롯데 미도파를 합병하면서 발생한 상호출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이 롯데제과의 주식을 사들인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무래도 여윳돈이 있어서 투자 개념 차원에서 매입한 것 아니겠느냐”고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롯데 관계자는 “그룹 내 후계구도 문제는 이미 정리가 끝난 사안"이라며 “일본롯데는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신동빈 회장이 각각 경영하는 것에는 일체의 변함이 없다”고 못 박았다.

‘불법사찰’ 구설수 오르기도

상황이 이렇게 안팎으로 어수선한 가운데 이번에는 롯데 계열 유통회사인 세븐일레븐이 가맹 편의점주들을 상대로 불법사찰을 진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비록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에 비해 ‘경제민주화’나 ‘갑을관계’에 대한 경각심은 다소 약해졌다고 하나 비리에 연루된 기업에 대한 처벌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한 요즘 만만치 않은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

지난 9월 24일 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와 전국을살리기비상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서울 중구 롯데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시민단체는 “롯데가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주들을 광범위하게 불법 사찰했다”며 진상 규명과 강도 높은 사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사측이 점주들의 온라인 카페 모임을 감시했다”며 “아울러 점주가 카페에 게시물을 올리면 바로 다음날 전화를 통해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매장 컴퓨터와 CC-TV를 활용해 점주의 행동을 계속 점검했다”고 규탄했다.

또한 이들은 “점주 개개인에 대해 ‘점주 특이사항’이란 항목을 문서화한 다음 관리하고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점주들의 모임을 두루 살펴 내용을 본사 직원들과 공유했다”며 “이렇게 회사의 정도를 넘는 사찰 행위에 대해 항의했지만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개탄을 멈추지 않았다.

이러한 편의점주들의 주장에 대해 롯데 측 관계자는 “지원업무의 기본은 새롭게 문을 연 점포 매출을 향상시키기 위해 점포 상황을 상세히 파악하는 것”이라며 “매출을 올리기 위해 점포별로 실시한 상담 기록을 남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불법사찰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로 본사 방침을 곡해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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