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가 대폭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업황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단행한 증권사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동양증권의 뒤를 이어 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 매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도 곧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수익성 악화에 연이은 ‘증권사 지점수’ 큰 폭 감소
삼성증권, KDB대우증권 구조조정 ‘핵 폭풍’ 코 앞
애플투자증권 자진청산, 일부증권사 매각설 나와
한국 증권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본격적으로 몰아치고 있어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65개의 증권사들이 난립해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지점 수를 줄인다든지 인수·합병 시도의 기미를 보이거나 아예 자발적으로 회사 문을 닫는 증권사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 지점 수, 큰 감소세
증권업계에서는 구조조정이 별 문제 없이 진행될 경우 올해 안으로 총 10여개 가량의 증권사가 자취를 감출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2007년 이후 줄곧 확대일로를 걸어오던 증권사 숫자는 약 7년 만에 극적인 감소 추세로 접어들게 되는 중대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와 아울러 이렇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증권사가 크게 줄어들면서 필연적으로 증권사 지점 수도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65개 증권사가 운영하는 국내 지점 수는 모두 1,534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2년 말 지점 수가 1,674개였던 데 비해서는 140개(8.36%)가 감소한 수치다. 더욱이 2011년 말 집계된 증권가 지점 수인 1,856개와 비교했을 때는 무려 322개(17.34%)나 줄어든 것이다.
증권사 별로 보면 대형사 중에서는 대신증권이 지점 수를 가장 많이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의 경우 지난 2012년 당시 104개이던 지점을 2013년 말에는 78개로 지점수를 26개나 축소했다. 이와 아울러 같은 기간 다른 대형 증권사의 경우를 살펴보자면 ▲현대증권(18개) ▲하나대투증권(10개) ▲한화투자증권(8개) ▲우리투자증권(8개) 순으로 지점 수를 줄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중·소형 증권사 중에서도 ▲HMC투자증권(11개) ▲NH농협증권(8개) ▲동부증권(7개) ▲한양증권(5개) ▲유진투자증권(5개) 등의 순서로 각각 지점 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증권가 구조조정이 단순히 루머 수준을 넘어 현실로 나타났음을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렇게 각 증권사가 지점을 크게 줄인 이유에 대해 “증시 거래 대금의 급격한 감소 등이 이유가 되어 증권업계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판매 관리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문제는 증권사 지점 축소는 실적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현대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지점 통·폐합을 통해 영업력을 효율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구조조정설’ 이어지는 삼성증권·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기존에 운영하던 지점 19군데에서 5개의 이른바 ‘초대형 거점 점포’로 개편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러한 방침은 단순히 지점 수를 줄였다기 보다는 효율성 극대화 측면으로 보아야 하지만, 객관적으로 14군데의 지점이 사라지는 결과가 나온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현대증권 역시 최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리서치센터를 기존 4부 15팀 체제에서 10팀 체제로 축소 재편에 돌입했다. 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리서치센터 근무인력이 약 35%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 수위를 다투는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도 구조조정의 ‘핵폭풍’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올해 초에 이어 다시 한 번 대규모 인력 감축설이 파다하게 퍼져있어 업계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그룹 차원에서 삼성증권에 대한 특별 감사가 예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은 최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대책팀을 운영 중이며 이에 대한 최우선 방침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지난해 삼성증권은 지점 통·폐합 인력 감축 등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증권사 지점 15개를 통·폐합하고 직원 100여 명을 관계사에 전환 배치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행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2011년 9월 말만 해도 3,406명에 달했던 임직원 수가 지난 2013년 말 기준으로 2,772명으로 무려 630명이나 줄어들었다. 아울러 지점 수도 같은 기간 102곳에서 91곳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렇게 뼈를 깎는 조치를 단행한 후에도 삼성증권의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증권가에서는 “삼성증권이 추가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로 삼성증권은 올해 2월 “과장·대리급 직원 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진 바 있다. 아울러 작년 12월에도 인력 감축설에 휘말린 적이 있다. 이때는 “150~2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예퇴직을 추진 중이며 과장급은 2억 원·차장급은 2억5,000만원의 퇴직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소문이 돈 바 있다.
이처럼 증권가 전체를 긴장시킨 두 차례 소문은 현재는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대두된 구조조정 설은 쉽게 ‘허위사실’로 결론나지 않을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특별 감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면서까지 판관비 축소 등 비용 절감을 여러 방면으로 고심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실제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증권 업황이 당분간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전반적으로 크게 악화된 상황이기 때문에 삼성증권에 대해 무조건적인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단행할 수만은 없다”며 “이 때문에 그룹 전체 차원에서 삼성증권에 대한 고민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일각 “올해 퇴출 증권사 더 나올 것” 전망
KDB대우증권 또한 주식시장 침체로 인해 쉽사리 회복되기 힘든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증권가에서는 “머지 않아 KDB대우증권이 임·직원 전체 인원의 약 1/3에 해당되는 1천여 명 가량을 구조조정 할 것”이라는 루머가 제법 설득력 있게 퍼진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풍문은 완전한 헛소문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실제로 지난 2월 KDB대우증권 측은 일부 직원들을 계약직으로 전환하며 사실상 구조조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이때 KDB 대우증권은 본사 과장급 이상 정규직 영업직원 230명에 대해 계약직 전환을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KDB대우증권 직원 사이에서는 “구조조정이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이 상당 부분 증폭되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는 ‘VIP’로 분류되는 이른바 고액자산가들을 관리하는 WM점포 영업직 직원까지 계약직으로 전환한다는 악성 루머가 퍼지는 바람에 일부 직원이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물론 KDB대우증권 측은 “올해는 더 이상 계약직 전환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지만 증권계 시황이 워낙 악화일로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아울러 증권업계에서는 애플투자증권이 자진청산을 결정했고 현대증권·동양증권·우리투자증권 매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를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3월 24일 금융감독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19일 애플투자증권의 금융투자업 폐지를 승인했다. 지난 2008년 설립된 애플투자증권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온 적자를 더 이상 버티지 못해 작년 4월 주주총회에서 자진 청산을 결정한 바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 증권업계에서 증권사가 자발적으로 청산한 사례는 2004년 모아증권중개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다.
한편 코스피200 옵션 주문을 실수하는 바람에 파산 위기에 놓인 한맥투자증권도 회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희박한 상태로 알려져 있다. 최근 한맥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에 경영개선 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와 이익금 반환 협상을 원활하게 타결하지 못하는 바람에 자본 확충 계획 개연성이 무척 희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 금융위원회가 한맥투자증권이 제출한 경영개선계획을 거부하면 증권업 영업인가 취소 및 파산 수순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한맥투자증권이 애플투자증권에 이어 ‘퇴출’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몰리게 될 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 2013년 말 현재 11개 증권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증권가에서는 “앞으로도 청산내지는 퇴출 사태를 맞이하는 증권사가 속출할 수 있다”며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렇게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동양증권·현대증권·우리투자증권 등도 매각 과정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여 이들 대형증권사들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노력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렇지만 증권가에서는 “현재 장기 침체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비슷한 상황에 있는 증권사들이 서로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를 키우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라며 “그렇다고 해서 증권업과 관계없는 다른 업종의 기업을 상대로 증권사 인수를 제안하기도 쉽지 않다”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파다하게 퍼져있다. [시사포커스 / 최효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