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의 오랜 꿈인 ‘계열분리’는 과연 물거품이 될 것인가. 한진해운이 ㈜한진 석태수 대표를 신임사장으로 내정했다. 석태수 대표는 조양호 회장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이 사실상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체제로 돌입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진해운은 사의를 표한 김영민 사장 후임으로 석태수 대표를 내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한항공과 한진에서 쌓은 물류산업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우수한 경영실적을 높이 평가했다”는 설명이다. 석태수 대표는 내년 3월 이사회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석태수 대표 선임’과 관련 조양호 회장의 영향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태수 대표가 조양호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인물로 알려진 탓이다. 석태수 대표는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대한항공 경영기획실장과 미주지역 본부장을 지냈고 2008년 3월부터 한진 대표직을 수행해왔다. 특히 지난 8월 지주회사 한진칼홀딩스의 대표직도 맡았다.
앞서 한진해운은 지난달 30일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대한항공으로부터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38.08%(4570만7519주) 중 15.36%(1920만6146주)를 담보로 1500억원을 지원받았다. 지원기간은 1년이다. 문제는 돈을 갚지 못하면 담보로 제공된 한진해운 지분이 대한항공에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양측 지분격차는 21.53%(한진해운) 대 15.36%(대한항공)로 좁혀져 최은영 회장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특히 이달초 대한항공이 진행한 한진해운 실사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추가지원까지 검토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내년 예정된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적극 참여하는 등 지분확대에 나선다면 계열분리가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 실질적으로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해운 경영권을 넘기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편 2008년부터 한진해운 경영을 맡아온 최은영 회장은 2009년 회사를 소지주회사 ‘한진해운홀딩스’와 해운사업 부문 ‘한진해운’으로 분할했고, 당시 본인과 자녀들이 보유하고 있던 한진해운 외 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각하는 등 계열분리를 추진해왔다. 조양호 회장은 최은영 회장의 독립경영은 인정하면서도 계열분리 추진에 대해서는 불편한 기색을 비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