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 약속한 재계총수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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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갈린 이건희-정몽구…위기마다 ‘구원투수’ 김준기

최근 한 시민단체에서는 사재출연 이행여부와 관련 “재계 1, 2위 그룹 총수의 상반된 두 얼굴”이라며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을 비교했다. 정몽구 회장은 사재출연 약속을 이행했는데 이건희 회장은 감감무소식이라는 지적이었다. 두 사람 이외 재계에서 사재출연 약속을 한 총수는 누구인지 궁금증이 유발됐다. 그들의 약속은 잘 지켜졌는지도 말이다.

‘시간 흘렀다’…이행 결과는?

▲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왼쪽)과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사진 이주현 기자)이 사재출연 약속 이행여부와 관련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사재출연 약속을 지킨 대표사례로는 현대차 정몽구 회장이 꼽힌다.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이노션 보유지분 10%(18만주)를 비영리법인인 현대차정몽구재단에 증여함으로써 사재출연 약속을 모두 이행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7월 보유 중인 이노션 지분전량(20%)을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는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재판과정에서 밝힌 ‘8400억원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정 회장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현대글로비스 주식 439만6900주와 이노션 주식 36만주를 재단에 증여해 총 8500억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사재출연 약속을 반만 지킨 사례다. 삼성은 2006년 X파일 사건, 에버랜드 편법증여 논란 등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하며 총수일가 사재 8000억원을 사회 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회장 등은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현 삼성꿈장학재단)과 한국장학재단에 삼성에버랜드 지분 4.12%, 4.25%를 각각 기부했다. 하지만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약속한 사재출연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삼성은 당시 “조세포탈이 문제가 된 차명계좌에 대해 실명전환과 함께 누락된 세금을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 않고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세금과 벌금을 납부하더라도 1조원 이상이 남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추가 사재출연 약속은 이행되지 않은 상태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사재출연 약속은 지켰지만 이행시기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경우다. 1998년 최 회장은 시민단체로부터 대한텔레콤(현 SKC&C) 저가매입 의혹이 제기되자 보유지분 30%를 SK텔레콤에 증여했다. 2002년 JP모건과의 옵션계약으로 1060억원 손실을 본 SK증권에 SKC&C와 SK증권 주식 등 400억원 상당의 사재를 출연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대규모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지면서 촉발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태’와 관련 SK네트웍스 정상화를 위해 워커힐 주식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최 회장은 시민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속출한 뒤인 2007년에서야 보유 중인 1200억원 상당의 워커힐 지분전량(40.69%)을 출연했다.

최근 ‘사재출연 약속’?

요즘에도 많은 총수들이 사재출연을 약속했다. 우선 LIG그룹 구자원 회장과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의 경우다. 두 사람은 사기성 기업어음(CP) 등 발행의혹이라는 비슷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약속이행과 관련해서는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 사기성 CP 발행 의혹을 받는 LIG그룹 구자원 회장(왼쪽·사진 뉴시스)과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사진 유용준 기자)은 사재출연 약속 이행과 관련 정반대 태도로 비교되고 있다.

LIG그룹 구자원 회장은 지난해 11월 LIG건설 CP 피해자에 대한 보상자금 마련을 위해 총수일가가 보유 중인 LIG손해보험 지분전량(20.96%)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구 회장은 사기성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2100억원 피해를 입힌 혐의로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 된 상태였다. 앞서 구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는 사재출연을 통해 730억원 규모 피해보상을 실시하기도 했다. LIG그룹에 따르면 총수일가 사재출연 등으로 지난달 19일까지 피해액 중 97%(1956억원)가 보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일련의 발표가 항소심(지난달 24일)을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 선처를 위한 취지로 해석됐으나 사태에 대한 책임의식은 높게 평가됐다.

사기성 CP·회사채 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동양그룹 현재현 회장도 지난해 10월 국회 금융위원회 국감에서 피해자 보상을 위한 사재출연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이후 구체적인 방안을 밝히지 않았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구자원 회장의 LIG손보 지분전량 매각결정과 관련 “국정감사에서 현 회장이 사재출연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안다”며 “보고 느끼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 회장은 고액연봉 논란에도 휩싸여 비난여론을 가중시켰다. 현재 현 회장은 오는 13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구속여부는 이날 결정된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은 기업이 위기에 놓일 때마다 사재출연을 약속한 사례다. 동부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에 시달리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고강도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 등 알짜계열사를 매각해 3조원 규모 자금을 마련,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한다는 복안이었다. 여기에는 김 회장의 1000억원 사재출연 계획도 포함됐다. 김 회장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계열사 보유주식 일부를 처분해 마련한 자금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2009년에도 사재 3500억원을 들여 동부하이텍이 보유하고 있던 동부메탈 지분 50%를 인수한 바 있다. 동부하이텍이 자금난 극복을 위해 동부메탈 지분을 팔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자 직접 사들인 것이었다.

LS그룹 구자열 회장도 최근 자회사 JS전선의 원전비리 논란과 관련 사재출연을 약속했다. JS전선은 지난해 5월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 신고리 1·2호기에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불량부품을 공급한 것이 드러났다. 이후 LS그룹은 JS전선 정리계획을 밝히면서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대주주들이 사재를 출연해 주식전량을 주당 6200원에 공개 매수하겠다”고 했다. 구 회장 67억원, 구자홍 LS미래원 회장 50억원 등 총수일가가 출연하는 돈은 총 212억원이다. 하지만 소액주주 일부에서 JS전선의 기업가치와 과거 주가를 고려할 때 제시된 공개매수가가 터무니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하는 등 잡음도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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