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 후보를 확정하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내부 잡음이 일고 있다. 서울시장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 사이에선 컷오프가 2배수가 될지, 3배수가 될지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진 끝에 김황식-이혜훈-정몽준의 3인 구도가 확정됐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들은 1강인 남경필 의원에 맞서기 위한 ‘3약(원유철·정병국 의원, 김영선 전 의원)’들이 합종연횡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정치적 약자를 배려하겠다며 추진한 여성 우선공천지역이 결국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장 경선후보 확정에도 개운치 않은 앙금
경기지사 3약 원유철-정병국-김영선 합종연횡
여성 우선공천, 男 역차별 논란에 갈등만 증폭
새누리당의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경선은 3파전으로 확정됐다. 27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경선 후보로 정몽준 의원과 김황식 전 총리, 이혜훈 최고위원을 확정했다. 김재원 공천위 부위원장은 “정 의원과 김 전 총리 2명을 대상으로 경선을 하자는 일부 의견이 있었지만, 3명의 후보로 경선하는 것이 당의 안정과 경선 후보 경쟁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김황식-이혜훈-정몽준 3파전 확정
그러나 이같은 결정에 이르기까지 진통은 만만치 않았다. 컷오프 배수 기준을 둘러싸고 후보들 간 갈등이 발발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25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서울시장 경선 후보 컷오프와 관련해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2배수 압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불이 붙었다. 이 최고위원은 즉각 반발했고, 정몽준 의원도 이 최고위원을 거들어 3자 대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지지율 상승 여력이 모자란 김황식 전 총리는 ‘양자대결’을 주장했다. 이 신경전은 경선 후보가 확정되기 바로 직전까지도 이어졌다.
정 의원은 27일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이혜훈 후보도 박원순 시장과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보면 30% 수준이 나오는데 대단한 것”이라며 “이제 경선을 시작하는데 자살골을 자꾸 만드려고 한다. 이런 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끼리도 이해가 한 되는 일을 시민들께선 이해가 되시겠냐”고 반문했다.
앞서 정 의원 측은 26일 논평에서도 “이혜훈 후보의 컷오프는 지금까지 경선 원칙을 깨는 것으로 그간 당 지도부가 주창해 온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되는 결정”이라며 “여성후보의 선전을 응원했던 많은 당원과 여성유권자들의 신뢰를 깨는 것이며 상식에도 맞지 않는 결정으로 경쟁 후보자의 입장에서 방관할 수 없는 중대한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 최고위원 측도 26일 오후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컷오프 방식을 3~5배수가 원칙이라고 공표해 온 공당이 스스로 이를 뒤집는 것은 원칙에 안 맞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 “경선 컷오프는 경선을 치르기에 너무 많은 후보가 등록할 때 운영상 경선을 치룰 수 있는 수로 줄이는 의미”라며 “후보 3명이 너무 많다고 2명으로 줄이겠다는 것은 상식이하의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아울러 “원칙과 상식에도 맞지 않는 3명에서 2명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 자체가 특정후보를 위해 경선 구도를 흔들어 보겠다는 저의가 있다고 밖에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김 전 총리는 2012년 대선 때의 이정희 후보를 예로 들며 양자구도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27일 지하철 민생탐방에 나선 김 전 총리는 서울 지하철 1호선 광운대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자구도든 삼자구도든 당이 중심을 가지고 확실한 원칙과 기준을 세워서 결정을 해야 한다”면서도 “현재 제 생각으로는 양자구도가 좋다”고 밝혔다. 이어 “솔직히 제일 강력한 후보 두 사람 사이에서 최종 후보가 결정될 가능성이 많은데 초점을 좁혀야한다”면서 “그 과정에 3자를 끼워넣는 것 보다는 두 사람 사이에 확실하게 토론을 해서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2년 대선 때의 이정희 후보를 예로 들었다. 김 전 총리는 “제3자가 끼어들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토론 분위기를 흐릴 수도 있다”면서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도 문재인 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막 부딪쳐서 서로 디베이트(토론)를 하는 것이 바람직했다. 근데 이정희 후보가 그 과정에서 어떤 모양새를 보여줬나”고 말했다. 이어 “물론 이혜훈 후보는 합리적으로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그런 점을 고려할 때 가장 토론 취지에 맞고 합리적으로 실행될 수 있는 방법은 양자대결이라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전 총리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도 “새누리당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는 2자대결로 가야 된다”며 “경쟁력 있는 후보 두사람이 1대1로 붙어 집중토론을 거쳐 선택 하는 것이 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후보들 사이에 벌어진 신경전은 새누리당이 후보를 3인으로 확정하면서 일단 봉합된 모양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김 전 총리 측이 당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김황식 캠프의 이성헌 전 의원은 2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당 경선관리의 무원칙과 무능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경선판 전체를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시키고 있고, 아무런 죄 없는 김황식 후보를 결과적 피해자로 만들었다”고 강력 비판했다. 김 전 총리 역시 발표 직후 예정되어 있던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경기지사, 돌파구 모색하는 ‘3약’
새누리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간 사이에서는 원유철 의원이 남경필 의원을 제외한 3자간 후보 단일화를 제의하면서 합종연횡 움직임이 표면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병국 의원과 김영선 전 의원 역시 각자 다른 방식으로 ‘단일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유는 명확하다. 각종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남 의원의 지지도가 세 후보를 큰 포인트 차로 앞섰기 때문이다.

