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야 정치권이 유통산업발전법까지 제정해 거대자본으로부터 재래시장 및 소상공인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가운데, 농심 계열사인 메가마트가 이 같은 법까지 무시해가며 골목상권 죽이기에 앞장서고 있어 비난이 속출하고 있다.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대기업의 도덕적 헤이가 법까지 무색하게 만들며 유통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것이다. 메가마트의 비도덕적이고 불법적인 행태에 계열사인 농심마저 기업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에 영업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부산에서는 지난 2012년부터 일부 기초자치단체의 조례로 시행이 됐고, 지난해부터는 부산시 전역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실시되고 있다. 그런데 설 연휴를 앞두고 있던 지난달 26일, 메가마트 부산 동래점과 남천점 2곳이 의무휴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영업을 강행했다.
메가마트의 이 같은 배짱 영업에 부산시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크게 분노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지난달 29일 이와 관련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과태료 부과 외에 가능한 모든 행정조치를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부산시는 메가마트 2곳이 이날 하루 동안 올린 매출액이 무려 30~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상시보다 2배 이상 매출을 올렸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단순 계산이긴 하지만, 이날 메가마트가 의무휴일 규정만 지켰어도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은 그동안의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한 대기업의 탐욕으로 인해 상생이란 말이 무색해져 버린 것이다. 메가마트에게 있어서 ‘상생발전’은 휴지조각보다 못했던 셈이다.
◆“농심제품 불매운동 벌여나가겠다”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영업일 하루를 지키지 않았을 뿐이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이 제정된 이후 첫 위반 사례이자 대기업의 탐욕에 대한 사회적 반감 정서가 강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메가마트의 불법 영업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부산시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사)한국여성소비자연합 부산센터 등 부산지역 여성단체들은 메가마트 동래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메가마트의 전국 최초 의무휴업 위반은 전통시장과의 상생은 물론 사회적 합의마저 완전히 무시하는 비도덕적 행위”라며 강한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그러면서 “정부는 대형마트가 의무휴업 규정을 어기고 영업을 강행할 경우 단 1회를 위반하더라도 영업정지를 할 수 있도록 솜방망이 유통법을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부산시상인연합회 또한 이튿날인 29일 같은 장소에서 항의집회를 가진데 이어, 설 연휴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집회 참가자를 늘려가며 대규모 규탄 집회를 벌일 계획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실정법을 위반하고 부산시와 관할 구청의 권고마저 무시한 채 벌금만 내고 장사를 하겠다는 행위는 사회적 지탄을 받아야 한다”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부산소비자연합과 주부교실, 한국부인회, YMCA-YWCA 소비자연맹, 소비생활연구원 등도 성명을 내고 “대형 할인점인 메가마트의 의무휴업 위반은 전통시장과의 상생에 대한 의지는 전혀 없고 돈에 양심과 도덕을 판 파렴치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농심그룹 차원의 대국민사과와 책임자 문책이 이뤄질 때까지 범시민적 차원에서 농심제품 불매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강하게 규탄했다.
이처럼 파문이 확산되자, 메가마트 측은 “명절 연휴 직전 휴일에 영업을 못하면 신선식품 납품업자들이 막대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절박한 심정으로 정상영업에 나섰다”고 적극 해명에 나섰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이 같은 해명조차 곱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메가마트가 불법 영업 강행 이전인 25일부터 부산시내 주요 도로에 ‘정상영업’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었었기 때문이다. ‘절박한 심정으로 영업에 나섰다’고 했지만 사실상 계획적으로 영업을 했으며, 영업을 한다는 사실까지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부 언론을 통해서는 메가마트가 24일 수차례 내부회의를 거쳐 26일 정상영업을 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게다가, 28일 부산시 관계자가 메가마트 영남지역본부가 있는 동래점을 방문해 “의무휴업 위반계획을 본사 차원에서 계획한 것 아니냐”고 묻자, 메가마트 문동춘 영남지역본부장은 “아니다. 본사 차원에서 계획한 것은 아니고 내가 총대를 멨다. 내가 사표 쓸 생각하고 나섰다. 내가 책임지겠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문 본부장 발언을 두고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그보다 계획적으로 불법 영업을 강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대목이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부산시 관계자는 “지난 24일 문 상무와의 면담 과정에서 의무휴업 위반계획을 확인한 뒤 ‘위반한다는 메가마트의 문제가 아니라 농심그룹 전체의 이미지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니 제발 위반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는 요지로 간곡하게 호소했지만 메가마트 측은 이미 확고한 계획을 세워두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과태료 6000만원으로 끝 아니다
메가마트의 이 같은 불법적 불공정 행위에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메가마트에 대해 과태료 부과를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5일 <시사포커스> 기자와 통화에서 과태료 수준에 대해 “하루 3000만원씩 해서 2곳이니 6000만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태료 부과 시점은 “지자체 결정에 따르게 될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메가마트가 불법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매출액이 30~40억원에 달한다는 예상에 비춰봤을 때, 6000만원 과태료는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처벌 수위가 이처럼 낮아, 대형마트들 사이에 ‘차라리 과태료를 물고서라도 불법 영업을 하는 게 이익’이라는 인식이 퍼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 때문에 시민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는 대형마트의 자율성을 강조할 것이 아닌, 보다 강도 높은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허남식 시장부터 메가마트에 대해 강한 비판적 시선을 가지고 있는 부산시는 단순히 과태료 솜방망이 처벌에만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산시는 식품, 가격, 자원순환, 에너지, 디자인, 건축 등 7개 분야에 걸쳐 무기한 지도점검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영업 위반 과태료를 넘어서 샅샅이 문제점들을 적발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규제들보다 더 큰 타격은 기업의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됐다는데 있다. 특히, 메가마트의 이번 사건은 계열사인 농심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농심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 자체가 그 반증이다. 설 특수 한탕을 노렸던 메가마트가 상생을 외면한데 따른 거대한 후폭풍에 직면해 있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