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설 휩싸인 코오롱그룹, 내막은?
위기설 휩싸인 코오롱그룹, 내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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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계열사 ‘빨간불…‘전망 어둡다’ 우세

최근 유동성 위기에 놓인 기업 리스트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곳이 바로 코오롱그룹이다. 작년 미국 듀폰사와 진행 중인 소송에서 미국 법원으로부터 1조원의 벌금을 선고받고 항소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처럼 그룹 전체가 불리한 위치에 놓여있지만 일각에서는 상시적인 구조조정 노력과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아 1,800억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을 발행해 치명적 위기는 모면했다는 시각도 있다. 코오롱그룹의 앞날은 과연 어떨 지 들여다본다.

▲ 코오롱 그룹은 MB정권 시절, 특혜 시비는 물론 비자금 문제 등에 얽혀 현재 곤욕을 치루고 있다. 사진은 민주노총이 지난해 ‘코오롱 그룹 불법정치자금 수수 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모습 ⓒ뉴시스

코오롱글로벌 올해 1/4분기 기준 부채비율 491.3%
코오롱인더스트리, 美듀폰사 1조원 소송 승소가능성↓
MB정권 때 특혜 시비·비자금 문제 등에 얽혀 ‘곤욕’

최근 유동성 및 재무건전성 차원에서 ‘큰일’이 날 가능성이 있는 기업이 몇 군데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웅진그룹·STX그룹·동양그룹은 단순히 소문 차원으로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이 때문에 재계와 증권가에서는 “나머지 소문이 도는 기업들도 앞날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결국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코오롱글로벌 부채 ‘뇌관’

‘소문이 도는 우려되는 기업’ 중 하나가 코오롱그룹이다. 현재 코오롱의 위기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단순히 ‘루머’ 수준을 벗어나 있다. 코오롱은 두산그룹·동부그룹·대성그룹 등과 함께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는 기업의 단골손님으로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코오롱그룹의 재무건전성을 들여다보아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데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계열사 가운데 코오롱글로벌(구 코오롱건설)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대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재계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그룹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종합건설상사로 분류되는 코오롱글로벌은 재무건전성은 물론 기업 수익 면에서도 심상치 않은 단계에 놓여있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경제평론가는 “코오롱글로벌에서 유심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은 부채비율”이라고 강조한다.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글로벌의 올해 1/4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개별기준)은 무려 491.3%에 이른다.

이 같은 코오롱글로벌의 부채비율은 우리나라 500대 기업에 포함된 25개 주요 건설업체들 평균의 두 배를 훨씬 넘는 수치다. 문제는 이 같은 부채비율이 당분간 개선될 전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경제평론가는 “물론 코오롱글로벌의 올 2/4분기 실적은 많이 개선된 편이라 당장 급한 불은 끈 상태라고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부채가 워낙 많다보니 외부 상황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고 언제 어디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다. 즉 시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코오롱글로벌 측은 “부채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강도 높은 개선 작업을 통해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초반부터 코오롱글로벌은 부채비율을 완화시키기 위해 재무구조를 여러 방면으로 개선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 같은 개선작업 가운데에는 IT사업부문 양도·자사주 매각·하나캐피탈 지분 매각·김천에너지 지분 매각 같은 그야말로 ‘뼈를 깎는’ 초고강도 고육책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치열한 노력 덕분에 코오롱글로벌의 재무건전성은 ‘최악’의 상황에서는 벗어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오롱글로벌이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려면 무엇보다 건설 부문에서 실적이 흑자로 돌아야 한다”며 “하지만 건설업계 경기가 장기 침체 국면으로 접어든지 오래라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한 경제평론가는 “그동안 치명적인 상황을 맞은 그룹 중에는 위기가 건설계열사의 재무 악화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다. 극동건설 부실로 해체 상황을 맞은 웅진그룹이 대표적인 예”라며 “코오롱그룹도 이러한 ‘건설사의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자산 매각 등의 노력도 물론 좋지만 신성장 동력 발굴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성장동력 섬유사업 ‘급제동’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코오롱글로벌과는 양상이 다르지만 심각한 처지에 놓인 것은 마찬가지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10년 코오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조 부문이 분할되며 새롭게 설립된 회사다. 그런데 현재 코오롱인더스트리는 미국 기업 듀폰과 무려 1조원에 이르는 소송을 벌이고 있다.

