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 정상화의 길…복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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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조선 추가부실·다롄조선소 청산위기

2001년 출범한 STX그룹은 ‘해운-조선’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와 M&A 추진 등을 통해 재계 12위까지 급성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운-조선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STX그룹의 위기가 가시화됐고 지난해초 STX그룹은 ‘사실상 공중분해’라는 비극을 맞았다. 일단 STX엔진, STX중공업 등 계열사 상당수는 경영정상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하지만 주력사인 STX조선해양의 경영정상화 작업은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STX조선의 막대한 추가부실이 드러난데다 자회사인 STX다롄 조선소도 청산위기에 놓여있어서다.

▲ 한 때 재계 12위까지 올랐던 STX그룹은 지난해 사실상 공중분해됐다. ⓒ뉴시스

채권단 지원규모 총 4조5000억원 추산
“3조원 투입 다롄조선소 중국에 헌납”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왔다. ‘핵심사업인 조선만 살린다’는 채권단의 방침에 따라 STX조선을 주축으로 하는 경영정상화 절차에 돌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STX조선 최대주주는 ㈜STX에서 KDB산업은행으로 바뀌었다. 대표이사도 강덕수 회장이 해임된 뒤 ‘류정형-정성립’ 각자 대표체제가 됐다.

이후 STX조선은 지난해 10월 임원 40% 감축을 시작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11월에는 서울사무소를 경남 진해로 옮겼고 12월에는 진해 본사와 서울사무소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립 사장도 취임직후 “수익성이 떨어지는 악성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면밀히 수익성 검토를 거친 신규수주를 통해 생산흐름을 안정화 시키겠다”며 경영정상화 의지를 다졌었다.

주력사가 골칫거리로?

그러나 이 같은 노력에도 STX조선의 경영정상화 길은 순탄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채권단 실사결과 1조8000억원의 추가부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STX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단 지원규모는 추가부실까지 포함해 총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채권단 실사결과에 따르면 STX조선은 선수금 확보를 위해 지을 능력이 없는데 선박을 수주했거나 선박을 지어도 손실이 나는데도 수주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STX조선은 금융회사들에게 선수금환급보증을 끊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장부를 실제보다 좋게 꾸미기도 했다. 부실요인을 반영해 다시 재무제표를 작성한 결과 지난해 1~9월 STX조선 실적은 매출이 1조2700억원이었음에도 영업손실과 순손실이 각각 1조1900억원, 3조2400억원에 달했다.

당시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STX조선의 회생 가능성이 분명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채권단은 STX조선에 추가 지원하는 것을 탐탐치 않게 여긴다”며 “STX의 부실이 계속 드러나면서 언제까지 자금을 쏟아 부어야 하느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진 STX조선 추가부실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여부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원이 중단될 경우 STX조선이 법정관리 혹은 파산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STX다롄 채권단협의회가 지난달 12일 ‘3조원 대한민국 국부유출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중국 STX다롄 조선소 문제도 있다. 다롄조선소는 2007년 STX그룹이 3조원 이상을 투자해 설립했으나 그룹 자금난으로 지난해 3월부터 조업이 중단됐다. STX다롄 채권단협의회에 따르면 다롄조선소에 부품과 자재를 납품해온 현지 협력업체들이 지급받지 못한 대금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다롄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임금과 납품대금 등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지 않은데 따른 현지인들의 반한감정도 급격히 커졌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지난달 청와대에 다롄조선소를 재가동해달라는 민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채권단과 중국 채권단은 STX다롄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사실상 STX다롄 청산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TX다롄의 각종 자산들이 경매절차를 거쳐 중국 업체들에 헐값으로 넘어가고 이 과정에서 유입된 돈도 우선변제권이 있는 채권상환에 쓰이는 수순이 예상된다. STX다롄 채권단협의회 등에서 3조원짜리 조선소를 중국에 고스란히 바치고 나오는 것이라며 “국부유출”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STX다롄 조선해양부문 이강식 총괄부회장도 지난 1일 서울경제신문에 “시간은 중국 편이다. 이대로 가면 3조원 넘게 쏟아 부은 STX다롄 조선소를 통째로 중국에 헌납할 수밖에 없다”며 “산은이 주주로서 유한책임만 지지 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면 중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일부 계열사라도 쪼개서 팔아야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이나 산업은행은 아무런 대책 없이 시간만 끌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산은이 STX다롄 처리와 관련 취해온 태도에 대해서도 “국책은행답지 못하다”며 국책은행이라면 STX다롄을 원만하게 해결해 현지 한국 협력업체와 근로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데 일절 보이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가치 있는 일부 계열사는 분할매각 등에 나서는 것도 방법”이라며 “STX다롄의 한국 협력업체에 밀린 채권과 직원 급여라도 해결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한편 STX조선을 제외한 다른 계열사들은 비교적 경영정상화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STX팬오션과 STX건설은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고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특히 STX팬오션은 최근 사명을 ‘팬오션’으로 바꾸고, 회사 이미지(CI)도 바꿔 새 출발을 알린 상태다. STX엔진과 STX중공업은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경영정상화를 추진 중이며 STX에너지는 일본 재무투자자(FI)인 오릭스코퍼레이션에 매각됐다가 최근 GS-LG 컨소시엄이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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