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국정감사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4일부터 내달 2일까지 20일간 열리는 국정감사는 박근혜정부 들어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국정감사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국회 운영본부’를 만들고 총력전을 준비 중이다. 새누리당도 ‘전면전’을 선포하며 민주당의 공세에 맞선다는 방침이어서 각 분야별로 치열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중에서도 경제분야 국정감사 온도가 뜨거울 전망이다. 동양그룹 사태를 비롯해 갑을관계 논란 등 핫이슈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동양그룹 사태’ 부실판매·부실감독 집중추궁 예상
갑을관계 논란, 일감몰아주기 규제후퇴도 도마 위
‘노무관리 논란’ KT 이석채 회장, 증인 채택될까?
국무총리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정무위원회는 현안이 가장 많이 몰려있는 상임위 중 하나다.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는 최근 동양그룹 사태가 최우선 쟁점으로 꼽힌다.
개인 투자자 울린 ‘동양 사태’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동양 사태와 관련,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에 투자한 금융소비자 피해문제가 심각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금융회사의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는 물론 금융당국의 감독부실이 강하게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최근 몇 년간 정무위 국감에서 환헤지 상품인 ‘키코(KIKO)’와 관련해 중소기업 피해 문제, 저축은행 부실에 따른 개인투자자 피해 문제 등이 금융소비자보호 이슈와 맞물려 우선순위로 거론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증권이 판매한 동양과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의 회사채와 CP 규모는 모두 1조3000억원에 달하고, 4만명의 투자자 대부분이 개인이다. 이에 따라 정무위 국감에는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 등 동양그룹 핵심 경영진을 증인으로 출석시킬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 회장 등 경영진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할 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동안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대기업 총수 사례를 감안할 때 전문경영인이 아닌 총수가 출석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현 회장도 지난 2003년 정무위에서 분식회계 관련 증인으로 불렀지만 해외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사례가 있다.
현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고서도 불출석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한다. 지난해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하지 않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각각 1000만원, 1500만원 벌금형을 받았다.
금소원·관치금융 논란도 이슈
동양그룹 사태가 금융소비자보호 문제와 연결되면서, 자연스레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감독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 분리 방안의 타당성 여부도 격론이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는 금융감독원에서 소비자보호 기능을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번 정기국회 심의를 거쳐야 계획대로 내년 상반기 금소원을 출범할 수 있다. 하지만 정무위 소속인 민주당 민병두, 김기준, 정호준 의원 등은 일찌감치 금융정책 기능에 대한 재편 논의없이 금소원만 설립하겠다는 정부안은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월 정부가 발표한 정책금융 기능 재편 논의도 이슈다. 이명박 정부시절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한 지 4년만에 정부가 재통합을 추진키로 하면서, 한국금융의 대내외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책금융 재편과 맞물려 있는 ‘선박금융공사 부산 설립 백지화’ 문제도 만만찮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무위 소속이면서 부산지역 의원인 김정훈 정무위원장과 박민식 여당 간사 반발이 큰 상황이다.
아울러 국감 때마다 단골로 지적된 금융공기업에 대한 이른바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 논란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올 상반기 이장호 전 BS금융 회장 사퇴 파동을 비롯해 KB금융지주 주요 경영진의 선임 과정을 둘러싼 관치금융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국감 갑을관계·일감몰아주기
정무위의 또 다른 축인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올 상반기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갑을관계’와 ‘일감몰아주기 규제후퇴’ 논란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규제를 다루는 공정위 국감은 전통적으로 기업 CEO들의 증인 출석 요구가 많은 곳이다. 지난해 유통업체 CEO 출석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파행을 겪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민주당이 ‘을지로위원회(乙을 지키는 길)’를 발족해 국순당, 배상면주가, 아모레퍼시픽 등 개별기업의 구체적인 사안까지 파고들며 문제제기를 해온 상황이어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격론이 예상된다. 아울러 밀어내기 논란의 원조 격인 남양유업을 비롯해 가맹점주 자살 등으로 논란을 일으킨 CU 편의점 본사(BGF리테일) 등도 국감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공정위가 지난 1일 발표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한 논란도 예상된다. 정무위 소속 민주당 김기식 의원은 공정위의 개정안에 대해 “여당과 재계의 요구로 원안보다 대폭 후퇴했다”며 당초 입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개정안을 다시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무소속 송호창 의원 등 야권 정무위 의원 상당수가 해당 문제를 지속 거론해왔다는 점에서 공정위에 ‘경제민주화 추진 의지’를 묻는 추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환노위·국토위 등도 ‘뇌관’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삼성전자 화성반도체사업장을 비롯해 현대제철 당진공장, 여수 대림산업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화학물질 사고관련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강화, 재발 방지를 위한 문제제기가 집중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환노위 국감에서도 구미 불산 사태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또 노무관리 문제로 도마에 오른 KT와 관련해 이석채 회장이 증인으로 출석할 지 여부도 관심 대상이다. 이 회장의 국감 출석과 관련해서는 지난해에도 야당 의원들이 증인 채택을 강력 요구했지만 여당의 반대 속에 무산된 바 있다.
노무관리와 관련해서는 KT뿐 아니라 우정사업본부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해 우체국 택배기사 처우 및 위탁계약 개선 문제를 집중 거론해왔다.
국토위 국감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4대강 사업 관련 이슈가 우선적으로 지목된다. 다만 4대강에 대한 진실공방은 이명박정부 시절의 현안이라는 점에서 박근혜정부도 ‘선 긋기’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야당으로서도 어느 수준까지 문제제기를 해야할 지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철도 민영화,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등에 대한 정부의 안전대책 등도 국토위 국감에서 다뤄질 수 있는 이슈다. 아울러 박근혜정부가 내놓은 4·1부동산대책과 8·28전월세대책 등에 대한 여야 의원 간 실효성 논쟁도 치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