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신당’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이 안 의원의 이름을 빼고 ‘새정치신당’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지지율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하락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안철수 의원과 신당 추진 위원회는 6·4 지방선거 일정이 다가오며 ‘현실 정치’에 대한 고민이 날로 깊어가고 있다.

현재 안철수 의원이 중심이 된 새정치추진위원회가 맞닥뜨린 중대한 딜레마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는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 영입이 예상외로 부진한 상황이다. 두 번째는 ‘공당(公黨)’이냐 ‘안철수 사당(私黨)’이냐를 두고 필연적으로 일어나는 정체성 문제다.
지지율 급격한 하락 ‘비상’
이에 대해 한 정치평론가는 “사실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및 대통령 선거 기간에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 국민이 기대를 품었던 이유는 크게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평론가는 “즉 새누리당-민주당이라는 양당 구도의 정치 지형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는 깊은 실망과 염증이 ‘안철수 현상’이라는 열풍을 일으켰던 것”이라며 “안 의원은 이러한 열망에 부흥해 비록 대선 후보 단일화에는 물러났지만 결국 중앙정치 무대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그렇지만 이제 안철수 의원의 정치 세력화를 가늠할 수 있는 본격적인 첫 시험대라고 할 6·4 지방선거를 몇 달 앞두고, 안 의원은 물론 신당 창당 준비를 위한 실무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 또한 본격적인 시련을 맞이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안철수 의원 개인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신선한 매력은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효력을 다했다. 다시 말하면 ‘허니문 기간’이 끝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이제부터는 ‘공당’ 구성을 통해 기존 정당들과 제대로 경쟁할 수 있는 정치 세력을 확고하게 다져야 할 때”라는 설명이다.
한편 정계 일각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일단 기본적인 정당의 틀을 갖추어야 하는데 현재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는 인물 영입 면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다”며 “결국 최악의 경우 ‘안철수 사당화’가 될 수도 있는 상당한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안철수 의원 및 새정치추진위원회를 둘러싼 위기감은 최근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이 아닌 '새정치신당(신당명 확정 전 임시 명칭)‘으로 조사했을 경우 신당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과가 나와 정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2월 7일 한국갤럽은 2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동안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 성인 1,214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임의번호 걸기 방식을 통해 정당 지지율을 조사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8%P, 응답률 15%). 이 여론조사에서는 현재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새정치신당까지 포함시켰다.
여론조사 결과 나온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37% ▲새정치신당 25% ▲민주당 14% ▲통합진보당 2% ▲정의당 1% ▲의견 유보 21%로 나타났다. 여론조사를 통해 나온 수치로만 보면 새정치신당은 새누리당에 이어 ‘제2당’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철수 신당으로는 지방선거 불안?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하지만 수치만을 보고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신당이 안정적인 궤도로 들어섰구나’라고 판단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로 전달에 실시한 여론조사 수치와 비교해 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지난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도가 31%를 기록했다”며 “그런데 불과 한 달 사이에 신당에 대한 지지율이 6퍼센트나 하락한 결과가 나왔다”는 설명이다.
이 평론가는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첫 번째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 1월에는 ‘안철수 신당’이라는 명칭으로, 2월에는 ‘새정치신당’으로 각각 이름을 달리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이 평론가는 “즉 국민들은 어디까지나 안철수라는 이름이 상징하는 ‘가치’에 익숙할 뿐이다”라며 “안 의원의 존재가 사라진 듯 보이는 정당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처럼 쉽게 지지를 보내지는 않으려는 심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평론가는 “두 번째 이유로는 6.4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새정치신당의 창당 과정이 예상과는 달리 지지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하자 국민들이 점점 ‘현실’에 눈을 뜨게 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진단했다.
