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천억원대 세금을 탈루하고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효성그룹 조석래(79)회장이 법정에서 “경영 상 필요했던 일”이라며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다.
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부장판사 김종호)에서 열린 조 회장과 조현준 사장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 회장 측은 조세포탈‧배임 혐의 모두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조세포탈 부분으로 기소된 부분은 과거 정부정책 때문에 누적된 부실을 해결하고 차명주식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며 "조세를 포탈할 의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배임 혐의와 관련해서는 “누적된 회사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경영상 필요한 일”이라며 “개인이익을 위해서 했던 일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은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조 회장 개인의 것으로 보고 개인범죄로 주장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효성의 필요에 따라 설립된 효성 소유의 법인이지 개인 소유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조 사장 측 변호인 역시 “공소사실에 나타나 있는 거래관계를 맞지만 조세포탈에 해당된다는 점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후 재판부는 조 회장 측 변호인이 조 사장의 건강 상태 상 장시간 재판이 힘들다는 점을 고려 해달라고 요청하자 6주 뒤(2월 17일)에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의 건강상태에 무리가 없도록 의료진과 협의해 적절한 공판 기일의 빈도나 시간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또 재판부는 변호인 측에 △공소사실 인정 여부를 구체적으로 밝혀줄 것 △쟁점이 된 간접사실에 대한 입장, 개개의 증거에 대한 신빙성 인정 여부 등을 다음 공판준비기일까지 정리해 올 것을 요구했다.
조 회장은 지난 10여년간 8900억원의 분식회계를 벌여 법인세 1237억원을 탈루하고, 배당가능 이익이 없음에도 재무제표상 가공이익을 만들어낸 뒤 주주들에게 1270억원을 배당하는 과정에서 500억원의 배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사장은 또 임직원들과 공모해 국내외에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 명의로 수천억원대 ㈜효성 및 화학섬유 제조업체인 카프로 주식을 사고팔아 1318억원의 주식 양도차익을 얻고 소득세 268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690억원의 해외법인 자금을 빼돌린 다음 개인 빚을 청산하거나 자신의 차명회사 채무변제 등에 사용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사장은 ㈜효성 법인자금 16억원을 횡령하고 조 회장으로부터 해외 비자금 157억원을 미국과 홍콩의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증여받아 미국의 고가 부동산을 구입하는 등 70억원의 증여세를 포탈한 혐의가 적용됐다.
한편, 조 회장은 2010년 담낭암 수술 이후 추적 관찰을 해오던 미국 병원 측으로부터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고 지난 21일 출국했다. 당시 출국금지 상태였던 조 회장은 재판에 출석하는 것을 조건으로 검찰의 동의를 받아냈던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