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 관련, 검찰이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항소심에서 제출한 북-중 출입경 기록 등 문서가 위조됐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중인 검찰이 증거조작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혐의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기로 하면서, ‘수사 축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증거 위조’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18일, 위조문서 입수 및 전달에 개입한 일명 김 사장(국정원 김모 과장)과 국정원 협조자 조선족 김모(61)씨에 대해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및 모해위조증거사용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위조는 비교대상이 있거나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날조는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서 “법리적으로도 형법상 모해 증거위조는 사건에 대한 것으로, 국보법은 ‘죄’에 대한 것으로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수사 축소’의혹에 대해 “변호인이 낸 유 씨의 출입경 기록이 맞는지, 항소심 재판과 관련해 유 씨가 간첩인지 아닌지 특정된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사실관계가 특정되어야 법률 적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검찰이 독단적 견해를 갖고 국보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 축소하려고 한다는 지적은 납득할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검찰이 김 과장과 김 씨에게 적용한 ‘모해증거위조죄’는 형법 155조 2항으로서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 혐의자를 모해할 목적으로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를 인멸, 은닉, 위․변조 하거나 이를 사용한 자’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는 형법이다.
유 씨와 변호인단이 주장하고 있는 ‘국보법상 날조죄’는 국가보안법 제 12조 1항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이 법의 죄에 대하여 무고 또는 위증을 하거나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하는 자는 그 각조에 처한 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이 적용되어 형사법 보다 다소 무거운 형량이 규정되어 있다.
사실상 각 법 규정에 따르면, 두 혐의에 대한 법리적용에는 별반 차이가 없다. 특히 특별법이 일반법에 우선한다는 형사법상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증거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직원과 협력자 김 씨에 대해 국보법을 적용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형법’을 적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檢, ‘유우성은 간첩’ 입장 고수
이는 ‘유우성이 간첩’이라는 입장을 검찰이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대다수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특히 ‘김 사장’이라고 불리는 국정원 직원에게 국보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간첩이 아닌 자를 간첩으로 몰아가기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혐의가 있어야 하는데 검찰이 ‘유 씨는 간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에 국보법 적용은 사실상 불가하다는 것이다. 검찰이 유 씨에 대한 간첩 혐의 공소사실을 철회할 경우 국보법 적용이 가능하지만, 여전히 검찰이 유 씨에 대해 ‘간첩’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라는 것이 법조인들의 생각이다.
한편, 검찰은 이와 별도로 중국 싼허(三合) 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의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를 입수해 국정원에 제출한 협력자 김 씨와 이를 받아 검찰 측에 넘긴 것으로 알려진 김 과장의 진술이 엇갈림에 따라 대질심문을 실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협력자 김 씨는 검찰 조사에서 “문서가 위조된 것이 맞으며, 국정원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고, 김 과장은 “김 씨가 답변서를 받아오겠다고 했으며, 위조된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진술한 만큼 시비를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이번 사태의 주요 핵심 관련자인 협력자 김 씨와 김 과장의 진술 신빙성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물증을 확보하기 위해 국정원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한 수사기록 등 내부문건을 집중 분석하는 한편, 외교부로부터 선양영사관 내 보관된 외교문서와 공문 등을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중국 선양 주재 총 영사관 이인철 교민담당 영사가 위조문서에 확인 문서를 써 주는 과정에서 “국정원 본부의 지시로 허위 확인서를 써 줬다”고 진술한 만큼, 작성 과정에 국정원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여부를 확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위조 사실을 시인한 국정원 협력자 김모(61)씨를 지난 16일 구속하는 한편, 김 과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해 18일 늦은 오후께 구속 여부가 결정될 방침이다.
[시사포커스 / 유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