쉰들러-현대증권 노조, 현대엘리베이터 옥죄기
쉰들러-현대증권 노조, 현대엘리베이터 옥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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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주주대표 소송제기…현대엘리 노조 입장은?
 

지난주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며칠 전엔 쉰들러홀딩아게(AG)가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이들이 지적한 문제는 비슷하다. 바로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이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맺은 파생상품 계약손실을 사측에 물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소송제기 불과 4일 차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지난 14일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을 상대로 68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현대증권 노조 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확정손실액이 680억원으로 추산돼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현대증권 노조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0.1%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증권이 제기한 ‘주주대표 소송’은 주주가 이사진의 회사에 대한 책임을 추궁하기 위한 취지로 상법상 소액주주의 권리다. 상장사의 경우 ‘발행주식의 0.01% 이상을 확보한 주주’가 이사진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소를 서면으로 회사에 청구한 뒤 30일 내 회사가 이들에 대한 소를 제기하지 않으면 직접 소를 제기할 수 있다.

흥미로운 건 현대증권 노조에 앞서 쉰들러홀딩아게(AG)가 지난 10일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을 상대로 7180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 소송(주주대표 소송)을 냈다는 점이다. 양측이 현대엘리베이터를 상대로 지적한 사항과 시기가 비슷한데다 손해배상청구 소송형식이 동일해 관심이 배가된다.

쉰들러 측 대리인에 따르면 쉰들러는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체결한 파생상품 계약에 따른 손해 6076억여원 △현대상선 회사채 차환발행과 관련 KDB산업은행에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담보제공에 따른 손해 1057억여원 등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이 총 7180억원을 보상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30.9%를 소유한 2대주주다.

이와 관련 쉰들러 측 대리인은 16일 시사포커스에 “파생상품 계약과 회사채 차환발행 등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사업목적과 무관하며 현대그룹 경영진이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권을 유지하기 위해 맺은 계약”이라면서 “이는 현대엘리베이터 이사진이 이사로서의 선관주의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이번 소송은 이사진이 사재를 털어서라도 쉰들러가 아닌 회사에 보상하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양측이 비슷한 시기, 비슷한 내용으로 동일한 형식의 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 사전협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쉰들러 측 대리인은 16일 시사포커스에 “사전협의는 전혀 아니다”라며 “파생상품 계약이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하니 현대증권 노조도 소액주주로서 참여한 것 아니겠느냐”고 전면 부인했다. 현대증권 노조 측도 언론에 이번 소송은 쉰들러와 무관하게 진행되는 것임을 밝혔었다.

손실여파 요동…현대엘리 노조는?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현대상선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금융회사와 ‘우호세력이 돼주는 조건으로 연 6.15~7.15% 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파생상품 계약을 체결했었다. 만기 때 현대상선 주가가 금융회사의 주식 매입가보다 낮으면 현대엘리베이터가 차액을 보존해주겠다는 옵션도 붙였다. 즉 현대상선 주가가 떨어질 경우 현대엘리베이터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구조다.

문제는 현대상선이 해운업황 침체로 주가부진을 겪으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재무악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9월 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파생상품 평가손실 영향을 받아 당기순손실이 1683억원에 달했다. 신용등급도 지난달 30일 A-(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의 영업실적 악화 및 주가하락은 동사의 지분법 손익 및 파생상품 관련손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7일에는 교보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파생상품 계약연장을 거부하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들에게 약 170억원의 현금정산도 해야 할 처지에도 놓이게 됐다. 계약을 체결한 1년 전보다 현대상선 주가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계약내용이 유리함에도 쉰들러, 현대증권 노조가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는 등 불안전성이 크다고 판단해 계약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파생상품 계약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 규모가 축소된데 대해서도 영향을 끼쳤다. 당초 2175억원에서 1941억원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는 파생상품 계약손실에 따른 주가하락으로 주당 모집가액이 3만6250원에서 3만2350원으로 떨어지면서다. 최근 1년간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는데 지난해 초 13만1500원까지 찍었다가 21일 종가기준 4만5500원으로 떨어졌다.

그렇다면 현대엘리베이터 노조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손실로 인해 빚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어떤 입장일까. 현대엘리베이터 우리사주조합의 지분율은 8.5%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 노조는 지난 8일 쉰들러와 관련 성명을 내고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쉰들러의 부당한 인수합병을 반대한다”며 “쉰들러가 현대엘리베이터를 집어삼킬 경우 국내 승강기시장과 원천기술은 모두 잠식당할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노조 관계자는 쉰들러와 현대증권 노조의 손해배상 소송과 관련 16일 시사포커스에 “쉰들러는 그전부터 계속해서 주식을 사들이고 소송을 걸어 노조에서 처음으로 입장을 표명한 것이고 현대증권 노조(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한 논의는 아직 하지 않았다.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손실에 대한 노조의 입장에 대해서도 “집안일을 밖에 얘기할 수가 없다”면서 “주가가 떨어진 건 맞지만 여러 문제를 잘 풀어나가면 주가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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