현재 소송 상황은 코오롱인더스트리에게 극히 부정적이다. 듀폰 측은 “첨단 슈퍼섬유인 ‘아라미드’ 제품과 관련해 ”듀폰의 전직 직원을 영입해 전직 영업 비밀을 침해당했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듀폰은 1973년 아라미드 섬유를 ‘케블라’라는 브랜드로 상용화 하는 데 성공했는데, 2005년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이 ‘헤라크론’이라는 신제품을 내놓자 이에 반발해 2009년 소송을 전격적으로 제기했다.

지난 2011년 11월 미국 법원은 민사소송 1심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에 9억2,000만 달러(한화 약 1조140억 원)를 지급하라는 배상 판결을 내렸다. 듀폰 측은 이 같은 판결 내용을 우리나라 법원에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상황은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항소를 제기해 지난 5월 항소심 변론을 끝마치고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코오롱-듀폰의 소송 전망에 대해 “배상 금액을 조정할 가능성은 상당히 있지만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그럼에도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이번 소송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배상금액도 문제이지만 아라미드 섬유 사업이 회사 전체를 좌지우지할 중요한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아라미드 섬유는 내구성이 대단히 강해 총알도 막아낼 정도다. 또한 섭씨 500도의 고열을 견뎌내는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타이어·방탄복·자동차 브레이크 등 아라미드 섬유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엄청나게 많다. 코오롱 측이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측은 “아라미드라는 이미 20년 전 독자적으로 개발한 소재”라며 “연구에 충분한 시간을 들여온 만큼 영업비밀 유출은 없었다”고 거듭 강조해 소송의 최종 결과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MB 특혜 시비 자유롭지 못해”

이렇게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처한 난관으로 인해 코오롱그룹 전체 앞날이 극히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위험군에 속한 다른 그룹과는 달리 코오롱은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견해도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코오롱그룹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근거로 지난 9월 그룹 계열사들이 산업은행의 도움을 받아 1,800억 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한 사실을 거론한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이란 자금조달을 원하는 기업이 신규로 발행한 모든 회사채를 금융기관이 시장 실세 금리로 가장 빨리 인수하고 여기에 금융회사의 보증을 덧붙여 신용도를 높여서 발행하는 증권이다.

이 증권은 신용도가 낮아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을 위한 금융기법으로 꼽힌다.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을 발행한 코오롱그룹 계열사는 (주)코오롱·코오롱글로벌·코오롱인더스트리·코오롱글로텍·코오롱베니트 등 다섯 개사다.

재계에서는 “이를 통해 코오롱그룹이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다”며 “하지만 이렇게 단기적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그룹 전체의 재무건전성을 끌어올리도록 근본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 경제평론가는 “코오롱그룹이 눈에 뜨일 정도로 자구책 마련에 적극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그룹 전체 차원에서 재무는 물론 경영지표까지 악화된 상태다. 심지어는 ‘웅진그룹의 해체 직전 상황보다 더 안 좋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라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재계에서는 “이번에 특히 위험 요인으로 떠오른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인더스트리 둘 다 지주회사를 떠받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이들 두 회사가 위기를 겪을 경우 치명타는 그룹 전체로 번질 우려가 크다”는 견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우 그룹 전체의 해체라는 파국 상황만은 막기 위해 최소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 정도는 분리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또한 코오롱그룹은 정치와 관련된 문제도 있다. 한 경제평론가는 “CJ·효성처럼 코오롱도 일부 계열사가 MB정권 시절 특혜 시비는 물론 비자금 문제 등에 얽혀 현재 곤욕을 치루고 있다”며 “특히 최근 4대강 사업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코오롱그룹에게도 언제 불똥이 튈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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