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통사의 고질적 병폐인 불법 보조금 지급 경쟁으로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U+는 45일간의 영업정지를 받았다. 미래부는 시장과열을 우려해 2개 사업자 영업정지, 1개 사업자 영업방식으로 처분했지만 이는 시장 혼란만 가중 시켰다. 이통사를 벌하기 위한 정부의 제재가 영세업인 대리점의 경영난과 소비자의 불편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부의 처벌 과연 누굴 벌하는 것인지 이통사 영업정지의 배경과 후폭풍을 살펴본다.
이통3사, 보조금 지급 전쟁 후 영업정지 ‘직격탄’
영업정지 불똥, 애꿎은 대리점에…심각한 경영난
“‘휴대폰 정찰제’ 고착되지 않는 한 악순환 반복”
이통 3사는 삼파전에서 더 높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다른 통신사를 견제하며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고객을 유치했다. SK텔레콤은 211대란을 벌이기도 했는데 통신사 점유율 50%를 차지하기 위한 마케팅으로 226대란과 일맥상통한다.
226대란이란 카페에 돌았던 “2월 26일 스팟 정책. KT 번호이동 아이폰 5S 3만원, 갤럭시 S4 12만원”이란 내용의 단체 쪽지를 말한다. 이처럼 정부가 책정한 27만원을 크게 웃도는 최대 70만원의 보조금 지원으로 정부가 책정한 보조금 상한선을 넘기며 치열한 제살깎이식의 보조금 경쟁이 일어난 것이다. 이동통신사들이 점유율 확보를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일시적으로 풀면서 ‘226대란’같은 신조어마저 생겨났다.
이통사 영업정지 배경은?
이에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보조금 지급이 이용자 차별과 단말기 유통시장에 혼란을 심화 시킨다고 판단하여 이통사에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게 됐다.
영업정지 내용으로는 신규가입신청서 접수 또는 예약모집행위, 가개통이나 기존 이용자의 해지신청을 신규가입자에 대한 명의 변경 방법으로 전화하는 행위, 제 3자를 통한 일체의 신규가입자 모집행위, 기타 편법을 이용한 신규 판매행위들과 기기변경으로 영업정지기간동안 이모든 영업이 금지된다. 다만 기기변경의 경우 24개월 약정이 끝난 단말기와 분실, 파손 단말기의 교체는 허용했다.
이통3사의 영업정지 기간은 KT와 LGU+ 지난 13일부터 동시에 들어가 KT는 4월 26일까지 45일간, LGU+는 4월 3일까지 23일간이다. SK텔레콤은 4월 5일부터 5월 19일까지 45일간, LGU+ 다시 4월 27일부터 5월 18일까지 22일을 더해 총 45일간이다.
말 그대로 45일 동안 이통사 영업에 발이 묶였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에 의외로 이통3사는 담담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에도 휴대폰 서비스 요금은 그대로 받는데다 마케팅 비용이 절감되어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로 이통3사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한편 살아있는 현장에 놓인 대리점은 영업정지의 후폭풍을 오롯이 감내하고 있다.
영업정지 후폭풍 맞은 대리점
휴대폰 대리점 모임인 전국이통통신유통협회는 이번 정부의 처분으로 전국 5만개의 매장이 한 달에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미래창조과학부의 영업정지 외에도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잉 규제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방통위가 미래부의 영업정지와는 별도로 추가 영업정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SK텔레콤과 LGU+는 각각 7일과 14일의 신규가입 모집 정지를 처분을 받았다. 또한 방통위는 이통3사에 과징금 총 304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방통위는 이러한 이중제재에 볼멘소리가 나오자 미래부의 제재는 지난해 말 불법보조금을 중단하라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은데 따른 것이고, 방통위 제재는 이와 별도로 올 1,2월에 나온 불법 보조금에 대한 것이라 설명했다.
두 달 가까이 사실상 영업이 금지된 현실에 폐업하는 이통사 대리점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 ‘공짜폰’의 혜택을 누렸던 고객들은 보조금 지급이 폐지되자 휴대폰 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뜸해졌다. 제값을 다 치러 구입하는 단말기가 손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영업정지로 휴대폰 제조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제재기간 중 이통사들이 휴대폰을 계속 구매하도록 장려했다. 또 영업정지 기간 중 매장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대리점에 휴대폰 구입비용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인건비와 임대료 등의 운영자금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일반 소비자들에 대해 이통사들에게 물린 과징금만큼 통신료를 깎아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리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휴대폰 업계는 한 해 동안 입점하는 소매점 60%는 중도에 계약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보조금 금지 법제화, 보조금 부분 허용 연기로 대리점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현재 영업정지 중인 한 이동통신사의 대리점 관계자는 지난18일 <시사포커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영업정지 사태는 작년 영업정지와는 차원이 다르다”며 “그때는 언론보도가 지금처럼 대대적이지 않아서 고객들이 영업정지를 모르고 찾아 왔었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 영업정지 때는 기기변경이 가능했지만 이번엔 기기변경이 안 된다”며 “분실, 파손고객도 가능하다지만 그건 서류절차가 복잡해서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그는 대리점의 현 상황을 설명하며 “이통 3사가 서로를 견제하는 실정으로 일하는 사람만 아는 내부 사정으로 각 통신사별로 다른 이통사 매장에 가서 녹음을 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혹시나 부정으로 휴대폰을 파는지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어 “멀쩡한 휴대폰을 갖고 있는 사람한테 혹시나 휴대폰을 망가뜨려 기기변경을 가능하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지 살피는 것으로 불법 기기변경을 안내하는 것조차 불법이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미래부와 방통위에 이어 다른 이통사까지 서로를 감시하고 감시당하는 씁쓸한 상황을 전했다.