이 평론가는 “즉 새정치신당의 존재가 새누리당과는 무관하게 결국 민주당 등 야권의 지지도를 ‘깎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야권 지지자 입장에서는 결국 이러다가는 ‘야권 전멸’이라는 상상하기 두려운 상황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점차 설득력을 얻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래도 오랜 역사와 조직을 갖춘 민주당 쪽으로 시선이 가는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위 여론조사를 진행했던 한국갤럽 측도 “기존의 유력한 정치인들이 포진하고 있는 민주당과 아직 안철수 의원 외에는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는 새정치신당이 대비되는 상황이 지속되어 기존 야권 지지층이 서서히 민주당으로 결집하기 시작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위기의식을 반영하듯 최근 안철수 의원은 신당 창당 사안과 관련해 직접 창당준비위원회의 중앙운영위원장과 법적 대표를 맡는 등 신당 창당 작업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배경을 두고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월 12일 새정치추진위원회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창당준비위원회 지도체제와 관련하여 “창당준비위원회가 발족되면 최고의결기관으로 중앙운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공동위원장은 “이 창당발기인대회에서는 중앙운영위 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며 “이때 선출된 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회 신고 과정에서 법적으로 대표 역할도 맡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운영위 위원장이 안철수 의원을 가리키는 것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성식 공동위원장은 “그동안 새 정치의 중심 역할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할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기자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사실상 안 의원이 중앙운영위 위원장을 맡을 것임을 시사했다.
신당 창당 성공을 위해 부득이하게 전면에 나서?
정계에서는 “이날 김성식 공동위원장의 발언을 되짚어보면, 앞으로 내부 이견이나 안철수 의원이 적극 거부하지 않는 상황에서 오는 3월 말 창당 예정인 신당 대표도 안 의원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안철수 의원은 ‘사당 논란’을 크게 의식해 새정치추진위원회에서 공동위원장직을 맡지 않은 채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럼에도 안 의원이 부득이하게 전면에 나서기로 한 이유는 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물 영입 작업이 원활하지 못한데다 국민 지지율마저 조금씩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어 이런 교착 상태를 돌파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시사평론가는 “그동안 안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나 있었는데도 사당 논란이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우유부단해 보인다, 책임감이 부족하다’ 등 비판만 거세졌다”며 “이 때문에 안 의원은 자신이 책임을 지고 전면에 나서야 6·4 지방선거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새정치추진위원회 관계자도 “안철수 현상이 이미 국민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데 새정치신당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조정 기간이 있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신당 창당 과정에서 안 의원이 부득이하게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점을 토로했다.
다만 새정치추진위원회 입장에서는 안 의원이 전면에 나설 경우 예상되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공세를 어떻게 차단할 지가 당면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라이벌’인 민주당 측에서는 향후 안철수 의원이 신당 창당 과정에서 전면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부쩍 긴장하는 모습이다. 안철수 의원 개인이 지닌 존재감과 가치는 여전히 민주당에 비해 강력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민주당 의원들은 안철수 의원과 새정치추진위원회에 대한 견제성 발언을 ‘총공세’를 방불케 할 만큼 잇달아 하고 나서 정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야권 연대의 당위성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이자 안철수 의원과 후보 단일화를 했던 문재인 의원은 2월 12일 한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안철수 의원이 표방하는 새정치 구상에 대해 다소 혹평에 가까운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날 문재인 의원은 “안 의원은 분명히 새로운 정치를 강조하고 안 의원 존재 자체가 신선하고 새로운 면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럼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발굴 등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민주당이 해왔던 방식과 별 차이가 없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서 아직은 좀 더 지켜봐야 될 상황”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간 야권 연대 사안에 대해 문재인 의원은 “신당 창당이 된 뒤 지방선거 후보군이 정리 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며 “만약 야권 성향 지지층의 표를 분열시켜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결과가 나온다면 국민들이 아주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라며 야권 연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또한 문재인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 성사를 위해 안철수 의원을 직접 만나 중재할 각오가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면 언제든 만나 논의할 것”이라고 답변해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