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2013년도 한 해 실적이 줄줄이 하락하는 등 칼바람을 맞고 있다. 당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80%까지 감소하는가 하면, 한화손해보험은 적자전환까지 겪었다. 각 손보사들은 실적 부진의 이유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된 점을 들었다. 때문에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설이 업계에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해율 자체가 부풀려져 있다며, 자동차보험료 인상의 근거로 들기에 부적합하다고 지적한다.

車보험 손해율 탓? “엄살에 불과하다”
‘악재’ 해소 못한 채 ‘TM중단’ 직격탄
작년 주요 손해보험사 6곳의 실적은 참담했다. 전년 대비 나아진 실적을 보인 손보사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흥국화재는 공시를 통해 지난 해 11월까지 누계 매출액이 1조9934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간 대비 0.3% 줄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은 3850억 원으로 25.1% 감소했고, 당기순이익은 1025억 원으로 80% 크게 줄었다. LIG손해보험은 지난해 회계연도(2013년 4월~12월) 영업이익이 20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고 24일 공시했다. 매출액은 8조45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당기순이익은 1489억 원으로 11.0% 감소했다.
27일 한화손해배상은 공시를 통해 3조135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밝혔다. 영업손실은 452억, 당기순손실은 365억 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같은 달 28일 삼성화재 역시 공시를 통해 2012년 대비 매출액이 20.3%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33.5%, 34.3% 줄었다고 밝혔다. 동부화재는 매출액 6.9%,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7.8%, 38.7%로 감소했다. 현대해상은 공시를 통해 매출액이 16.8%,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40.5%와 43.4%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우울한 실적, 이유는?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의 이유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급등한 것을 꼽는다. 높은 손해율 때문에 ‘남는 게 없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가운데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뜻한다. 사업비로 들어가는 비용 등을 감안해 보통 77%를 적정 손해율의 기준으로 삼는데, 손해율이 기준을 넘기는 것은 모두 손보사의 손실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21일 각 보험사에 따르면, 2013년도 회계연도 흥국화재는 94.2%, 한화손해보험은 93.3%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LIG손해보험은 88.5%의 손해율을, 현대해상(87.1%), 동부화재 (86.7%), 삼성화재 (84.7%) 역시 적정 손해율을 훌쩍 넘긴 것은 물론, 평균 손해율(84%)을 넘겼다. 즉, 주요 손보사 대부분이 손실을 입은 것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일 ‘2014년 보험업 전망’ 보고서에서 “자보(자동차보험)손해율 급등은 최근 손보사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부각됐다”며 “현재의 적자 구조를 방치 시 큰 후유증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손해율 개선을 위한 마땅한 대책이 없어 앞으로의 전망도 막막한 실정이다. 손보사들은 보험료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범국민적인 반대에 직면할 것이 명약관화해 쉽사리 내어놓지 못하고 있다.
보험료 인상 놓고 ‘갑론을박’ 치열
그럼에도 업계에선 보험료 인상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손보사들이 카드를 선뜻 내어놓지 못하면서 버리지도 못하고 있는 이유는 손해율을 한 번에 뒤집을 수 있는 ‘극약처방’이기 때문이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6일 <시사포커스>에 “손해율로 인한 손실을 회사가 다 떠안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 전반적으로 보험료가 올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손해율에 따라서 보험료가 인상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77%정도가 적정 손해율인데 80%는 물론이고 90%까지 육박하고 있지 않냐”며 “그에 따른 손해를 회사가 모두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질적인 개선과 대응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보험료 인상을)하는 게 사실 순리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자제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동차 보험 인상을)원하고 있지만 자동차 보험료가 물가와 직결되는 항목인 만큼 시행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같은 날 <시사포커스>에 “보험료 인상 필요성은 업계 모두가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료가 물가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만큼, 쉽사리 얘기를 꺼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융 당국도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고 있어 더욱 쉽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료를 못 올리는 것이 아니라 ‘안올리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금융당국은 손해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눈치 보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즉, 금융당국의 억제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5일 <시사포커스>에 “정책적으로나 법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자동차 보험 뿐만 아니라 보험료 관련 부분은 업계의 자율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 인상을 하지 못하는 것은 업계들끼리 눈치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세금처럼 모든 국민이 가입하다 보니까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라며 “(보험료 인상을)하게 되면 언론이나 범국민적으로 엄청난 비판이 쏟아진다”고 말했다.
