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추행 전력으로 인해 2010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복당과 탈당을 반복하며 파문을 일으켰던 우근민 제주지사가 5일 새누리당 입당을 신청했다. 우근민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 앞서 민주당에 복당했었으나, 과거 성추행 등 전력으로 인해 공천이 어렵게 되자 복당 13일만에 다시 탈당하는 등 거센 논란을 일으켰던 바 있다.
무소속으로 제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후, 지금까지 무소속으로 남아 있던 우 지사는 이날 오전 대리인을 통해 새누리당 중앙당과 제주도당에 입당원서를 제출했다.
우 지사는 이날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한민국의 발전과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완성을 박근혜 정부와 함께 하겠다”면서 “현재 제주도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와 연계한 지역 현안사업에 주력해야 할 중요한 시기라 새누리당에 입당 신청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연합뉴스 등 일부 언론은 “앞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우 지사에게 입당 원서를 제출하면 받아주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하며,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우 지사가 새누리당에 입당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새누리당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누구보다 우 지사에 대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이 우 지사의 입당을 받아들일 경우, ‘이중 잣대’ 논란은 물론 국민적 반발도 거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 지시가 민주당에 복당했을 당시 한나라당은 민주당과 우 지사를 싸잡아 맹비난을 퍼부었다. 당시(2010년 3월9일) 조해진 대변인은 “민주당은 법원으로부터 ‘성희롱’ 확정 판결을 받은 우 전 지사를 당선 가능성만 보고 ‘묻지마’ 영입을 했다”며 “민주당은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영입을 취소하라”고 맹비난했다.
조 대변인은 “여성단체, 시민사회단체들이 민주당을 ‘성폭력 정당’이라며 분노를 쏟아내고 있는 것을 보면, 민주당의 파렴치와 도덕 역주행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같은 날 한나라당 여성의원들도 보도자료를 내고 “민주당은 성추행당이요, 선거법 위반정당임을 표방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여성의원들은 “우 전 지사가 공천을 위해 고작 반성문 한 장 달랑 쓴 것을 두고 주홍글씨 운운하며 면죄부를 준 민주당의 정체성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민주당이 성추행 당사자를 옹호하면서 여성을 기만하고 여성의 자존심을 짓밟는 반여성적 행태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5일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이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국민들이 황당해 하고 있는 것은 성범죄를 4대악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고 공약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이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며 “성범죄를 4대악으로 규정했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척결 의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이냐”고 강하게 따져 물었다.
박 대변인은 그러면서 “성추행 전력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람을 받아들이는 새누리당의 행태를 제정신으로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방미성과는 윤창중의 성범죄로 거덜 내고, 유럽순방 성과는 성추행 전력자 우근민으로 종치려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결정을 새누리당이 할 수 있냐”고 맹성토했다.
특히, 박 대변인은 “국민들은 새누리당의 우근민 지사 입당허용이 성범죄를 가장 혐오하는 여성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에게 반항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할 지경”이라며 “반항하는 게 아니라면 성추행 경력자의 새누리당 입당은 청와대의 내락을 받은 일로 대통령의 뜻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덧붙여 “새누리당의 우근민 지사 입당 결정은 국민우롱의 또 다른 공약파기이고, 정치퇴행인 만큼 즉각 입당 결정을 취소하고 국민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