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밀회’가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도 알 수 있듯, ‘불륜’은 많은 이에게 그릇된 환상과 심지어 선망까지 안겨주는 요소가 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듯 불륜과 관련된 각종 사건사고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터넷 불륜 조장 사이트가 철퇴를 맞는 해프닝까지 일어났다.

불륜 권하는 사회? 그릇된 환상 부추기는 매스 미디어
‘불륜 때문에…’ 평생 쌓은 지위 잃고, 살인까지 ‘충격’
“인생은 짧아요, 바람피세요” 불륜 조장 사이트도 등장
결혼생활에서 불륜의 위기는 언제든 들이닥친다. 배우자에 대한 애정이 식어가고, 생활에 지치며, 삶의 목적이 암담해 보일 때 불륜은 일종의 활력소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 등 대중 매체는 이 같은 인간 심리를 교묘하게 활용해 화려한 상품으로 탈바꿈시켜 상업적 이윤을 취하려는 술책을 구사하기도 한다. 최근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밀회’가 그 뚜렷한 예다.
한순간의 외도, 평생 쌓은 지위 ‘와르르’
이렇게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불륜에 대한 환상은 대중 의식 속에 깊게 뿌리박는 상황이 발생한다. ‘바람 한 번 못 피워보면 시대에 뒤처지는 것 아닌가’라는 착각까지 불러일으키도록 분위기가 조성된다. 하지만 불륜(不倫)이란 말 그대로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서 벗어나는 행위’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그 끝이 좋을 리가 없다. 최근 일어난 여러 불륜 관련 사건 사고만 보아도, 일순간의 정염과 쾌락을 좇는 행위는 어지간하면 패가망신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지난 4월 22일에는 서울 송파경찰서 강모(56)서장이 불륜 관계에 연루된 의혹 때문에 경찰청의 감찰 대상에 오르는 처지에 놓이게 되자 사의를 표명하고 병가를 낸 사실이 드러나 공직사회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강 서장은 이전 근무지인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서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한 테니스 동아리에서 만난 여성과 윤리에 어긋나는 내연 관계를 맺었다는 의심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서장은 지난 1월 총경에서 경무관으로 승진해 송파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겼다. 강 서장은 앞서 지난 1월 전국 7개 경찰서에 배치된 최초의 경무관 경찰서장 중 한 명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명예도 잠시, 강 서장은 근무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불륜 관계에 있던 여성과 헤어졌다. 이때부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경찰 사회 내부에서 강 서장의 내연 관계에 대한 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항간에는 “불륜 상대였던 여성이 경찰청에 진정서를 넣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되자 경찰청 감사관실도 첩보를 입수해 감찰조사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지난 4월 21일 강 서장은 “몸이 아프다”며 3주간 병가를 냈다.
이후 경찰청은 강 서장에 대해 직위해제 방침을 세웠다. 그런데 강 서장은 심장 관련 지병을 이유로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한편 경찰청은 송파경찰서장 직무대행으로 서울청 치안지도관 이희성 총경을 임명했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여자 문제가 있다’는 첩보가 들어와 감찰에 돌입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불륜 사실에 격분, 살인까지
또한 배우자의 불륜 사실에 격앙된 나머지 이성적인 판단력을 상실한 채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다가 전과자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는 안타깝고 비극적인 상황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17일 전주지방법원 형사3단독 서재국 판사는 아내의 통화 내용을 도청한 혐의(통신비밀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A(44)씨에 대해 징역6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4월을 선고했다. 조 씨는 지난 2013년 10월 이혼 소송을 앞두고 아내가 불륜을 저지른 증거를 잡으려고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조 씨는 전북 전주 시내에 위치한 본인 소유의 아파트 안방에 음성녹음 프로그램을 설치한 휴대전화를 몰래 숨겨놓은 뒤 아내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타인 사이의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다만 범행 경위에 일부 참작할 사정이 있으며 피고가 깊이 반성하는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위의 사례와 같은 ‘해프닝’에 가까운 사례도 있지만, 불륜과 관련된 사건·사고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는 바로 배우자의 외도 사실에 격분한 나머지 판단력을 잃고 살해까지 저지르게 되는 상황이다. 순간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말살’해버리겠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이를 실행에 옮긴 결과, 단순히 가정 파탄의 범위를 넘어 본인과 가족에게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굴레를 덮어쓰게 되는 것이다.

