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관계인 영풍그룹 두 일가(장형진-최창영)의 정반대 근황이 눈에 띈다. 각자 영향력이 큰 그룹 계열사와 관련해서다. 최근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 씨케이(CK)는 유상증자를 통해 몸집을 불렸고,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가 40% 지분을 보유한 회사 알란텀은 무상감자를 통해 몸집을 줄였다. 이들이 엇갈린 선택을 하게 된 이유를 살펴봤다.

'장형진 일가' 씨케이, 설립 1년 만에 110억원 증자
'최창영 일가' 알란텀, 재무악화 시달리다 무상감자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개인기업 씨케이(CK)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근 씨케이는 설립 1년 만에 유상증자를 단행하며 몸집을 키웠다. 씨케이는 지난해 장 회장이 부인, 세 자녀와 함께 설립한 ‘유한회사’다. 장 회장 일가가 폐쇄적 성격의 회사를 설립하고 키우는 수순이 이어졌다는 데 이목이 집중됐다.
범상치 않은 행보 씨케이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씨케이는 지난달 24일 11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된 보통주는 62만7642주며, 1주 당 발행가액은 1만7526원(액면가액 1만원)이다. 주주배정 방식으로 진행된 만큼 증자자금 전액은 장 회장 일가가 출자했다.
출자구도를 보면 장 회장과 두 아들 세준·세환씨가 30억원씩 총 90억원을, 장 회장의 딸 혜선씨가 20억원을 투입했다. 장 회장 부인 김혜경씨는 이번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씨케이 지분구도는 장 회장과 세준·세환씨 각각 24.7%, 혜선씨 18.8%, 김혜경씨 7.1%로 조정됐다.
이번 유상증자가 흥미로운 이유는 씨케이의 두 가지 특성 때문이다. 씨케이는 지난해 10월 장 회장 일가가 설립한 투자자문 회사다. 당시 장 회장 부부와 세 자녀는 35억원(20%씩)을 설립자본으로 조달했다. 형태는 유한회사였다. 대기업 오너일가가 폐쇄적 성격의 회사를 세우면서 이례적으로 평가됐다.
더욱이 씨케이는 설립되자마자 영풍그룹 계열사 시그네틱스 지분까지 매입했다. 지난해 10월 씨케이는 인터플렉스가 매도한 시그네틱스 지분 12.52% 중 4.17%(총 매입자금 100억원)를 사들이며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그네틱스에 대한 장 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커졌다는 얘기다. 시그네틱스는 지난해 매출 3099억원과 당기순이익 159억원을 올린 영풍그룹의 우량계열사다.
결과적으로 씨케이는 지난 1년간 △오너일가 사재를 통해 △유한회사 형태로 태어나자마자 △우량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유상증자로 몸집까지 불리는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인 것이다. 향후 씨케이가 영풍그룹 내에서 톡톡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자본금 반 토막 알란텀
반면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일가의 영향력이 큰 계열사 알란텀은 최근 무상감자를 단행하며 몸집을 줄였다. 알란텀은 차량용 배기가스 후처리장치 제조업체로 최 회장 부자가 약 40%(최 회장 17%·최 회장 아들 내현씨 23%)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알란텀은 8월 16일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명목 하에 무상감자를 실시했다. 이번 무상감자로 소각된 보통주는 1434만5526주고, 자본금은 1234억원에서 51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실적부진으로 인한 재무악화가 누적된 결과였다.
최근 2년(2011~2012년)간 알란텀의 매출은 119억원에서 54억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155억원에서 206억원으로 늘었다. 당기순손실도 156억원에서 20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결손금은 331억원에서 522억원으로 불었다. 최 회장 부자의 자금지원이 본격화된 때는 이쯤이다.
알란텀은 2010년 12월 유상증자(200억원 규모)를 시작으로, 2011년 3월(50억원), 2011년 11월(100억원), 2012년 2월(100억원), 2012년 5월(100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때마다 최 회장 부자는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지금까지 490억원 가량을 투입했다. 그 결과 2008년 설립당시 1%에 불과했던 지분율은 40%까지 늘어났다.
자금대여도 동반됐다. 지난해 10월 최 회장 부자는 알란텀에 100억원(최 회장·내현씨 50억원씩, 이자율 6.9%)을 빌려줬다. 올해 2월과 3월에도 최 회장 부자가 알란텀에 빌려준 돈은 50억원(이자율 6.9%)씩, 100억원이었다. 그럼에도 알란텀의 재무악화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무상감자가 진행된 것이다.
한편, 최 회장 부자에게는 계열사 엑스메텍도 골칫거리다. 엑스메텍은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을 하는 회사로 2009년 설립됐다. 최 회장의 세 자녀가 지분 56%를 보유하고 있어 알란텀과 함께 최 회장 일가 몫으로 분류되는 계열사이기도 하다.
엑스메텍은 장 회장 일가가 지분전량을 매도한 이후인 2012년 실적이 추락했다. 지난해 엑스메텍은 매출 67억원(2011년 355억원), 당기순이익 마이너스(-) 3억원(2011년 31억원)을 기록했다. 계열사 일감규모가 94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대폭 줄어들면서다.
이로 인해 최 회장은 지난 7월 엑스메텍에도 운영자금으로 쓰일 10억원(이자율 6.9%)을 빌려줬다. 2010년 4월 15억원(이자율 8.5%)에 이어 두 번째 자금대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