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의 비상장계열사 공덕개발이 최근 단행한 유상감자가 논란이다. 공덕개발은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이 지분전량을 보유한 회사다. 따라서 이번 유상감자로 마련된 수백억원대 현금은 조 회장 부자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보상가액 책정규모와 관련 ‘총수일가 잇속 챙기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공덕개발 재무상황을 감안하면 과다한 수준이라는 이유에서다. 여기다 과거 유상감자 사례 대부분이 시장에서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까지 더해지며 부정적 시각은 가중되는 모양새다. 공덕개발 유상감자를 놓고 안팎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담았다.

20년간 차명소유…일감몰아주기 지목도
주당 56만원 일각에선 “과대평가” 지적
조석래 회장과 장남 조현준 사장이 지분전량을 보유한 효성그룹 계열사 공덕개발이 최근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보상가액 책정규모가 500억원대로 자본총액(158억원)의 3배를 넘어서는 등 석연치 않은 거래라는 지적이 많다. 유상감자는 기업이 주식수와 자본을 줄이면서 발생한 돈을 주주들에게 지분비율에 따라 지급하는 것이다.
보상가, 액면가 100배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공덕개발은 1월 20일 보통주 9만2000주(57.5%)를 유상감자하기로 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보상가액은 주당 56만710원(액면가 5000원)씩, 총 515억850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 돈은 지분전량을 보유한 조 회장(지분 75%)과 조 사장(25%)에게 지급되게 된다.
공덕개발 측은 “회사제반 경영상 필요에 따른 감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덕개발의 재무상황 등을 감안할 때 주당가격이 과도하게 책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공덕개발은 효성그룹이 입주한 서울 마포 효성빌딩을 소유·관리하는 비상장사로 규모가 크지는 않은 곳이다. 조석래 회장이 지난 20년간 차명으로 소유해오다 지난해 자진 신고하면서 그룹에 편입됐다.
2012년 공덕개발 매출은 65억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88%(57억원)가 효성, 노틸러스효성 등 계열사에서 거둬들인 매출이었다. 또 공덕개발의 영업이익은 30억원이고 자본총액은 158억원(자본금 8억원)이다. 이번 유상감자를 통해 공덕개발은 자본총액의 3배가 넘는 현금을 조 회장 부자에게 돌려주게 되는 것이다. 주당가격 책정규모에 대한 의문과 함께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데 대한 자본잠식 우려도 제기됐다.
효성 측은 이와 관련 다수언론에 “주당가격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적정하게 책정됐다”며 “공덕개발이 소유한 효성빌딩의 장부상 가치만 현재 1000억원 이상으로 자본잠식 우려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공덕개발이 소유한 건물을 통한 담보대출이 이뤄지더라도 결국 알짜계열사인 공덕개발의 부채비율은 크게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업계는 관측했다.
공덕개발의 유상감자는 조 회장의 국세청 추징금 납부와 연관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 10월 서울지방국세청은 효성그룹에 3650여억원 법인세를 추징했고 조 회장에게 1100여억원 양도소득세와 증여세를 부과했다. 조 회장은 본인이 소유한 ㈜효성 주식 1100여억원치를 국세청과 한국증권금융에 담보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납부를 대신했었다.
공덕개발의 또다른 주주 조 사장이 가져가게 될 현금의 용처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효성그룹 후계구도와 결부시켜 ㈜효성 지분매입에 쓰이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효성그룹 후계구도는 차남 조현문 변호사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장남-삼남(조현상 부사장)간 대결로 압축된 상황이다. 조 사장과 조 부사장의 지분율은 각각 9.85%, 9.06%로 비슷하다. 지난달에만 조 사장이 ㈜효성 주식 7만8577주(약 52억원), 조 부사장이 2만5145주(약 17억원)를 사들이는 등 이들간 지분경쟁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전 유상감자 사례는?
한편 공덕개발 유상감자 결정과 관련 부정적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건 유상감자의 특성 때문도 있다. 유상감자를 실시하면 회사는 자본이 줄어 부실화될 우려가 있지만 대주주를 지롯해 주주들은 지분율 변화없이 현금을 얻을 수 있다. 경영권도 유지된다. 이 때문에 유상감자는 도덕성 및 불법성 논란을 자주 일으켰다. 대주주의 '먹튀' 도구라는 주장이 나온 것도 이 과정에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론스타다. 론스타는 2003년 1700억원을 들여 극동건설을 인수한 뒤 유상감자를 두 차례(2003년·2004년) 실시해 총 1525억원을 챙겼다. 유상감자와 함께 고배당도 실시했다. 그 결과 론스타는 극동건설 인수 3년만에 2220억원을 회수할 수 있었다. 여기다 2007년 극동건설을 웅진그룹에 매각하며 받은 6600억원까지 포함하면 론스타의 투자차익은 막대했다.
BIH(브릿지인베스트먼트홀딩스) 사태도 있다. BIH는 최근 유상감자 결의로 극심한 노사갈등을 보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전신 브릿지증권의 대주주였다. BIH는 대유증권과 일은증권을 2200억원에 인수한 뒤 2002년 두 회사를 합병해 브릿지증권을 설립했다. 이후 고배당(250억원)과 유상감자(1725억원)를 실시해 7년간 3225억원을 회수했다. 회사는 청산위기까지 내몰리다 2005년 골든브릿지·ESOP(종업원지주제) 컨소시엄에 의해 존속됐다.
증권가 한 전문가는 "과거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유상감자가 대주주의 부실경영 책임회피 및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인식이 많다"고 말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도 지난 5월 '유상감자의 불법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실무적으로 볼 때 불법적 목적이 아니라면 유상감자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나오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