엄정한 법의 심판이라도 이런 경우에는 관용을 베풀 수 없다. 지난 4월 2일 대전지법 제12형사부가 징역 12년을 선고한, 살인 혐의로 기소된 A(43)씨가 바로 이와 같은 끔찍한 불운의 주인공이다. A씨는 지난 2013년 10월 16일 오전 9시 20분 무렵 자신의 아내와 불륜 관계를 유지하던 남성을 찾아가 휴대하고 있던 흉기로 얼굴과 가슴 등을 여러 차례 찔러 목숨을 잃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을 저지른 후 A씨는 “아내의 불륜사실을 알고 두 달여 동안 힘들어하는 과정에서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인해 심신이 미약한 상태에 빠져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을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위중한 데다 이 사건을 범행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나아간 점 등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며 아내의 불륜에 따른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 등으로 판단력이 다소 흐려진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해 양형기준이 정한 권고형의 하한(징역 15년)보다 낮은 형을 선고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또한 배우자가 실제로 불륜을 저지르지는 않았는데도 과대망상 등의 정신적인 문제로 무고한 이웃에게 폭행을 가하는 사건도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4월 12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동네주민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를 시도한 혐의(살인미수)로 장모(68)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불륜 적극 조장’ 인터넷 사이트 접속 차단되기도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지난 4월 11일 오후 7시 경 서울시 송파구 송파동 한 음식점 안에 있는 이웃 성모(67)씨를 보고 인근 가게에서 흉기를 구입한 뒤 성 씨가 식사를 마치기를 기다렸다.식당에서 나온 성 씨를 본 장 씨는 접근해 "이야기 좀 하자"고 불러 세웠다. 하지만 성 씨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자리를 떠나려 했다. 이에 격분한 장 씨는 성 씨를 쫓아가 흉기로 목과 가슴을 찌르고 달아났다. 하지만 장 씨는 길에 쓰러진 성 씨를 본 인근 주민의 신고로 도망친 지 5분 만에 붙들렸다. 피를 많이 흘린 성 씨는 근처 병원으로 이동해 수술을 받았으며 현재 생명에는 별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장 씨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웃인 성 씨가 지난 3년 간 자신의 아내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져왔다고 의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 씨는 과대망상증 증세를 보여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은 전력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최근에는 불륜을 적극적으로 조장하는 해외 유명 인터넷 사이트가 국내 진출을 시도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의해 ‘접속차단’ 조치를 받는 웃지 못 할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4월 15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는 기혼남녀의 만남을 중개해 불륜을 조장하는 것으로 악명 높은 온라인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Ashley Madison)’에 대해 ‘시정요구(접속차단)’ 결정을 내렸다. 2001년 캐나다에서 설립된 인터넷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은 기혼남녀 회원 간의 메시지·채팅 등을 통해 연애 및 만남을 중개하는 일종의 데이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애슐리 매디슨은 전 세계에서 하루 1만여 명의 회원이 가입하고 있으며 현재 2,300여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애슐리 매디슨은 지난 3월 18일 한국어 지원을 시작하며 국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개시했다. 특히 애슐리 메디슨은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하며 “인생은 짧아요, 바람피세요” “기혼남녀의 은밀한 만남” “날마다 수천 명의 바람피는 아내와 남편들이 가입하여 애인을 찾습니다” 등의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홍보 문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국내에서 커다란 화제를 일으켰다. 이러한 화제성에 힘입어 수만 명의 국내 이용자가 회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애슐리 메디슨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방통심의위원회는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혼외 성관계를 중개할 목적으로 회원가입 시 개인의 성적 취향·성관계 의사 등을 표시토록 하여 회원 간 만남을 중개한다는 점 ▲다수 회원의 자기소개를 통해 성관계를 포함한 만남을 원하는 내용 등을 게재하고 있다는 점이 일반인의 간통을 방조하거나 조장해 사회적 해악을 확산시키고 건전한 법질서를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통심의위원회 관계자는 “더욱이 애슐리 메디슨 사이트는 청소년도 쉽게 회원 가입해 이용할 수 있으며, 회원 간 연애·만남을 빙자한 불건전 만남이나 성매매 창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해당 사이트가 제공하는 불법·유해 정보로부터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접속차단 조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