대리점에 본사 지원이 있는지를 묻자 “본사 지원은 전혀 없는 상태다”밝히며 “대리점주가 기본급만 직원에게 주는 경우도 있고 아니면 한 달가량 무급휴가를 주는 곳도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사에서는 지원이 있을 거라 했지만 공문만 한 장 내려온 상태로 일할계산해서 지원한다는데 실제적인 도움이 안 되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속사정을 말했다.
대리점 상황이 어떤지를 묻자 관계자는 “방통위는 (감시 차)돌고 있고 경찰청은 개인정보 유출이 있는지 뒤지고 다른 이통사는 부당 영업하는지 신고하려 들고 그래서 그냥 아예 문을 닫는 곳도 있다, 괜히 문을 열었다가 방통위에 걸려 과징금 몇 백을 무느니 손 놓고 있는 게 오히려 낳은 실정이다”라며 “영업정지 받은 대기업 이통사는 그저 재정비 기간으로 생각하고 있을 뿐 이 기간 동안 죽어나가는 건 대리점으로 월세에 깔려 죽는 형세다”라며 토로했다.
관계자는 “이번 영업 정지 징벌은 소비자에게나 판매 대리점에게나 최악의 제제 같다”며 “기형적이고 잔인한 이통사 수익구조에는 답이 없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하루에도 수십 개 씩 메시지가 온다”며 “어디에 방통위가 떴다 어디에 다른 이통사 직원이 돌고 있다 등등 서로 정보를 교환 한다”고 전했다.
<시사포커스>는 19일, 현재 유일하게 영업 중인 SK텔레콤 대리점도 방문하여 속사정을 들어보았다.
SK텔레콤 대리점 관계자는 “고객이 없는 실정으로 영업을 전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유리하게 영업 중이니 성황을 누리지 않느냐 묻자 “고객들은 이통3사가 모두 영업정지인줄 알고 있어 영업이 가능해도 현실은 영업정지와 같다”고 상황을 말했다. 그는 “방법이 없어 두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라 전하며 제제 앞에 무기력한 현실을 전했다.
정부가 혼란을 피하기 위해 정한 ‘2곳 영업정지, 1곳 영업’이 실제 현장에선 실효성 없게 다가왔다. 또한 대대적으로 운영일부를 지원을 할 것이라 했던 대기업 이통사가 막상 대리점에 지원의 움직임이 없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이처럼 대형 이통사를 벌하기 위한 제재의 여파는 컸다. 피해는 영세업자와 소비자뿐만 아니라 굳건해보이던 제조사에도 미쳤다.
영업정지 불똥 맞은 제조사
국내 굴지의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 삼성전자, LG전자, 팬택은 영업정지의 불똥을 맞았다. 휴대폰 영업이 금지되면 팔리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무려 2달이 넘는 기간 동안 제조사는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스마트폰 유통구조를 살펴보면 90%이상이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유통된다. 거의 유일한 판매통로가 막혀버린 것이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고 팬택과 LG전자도 신제품을 갓 출시했다. 제품이 순환돼야 신제품도 팔리는 법인데 영업정지로 순환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팬택은 영업정지 여파를 제대로 맞았다. 최근 워크아웃에 도입한 상태로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팬택의 경우는 내수에 집중하고 있어 수출로 눈을 돌리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 의존도가 95%가 넘다보니 회사의 경영에 위기를 입힐 정도로 타격이 크다.
LG전자 또한 무디스 신용등급이 강등되었다. 이에 팬택과 LG전자는 미래부에 이통3사의 영업정지 기간을 줄이고 기기변경도 허용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예외가 아니다. 시장 점유율 1위이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을수록 공급은 줄기 마련이다. 비록 해외 사업영업의 규모가 타 제조사들보단 높은 편이지만 손실을 피할 순 없다.
13일부터 시작된 이통3사의 영업정지 후폭풍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이동통신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제조사와 이통사 그리고 판매 대리점까지 집행된 제재 속에서 맥을 못 추리고 있다. 그 중 정부가 진정으로 벌하고자 했던 이통사보단 회사에 방침에 따라 영업을 했던 영세업자인 대리점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전가됐다.
대리점 관계자는 이 같은 현실을 두고 “휴대폰 정찰제가 뿌리내리지 않는 한 이런 고질적 문제는 지속될 것”이라 말하며 “현재 이통사 시장은 기형적이며, 물론 이 기형적 구조 때문에 대리점과 이통사가 돈을 벌고 있긴 하지만 자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시사포커스 / 이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