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재출연 약속 이행여부와 관련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명암이 갈렸다.
지난 7일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이 보유 중이던 이노션 지분 10%(18만주)를 비영리법인인 현대차정몽구재단에 증여함으로써 사재출연 약속을 모두 이행했다. 정 회장은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재판 당시 ‘2013년까지 8400억원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 회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네 차례에 걸쳐 6500억원 상당의 현대글로비스 주식(439만6900주)을 재단에 기부했다. 지난해에는 두 차례에 걸쳐 2000억원 상당 이노션 주식(36만주)을 재단에 증여해 총 8500억원 사재출연을 마무리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은 사재출연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수사 당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대해 실명전환과 함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며 사재출연 약속을 했다.
이 과정에서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더라도 남는 금액은 1조원 이상인 것으로 추산됐다. 즉 이 회장은 1조원 사재출연 약속을 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6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이 회장이 사재출연을 하겠다는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정 회장과 이 회장이 거액의 개인재산을 스스로 출연하겠다고 결심한 것을 선한 동기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그 배경이 어떻든 사재출연 약속을 모두 이행한 정 회장과 6년 가까이 감감무소식인 이 회장의 행보는 너무나도 대비된다”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