더불어 “손해보험사들의 실적 발표를 보면 순익이 많이 나온다”며 “어느 상품에서 특정한 것에서 적자를 본다고 해가지고 ‘올려야 된다, 안 그러면 죽는다’는 건 설득력이 좀 떨어진다”고 말했다.
자동차 보험 손해율 자체가 부풀려졌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소비자협회 김미숙 대표는 6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인 ‘원수보험료’와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인 ‘원수보험금’을 따져야 한다”며 “이 두 가지만 놓고 보면 절대 손해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수보험금 지급률은 72.1%에 불과하다”며 “자동차보험 계약에 대한 보험금을 지급한 것 때문에 ‘적자’라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즉, 소비자로부터 보험료로 받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적다는 것이다.
이어 “다른 사업비와 앞으로 지급할 예정인 보험금 역시 (비용에)포함시키니 손해율이 높은 것처럼 나오는 것”이라며 “손보사들의 손해율 운운은 엄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보험금 인상의 근거로 손해율을 따지기 전에 청구된 보험금 총액을 투명하게 밝히는 것이 순서”라며 “자동차보험 적자를 빙자해 보험료를 인상할 명분으로 활용하고,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줄여서 보험회사 주주의 이익을 높이려고 하는 의도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TM영업 중단’에 시름 깊어져
이처럼 손해율 악재가 당장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손보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사상 초유의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로 인한 후속 조치로 금융당국이 비대면 영업을 전면 금지 시킨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금지 대상에 텔레마케팅(TM) 영업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지난 달 28일 손해보험협회가 공개한 ‘2013년 10월 손해보험통계’에 따르면, 6개 손보사의 전체 매출 중 텔레마케팅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7%다. TM 매출이 가장 높은 곳은 동부화재로 10월 말 기준 5369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TM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흥국화재로 12%에 달했다.
동부화재는 9%를 TM 영업으로 올렸다. 흥국화재는 1조3744억 원의 매출 중 2045억 원(12%)을 TM으로 올렸다. LIG손해보험은 7%를, 한화손해보험은 6%, 현대해상은 6%를 기록했다.
TM영업이 금지되면 그만큼의 손해를 각 손보사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화손해보험 관계자는 5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업계 전체적으로 매출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약 20%가량의 매출을 차지하는 부분인데, 상대적으로 TM영업 비중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2013년도를 마지막으로 불안 요소를 털어냈기 때문에, 올해부터는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이런 와중에 TM 영업 금지를 당해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TM 비중이 더 높은 동부화재 같은 곳은 영향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같은 날 동부화재 관계자도 <시사포커스>에 “(TM영업 금지로 인해) 매출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져나갈 구멍조차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이 당초 3월 말까지 TM영업을 금지한 것에서 한 발 물러났기 때문이다.
고승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4일 “TM 영업에 활용하는 고객정보의 적법성을 우선적으로 자체 점검해 최고경영자(CEO) 확약 후 영업을 재개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늦어도 17일부터는 보험사 TM영업이 가능해진다.
동부화재 관계자 역시 “17일 TM 영업이 재개되면 매출에 영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TM중단으로 인한 여파는 매출 감소에 그치지 않았다. 동부화재 관계자는 “텔레마케터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고 토로했다. 텔레마케터는 기본 급 외에도 성과에 따른 성과급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지시대로 텔레마케터들에 대한 해고는 없었다. 다만 TM영업을 하지 못한 만큼 손실은 있을 것”이라며 “그로 인한 손실을 처리할 방법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영업 중지로 인한 손실을 텔레마케터들이 모두 떠맡게 된 것이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금융회사 TM 관련 종사자는 4만7000여명이다. 이중 지난달 24일 정부의 영업제한조치로 영향을 받은 TM 종사자는 3만3000여명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