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내놨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한 편이다. 시장의 기대치를 벗어나지 못한, 평이한 수준의 스마트폰이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기대감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시선들이 일제히 ‘김 샜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는 것인데, 일각에서는 갤럭시S5가 삼성전자 경영 전략 변화의 신호탄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제품군인 갤럭시S 시리즈가 ‘중저가’ 명찰을 달고 시장에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갤럭시S5 시장 반응 ‘김 샜네’…이유 있는 김빼기?
증권가 “갤럭시S5, ‘혁신’보다는 ‘가격’에 집중했다”
삼성전자 측 “앞으로도 갤럭시 시리즈는 프리미엄”
삼성전자는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삼성 모바일 언팩 2014’를 개최하고, 차세대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 S5’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IM부문 신종균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갤럭시 S5는 소비자들이 스마트폰에 기대하는 본연의 기능을 가장 충실하게 완성한 스마트폰”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야심차게 갤럭시 S5를 내놓은 것과 달리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지난 25일 키움증권 이재윤 애널리스트는 산업분석 보고서를 통해 “시장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스펙”이라며 “2분기에 갤S5가 출시된다 해도 출하량은 1800만~2천만대 수준으로 전작인 갤S4의 기록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날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이번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공개된 갤럭시S5는 메모리나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측면에서 전모델보다 개선점이 많다고 느끼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고 혹평했고, 하나대투증권의 김록호 애널리스트도 보고서를 통해 “갤S5는 기존 시리즈와의 차별화 포인트가 강하지 않고, 하드웨어적으로도 카메라 외에는 진화한 부분이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갤럭시S5, 삼성 경영 전략 변곡점?
그러나 갤럭시 S5가 삼성전자 경영 전략 변화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27일 남대종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갤럭시S5에 혁신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성의 전략이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연구원은 “삼성이 글로벌 1위에 등극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만큼,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을 사용해야 한다”며 “혁신을 통해 시장을 이끌어 가느냐, 아니면 가격 경쟁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느냐의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의 아이폰은 기술 혁신을 이뤄냈지만 최근 들어 혁신에 발목 잡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성도 마찬가지”라며 “앞으로는 물량 싸움, 원가 경쟁이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본다. 혁신이냐, 원가냐. 이것을 따져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프리미엄 시장에 쏠렸던 경쟁이 중저가 시장으로 흘러가고 있는 추세”라며 “삼성의 전략도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제로 시장에서는 갤럭시S5의 가격이 전작보다 다운되어서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 연구원은 “혁신이 아예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는 이르다. 삼성전자는 충분히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탑재를 하지 않는 이유는 원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밝혔다.
키움증권 이재윤 애널리스트 역시 같은 날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스마트폰은)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이 심화되고 하드웨어 격차가 좁혀지고 있는 추세”라며 “삼성전자가 중저가 시장으로 포커스를 맞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갤럭시S5의 스펙이 시장 기대치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 역시 중저가시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시장에서는 갤럭시S5의 가격이 80만원 대로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갤럭시S5는 ‘혁신’보다는 ‘가격’ 측면에 집중한 스마트폰이라는 얘기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에 한해선 확고한 프리미엄 정책을 펴 왔다. 가장 최근 제품인 갤럭시S4 LTE-A모델은 국내 출고가가 95만 원이었고, 갤럭시 노트 3는 106만 원이었다. 시장의 전망대로 갤럭시S5가 중저가의 가격대로 출시된다면 삼성이 최근까지 이어온 프리미엄 전략을 바꾸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 대세, ‘중저가 시장’
이같은 가운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무게추가 중저가 시장으로 기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안솔 굽타 가트너 애널리스트는 ‘시장 점유 분석 연구(Market Share Analysis)’ 보고서를 통해 “신흥국 시장에서 중저가 스마트폰의 수요가 늘면서 하이엔드 제품의 판매는 둔화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스마트폰의 판매 가격은 하락하고 매출 성장률도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굽타 애널리스트는 올해 스마트폰 판매 대수가 지난해 9억6800만대에서 12억~13억대로 24%~34.2%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2012년 판매대수는 6억8000만대로 2013년의 경우 전년대비 33.5% 상승했다.
고가 스마트폰 수요 감소는 이미 지난해 4분기에 나타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전년동기 31.1%에서 29.5%로 줄어들었다.
애플의 점유율 역시 20.9%에서 17.8%로 감소했다. 반면 저가 브랜드인 화웨이의 점유율은 전년동기 4.2%에서 5.7%로 늘었다.
이날 리 심슨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이 같은 현상이 애플보다는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디바이스에 주력해 온 삼성전자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혁신’에 포커스를 맞춘 제품인 ‘갤럭시 기어’가 부진한 실적을 면치 못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삼성은 휘어진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와 웨어러블 기기인 ‘갤럭시 기어’를 출시하며 시장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결과적으로 ‘혁신’보단 ‘실험’에 그쳤다는 평을 받았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27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는 지금까지 프리미엄 제품군이었고, 앞으로도 프리미엄 제품군일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S5의 가격과 관련해서는 “현재 정해진 바가 없고, 출시 시기가 되어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스마트폰이 중저가로 나올 것이란 이야기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