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인한 아동학대, 이제 관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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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특례법' 급물살…최대 무기징역

2013년에는 10세 이하 아이들이 계모에게 학대당한 끝에 죽음을 맞이한 일이 수 차례 벌어졌다. 울산에서는 8세 여아가 계모에게 폭행당해 숨졌고, 서울에선 8세 남아가 골프채와 안마기 등으로 맞은 채 방치돼 끝내 숨을 거뒀다. 또, 한 10세 여아는 강제로 ‘소금밥’을 먹은 끝에 전해질 이상으로 세상을 등졌다. 이 아이들의 공통점은 죽음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학대를 받아 왔다는 것이다.

갈비뼈 16개 부러진 채 숨진 아이…범인은 엄마
안마기로 폭행…혼자 남겨진 채 쓸쓸히 숨 거둬
소금밥과 대변 억지로 먹은 아이는 ‘전해질 이상’
‘특례법’ 발효 시 가해자에 최대 ‘무기징역’ 선고

지난 10월 8살 이모 양의 시신이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에 위치한 자택 욕조에서 발견됐다. 신고자는 계모 박모(40)씨 였다. 박 씨는 경찰에 “아이가 목욕탕 욕조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 응급구조대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거실에서 아이의 치아와 혈흔을 발견했고, 디지털 감식 결과 박씨가 컴퓨터로 ‘멍을 지우는 방법’을 검색한 사실을 밝혀냈다. 박씨는 실제로 멍 자국을 없애기 위해 사망한 아이를 뜨거운 물을 채운 욕조에 담갔다.

▲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은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을 촉구했다. ⓒ뉴시스

자식 학대한 ‘잔혹한 계모들’

경찰의 부검 결과 이 양은 계모 박모(40) 씨가 옆구리를 폭행해 갈비뼈 24개 중 16개가 골절된 상태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이 양의 엉덩이 근육은 잦은 폭행으로 소멸돼 섬유화가 진행되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4일 울산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박 씨는 이 양이 유치원에 다니던 2011년부터 폭행을 시작했다. 2012년 5월에는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집에서 이양이 30분가량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허벅지 부위를 수차례 발로 차 뼈가 부러지는 전치 10주의 부상을 입혔다. 같은 해 10월 31일에는 이양에게 벌을 준 문제로 남편과 말다툼을 한 뒤 남편이 집을 나간 틈을 타 이양을 욕실로 끌고 가 손과 발에 뜨거운 물을 뿌려 2도 화상을 입혔다.

결국 박씨는 지난달 24일 오전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딸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려 숨지게 했다. 폭행의 이유는 이 날 아침 2000여 원을 가져갔는데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엔 8살 남아가 안마기에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계모 권모(33)씨는 서울 은평구 자택에서 병원에 다녀온 새 엄마에게 몸이 괜찮은지 묻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마기로 아들 나모(8) 군을 마구 때렸다.

나 군은 이후 혼자 집에 남겨져 피하출혈 등으로 인한 쇼크로 인해 숨을 거뒀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 부부는 평소에도 훈육을 빙자해 나 군을 학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안마기는 물론이고 골프채까지 이용해 폭행하거나 집 밖이나 베란다에 세워두고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등 가혹행위도 일삼았다.

아버지 나모(35)씨는 지난 2010년 아내와 이혼한 뒤 지난해 권 씨와 동거를 하면서 전처와 함께 살고 있던 아들을 데려와 키웠다. 그러나 아들이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부모의 기대와 맞지 않는 행동을 일삼자 훈육을 빙자해 학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하면 한 계모는 의붓딸에게 강제로 소금밥을 먹여 죽게 했다.

정모(10) 양은 지난해 8월 소금중독으로 인한 전해질 이상으로 숨졌다.

아버지 정모(42) 씨와 재혼한 계모 양모(51) 씨는 정 양과 오빠 정모 군의 양육을 맡아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상습적으로 남매를 폭행했다.

뿐만 아니라 양 씨는 지난해 7월부터 1주일에 3번, 남매에게 다량의 소금을 넣은 소금밥을 억지로 먹였다. 그 과정에서 정 양이 구토를 하면 토사물을 먹게 하고, 음식물 쓰레기나 대변도 먹도록 강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 씨의 범행은 정 양이 죽은 후 진행한 경찰 조사에서 오빠 정 군의 진술로 인해 드러났다.

형벌 최대치, ‘징역 10년’

이 계모들에게 내려진 형벌은 최대 징역 10년형이었다.