원 의원은 2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진차출론’이 난데없이 불거진 이후 새누리당의 경기지사 후보 경선 과정의 결말이 뻔한 드라마로 오인되고 있고, 찻잔 속의 태풍에 머물고 있다”며 “원유철-정병국-김영선 3자간 후보단일화를 제의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각자 나름대로 출마한 만큼 최선을 다해 뛰고 당헌당규에 따라 3배수로 압축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를 2배수로 압축한다면 원 의원이 제안한 단일화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고 역제의했다.
김 전 의원은 26일 기자회견에서 원 의원을 향해 “저와 정 의원에게 단일화 방법과 시기를 일임한다고 말했으니 일단 저에게로 단일화한다는 전제로 양보해 줄 것을 정중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 의원에게는 “2배수 컷오프를 제안했는데 제가 남경필 의원과 노선, 정책 등 여러 면에서 선명한 대조가 되어 두 사람이 경선을 하면 멋진 한판 승부가 될 수 있고 그동안 제가 정책 개발 등 많은 준비를 해오는 등 경쟁력도 확실히 갖고 있다고 자부하니 저에게로 단일화 해 달라”고 요청했다.
즉 원 의원은 후보 단일화, 정 의원은 2배수 컷오프, 김 전 의원은 본인으로의 단일화를 각자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세 의원이 ‘힘 모으기’에 대한 방식이 엇갈리면서도 단일화 필요성 자체에 대한 부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남경필 의원이 세 의원보다 높은 지지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중부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경필 의원의 지지도는 27.2%를 기록했다. 김 전 의원은 6.3%, 정 의원과 원 의원은 각각 5.3%, 4.9%의 지지도를 보였다. 세 후보를 합쳐도 16.5%에 불과해 남 의원에 크게 못 미친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전문 회사인 리얼미터가 지난 22~23일 양일간 의왕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19세 이상 700명을 대상으로 유선전화 RDD(임의 번호 걸기) 방식으로 실시됐다. 최대 허용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p, 응답률은 3.0%다.
때문에 세 의원은 ‘힘 모으기’의 불씨를 쉽사리 꺼뜨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원 의원은 24일 YTN 라디오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조만간 정 의원과 김 전 의원과 다시 한 번 만나볼 생각”이라며 “3자회동을 추진해서 허심탄회하게 경기도 새누리당 경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는 남 의원은 “새누리당 지지자들에게 단일화라는 정치적 이벤트는 낯설다”라고 견제했다. 남 의원은 25일 불교방송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서 “그렇게 (단일화를) 안 할 것 같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지난번 대선 때도 그렇고 계속해서 민주당 쪽에서 단일화 이벤트를 했다”면서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매우 안 좋아하시더라”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불씨, 여성 우선공천
한편, 여성 우선공천제가 ‘빛좋은 개살구’가 될 처지에 놓였다. 27일 새누리당은 6.4 지방선거에서 서울 종로·용산·서초구, 부산 중구, 대구 중구, 경기 과천·이천시 등 7곳에 대해서만 여성 우선 공천을 실시하기로 확정했다. 추가를 검토키로 했던 서울 강남구, 부산 남·해운대·사상구, 대구 북구, 경북 포항시 등 6개 지역구는 여성 우선공천을 하지 않는 대신 여성과 장애인 등에 대한 가산점제를 운영키로 했다. 공천위에서 13곳으로 추진할 예정이었던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 반토막이 나 버린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새누리당 내부 진통을 겪은 결과다. 여성 우선공천 지역구로 선정된 곳의 남성의원들은 불만을 쏟아냈고, 이에 맞서 여성 의원들은 30% 여성 우선공천 약속을 이행하라고 주장했다.
24일 경기도 과천 당협위원장인 박요찬 위원장은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문에 따르면 어떤 여성 후보가 정해졌다고 한다. 그 후보는 과천에 살지 않았고 어떤 연고도 없다. (과천이) 중앙당에서 맘대로 할 수 있는 쓰레기 집하장이냐는 말까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25일 여성인 조현 김해시장 예비후보와 김해여성연대는 기자회견에서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지역구 여성후보 공천 30% 이상 반드시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이처럼 양측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여성 우선공천 지역이 7곳으로 확정된 만큼, 잡음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