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조작’ 국정원 개입 의혹, 사실로 굳어지나?
‘증거조작’ 국정원 개입 의혹, 사실로 굳어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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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본격 ‘윗선’ 조사 시작…새로운 인물 등장

▲ 검찰이 당초 수사 대상으로 언급된 국정원 요원 외에 ‘권 과장’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피의자 전환해 소환조사 하면서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나섰다. ⓒ 뉴시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국정원 협력자로 알려진 김모(61)씨와 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을 구속한데 이어 이인철 국정원 주 선양 총영사관 영사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어 지난 19일에는 국정원 대공수사팀 이 모 팀장을 전격 소환해 조사하는 한편 당초 수사 대상으로 언급된 적 없던 ‘권 과장’이라는 인물이 새롭게 등장하는 한편, 김 과장이 협력자 김 씨에게 두 차례에 걸쳐 돈을 지급한 사실이 밝혀지며 ‘국정원 개입설’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법조계 “檢, 국정원 개입 ‘여부’아닌 ‘수위’ 따지는 것”
국정원 김 과장, 협력자 김 씨와 두 차례 돈거래…왜?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증거위조 진상수사팀(팀장 윤갑근 검사장)은 20일, 주 선양총영사관 부총영사인 국정원 소속 권 모 과장이 문서위조 사건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했다.

◆ 국정원, 본격 ‘윗선’ 조사 시작

검찰이 간첩 피고인 유우성(34)씨의 항소심에서 유 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법원에 제출한 증거가 위조됐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국정원의 지시를 받고 직접 중국으로 건너가 문서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진 협력자 조선족 김모(61)씨와 김 씨에게 이를 지시한 혐의로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 과장(일명 김 사장)을 구속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이인철 주 선양 총영사를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실시한 것을 시작으로 19일 유 씨의 간첩혐의 수사책임자였던 국정원 대공수사팀 이 모 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소환하는 등 본격적인 ‘윗선 수사’에 돌입했다.

검찰은 이 팀장이 문서 조작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 과장의 직속상관으로, 상-하구조와 보고체계가 뚜렷한 국정원 체계구조 상 이 팀장이 이를 몰랐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고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특히 검찰이 3급 이상에 해당하는 ‘고위급’ 국정원 요원을 소환한 것은 곧 증거위조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고 있는 것을 검찰 내부에서 확인한 것으로, 더 이상 ‘국정원의 개입 여부’가 아닌 ‘어느정도 개입했는지’를 판단하고자 한다는 것이 다수 법조인들의 의견이다.

아울러 검찰은 20일 오전, 당초 수사명단에 오른 협력자 김 씨, 이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대공수사국 김 과장, 이인철 주 선양 총영사 외에 일명 ‘권 과장’이라 불리는 새로운 국정원 인물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며 본격적인 ‘국정원 개입설’의 수사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권 과장은 유우성 씨의 북-중 출입경기록의 ‘발급확인서’를 입수하고 위조로 드러난 싼허(三合)변방검사참 문건에 대한 ‘영사확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김 과장과 이인철 영사와 함께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오랜 중국생활로 중국에 인맥이 두터운 권 과장이 지난해 11월 발급확인서를 입수할 방법에 대해 김 과장과 논의한 흔적이 있다는 것.

특히 권 과장은 지난해 8월 국정원 대공수사국 내 ‘유우성 수사팀’에 합류한 후에도 다른 과에 속해 중국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한 바 있고, 지난달 주선양 총영사관의 부총영사로 파견된 만큼 이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 ‘블랙요원’ 김 과장, 알고보니 ‘수사팀장’

한편 20일, 당초 국정원의 외부협력자를 관리하는 ‘블랙요원’으로 알려졌던 김 과장이 사실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증거 위조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김 과장의 진술은 다소 신빙성이 떨어지게 됐다.

특히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증거 위조가 단순히 김 과장-협력자 김 씨간의 모종의 ‘거래’가 아닌 조직적 기획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 검찰은 국정원 비밀요원으로 알려진 ‘김 과장’이 사실은 유우성 간첩사건 수사 당시 수사팀장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 뉴시스

19일 검찰은 최근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들을 소환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과장이 사실은 유 씨 사건의 수사팀장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수사팀장은 검찰의 공안1부장에 해당하는 핵심보직으로,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수사당국의 의견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김 과장은 국정원 본부의 지시를 받아 외부 협력자를 관리하고 유 씨의 북-중 출입경 기록 위조를 지시한 ‘윗선’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 있었으나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며 “김 사장(김 과장)도 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협력자 김 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더해지게 됐다.

특히 검찰은 최근 김 과장과 협력자 김 씨 사이에 두 차례에 걸쳐 돈거래가 있었던 정황을 파악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사이에 오간 돈은 1050만원으로, 중국 공문서 입수를 위한 착수금 200만원과 지난해 12월 중국 싼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 명의의 문건을 구해오자 성공보수로 850만원을 추가로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이 돈의 일부가 문서를 위조한 브로커들에게도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이에 협력자 김 씨는 “김 과장이 위조 사실을 알고 돈을 건넸다”는 취지로 진술했으며, 김 과장은 돈을 준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김 씨가 먼저 접촉을 해 왔고 중국 공무원과 통화하는 모습도 보여줬다”면서 “위조문건인지 모르고 단지 성공보수로 돈을 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국정원 개입설’에 대한 정황이 하나 둘 포착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월에는 검찰이 국정원 직원을 불러 유 씨에 대한 항소심 대책 회의를 연 사실이 알려졌다.

19일 <중앙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 회의를 소집한 공안당국 검사가 국정원 직원들에게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할 중국 현지 문건을 확보해야 하니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라도 입수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요청한 정황이 김 과장의 진술로 드러났다.

김 과장은 조사에서 “(회의 시기) 전후에 유 씨 수사에 관여하지 않았던 내가 중국 전문가로서 문건 입수에 투입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이번 의혹에 대해 본격적으로 수사체계로 전환한 이후 일명 국정원 ‘윗선’에 대한 소환조사를 실시하며 ‘의혹 벗기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블랙요원’으로 알려진 김 과장이 사실은 ‘수사팀장’이었다는 점에 주목, 김 과장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통해 국정원이 이번 사건에 어느정도 개입했는지 파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시사포커스 / 유아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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