이 양의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박 씨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후 지난 17일 첫 공판이 진행된 상태다. 17일 재판에서 피고인 박씨는 이 양에 대한 학대 사실 4건과 이로 인해 죽음에 이르게 된 사실 등은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살인의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살해 의도는 없었다는 것이다.

▲ 8세 여아 이모 양은 계모 박모(40)씨의 폭행으로 결국 숨을 거뒀다. 사진은 박 씨의 폭행으로 부러진 이 양의 허벅지 뼈 ⓒ울주경찰서

이에 검찰은 살해의도의 고의성을 뒷받침할 1560페이지 분량의 증거자료를 재판부에 전달했다. 다음 재판은 1월 7일 재개된다.

재판부는 “살인에 있어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와 피고인에 대한 적정 양형 수준이 재판의 관건이 될 것”이라며 “검찰과 변호인 측은 고의성 여부에 대한 입증을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마기로 아이를 폭행한 혐의(학대치사 등)로 기소된 권 씨에게는 지난 달 21일 징역 8년이 선고됐다. 친아버지 나 씨에게는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부모로서 자녀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반대로 학대를 하는 반인륜적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소금밥을 먹이는 등 아이를 학대해 사망케 한 혐의(학대치사)로 기소된 양 씨에게는 징역 10년이 내려졌다.

지난달 21일 재판부는 “3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양씨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정양과 정군을 학대하는 등 죄질이 무겁다”며 “그런데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1심에서도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어진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원심을 유지했다.

“처벌 강화하라” 목소리 높아

이처럼 잇단 아동학대로 사회적 논란이 이는 가운데,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 수위 강화를 위해 어머니들이 나섰다.

▲ 지난 7일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 ‘아동학대 특례법’ 통과를 촉구하는 청원이 올라왔다. 이 청원은 4일 만에 7400명이 넘는 서명을 이끌어냈고, 서명 목표 1만 명을 순식간에 채웠다. 사진 / 아고라 캡처 화면

아동학대에 분개한 어머니들이 모여 만든 인터넷 카페 ‘하늘로 소풍 간 아이를 위한 모임’은 개설된 지 한 달 만에 회원 수 1만 명을 돌파했다. 이 카페는 다음 ‘아고라’에 청원을 올려 아동학대자들의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12월 7일 발의된 이 청원은 4일 만에 7400명이 넘는 서명을 이끌어냈고, 서명 목표 1만 명을 순식간에 채웠다.

이 카페 대표 공혜정(45‧여)씨는 11일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동학대 특례법을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공 씨는 “아동학대의 가장 강력한 예방은 강한 처벌에서 시작된다. 아동에 대한 학대는 가정 내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인 문제임을,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님을 인식해야만 할 것”이라며 아동학대 관련자에 대한 강력한 가중 처벌을 요구했다.

이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인 특례법에는 아동학대범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 있지만 통과되지 않고 있다”며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와야 통과시킬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학대범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이 급물살을 탔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은 지난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9월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1년3개월 만에 일부 조항에 법무부의 대안이 반영돼 의결됐다.

이 법안은 오는 30일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된다.

이 특례법이 발효되면 아동학대범죄 행위자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처해지게 된다. 또 아동학대 행위자의 친권도 박탈된다.

이 특례법안은 아동학대범죄 행위자가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학대행위로 인해 아동의 생명에 위험이 발생하거나, 해당 아동이 불구 또는 난치의 질병을 얻게 될 경우 3년 이상의 징역형이 부과된다. 특히 상습적 아동학대범에 대해선 2분의 1까지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이와 함께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아동 또는 보호자를 상대로 합의를 강요한 경우 7년 이하의 유기징역형에 처해진다.

특례법에 따르면 가정위탁지원센터 및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인지하면 의무적으로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특례법은 아동학대행위자가 피해아동의 친권자나 후견인인 경우 수사검사로 하여금 법원에 친권상실선고 및 후견인 변경 결정을 청구하도록 했으며, 판사는 친권 및 후견인 권한의 제한 또는 정지 등의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판사로 하여금 피해아동 보호를 위해 100m이내 접근 금지 등의 임시조치와 함께 학대행위자에 대한 퇴거 등의 격리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특례법이기 때문에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다른 법률에 우선해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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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3-12-29 22:41:25
불쌍한 아이들..

진달래 2013-12-29 14:56:47
너무나 터무니없는 이유로 아이들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하고선 징역 10년..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함

이진철 2013-12-29 12:10:59
쥑일 넘들.. 아를 어데 때릴 데 있다고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